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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안 보는 시대, 뭘 보여 줄 건가

기사승인 2019.07.10  20:3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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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교양특강] 장해랑 전 EBS 사장
주제 ② 모바일 시대, 콘텐츠 만들기

“공원에서 만난 큰 개 한 마리가 나에게 꼬리를 치며 달려오는데, 나를 위협하려고 하는 건지, 친구를 하자는 건지 모르겠어요. <워싱턴포스트>는 유튜브의 등장을 이렇게 비유합니다.”

디지털 환경이 변하고 있다. 모바일로 손안에서 무엇이든 해결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애플이 혁신을 내걸고 아이폰을 시장에 내놓은 지 10여년. ‘모바일 퍼스트’ ‘디지털 퍼스트’ ‘AI 퍼스트’로 진화하는 미디어 환경은 지상파 시장과 올드미디어를 무너뜨리며 모바일로 무엇이든 해결할 수 있는 시대를 만들었다. ‘기획된 콘텐츠’만 살아남는 시대가 됐다. EBS 사장으로 선임됐다가 올 2학기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로 복귀하는 장해랑 교수는 ‘모바일 시대 콘텐츠, 이렇게 만들어라’ 특강을 통해 “디지털 환경 변화에 맞춰 언론도 콘텐츠 전략의 변화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장해랑 교수가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에서 강의하고 있다. ⓒ 이복림

유럽을 각성시킨 한 장의 사진

<허핑턴포스트>를 누르고 <버즈피드>가 방문자수 세계 1위 커뮤니티 뉴스 사이트로 떠오르면서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가 고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온라인 뉴스의 힘이 강해지며 기존 언론이 수용자 욕구를 따라가지 못해서다. 장 교수는 많은 텍스트를 전달하던 기존 언론과 달리 <버즈피드>는 기존 형식의 뉴스를 파괴하고, 영상, 사진, 짧은 텍스트를 활용한 시도가 수용자들에게 더 각인이 됐다고 봤다. 2015년 터키 해안에서 발견된 난민 알란 쿠르디의 사진 한 장이 시리아 난민 사태를 전세계적 이슈로 만들고, 세계인의 관심을 받게 된 것과 같다는 설명이다.

   
▲ 알란 쿠르디는 시리아 내전으로 가족과 함께 유럽으로 이주하던 중 지중해에서 배가 난파돼 터키 보드룸 해변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 <연합뉴스>

장 교수는 “이 사진이 공개되기 전까지 수십만 난민의 참상은 세계인의 이성을 움직이지 못했지만, 한 아이가 바닷가에서 죽어있는 사진은 수십억 인간의 감성을 강렬하게 자극했다”며 “이 기사는 텍스트가 잔뜩 들어있는 것이 아니라 영상과 사진으로 핵심만 수용자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당시 기사는 ‘아이가 죽었다, 아이 나이는 세 살이었다, 그의 이름은 알란 쿠르디였다’는 요지의 설명과 사진이 전부였다. 이 보도 이후 난민 수용을 거부하던 서유럽 각국에서 애도 분위기가 확산됐고, 각국이 난민을 수용했다. 텍스트보다 강력한 한 장의 사진이었다.

신문·TV 외면 시대, 제작 패턴도 변해야

<버즈피드>의 시도가 수용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제는 TV를 직접 보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장 교수는 “셋톱박스가 없어지고 텔레비전이 집에서 사라지는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며 “프로그램을 보는 방법에도 수십 가지 방법이 생겨 디지털 혁신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주말이면 좋아하는 영상들을 한꺼번에 모두 몰아서 보는 ‘빈지 뷰잉’(binge viewing)이 일반화하면서 사람들은 이전과 전혀 다른 형태의 콘텐츠 소비를 하게 됐다. 주어진 방송 프로그램을 수동적으로 시청하던 행태에서 모바일과 인터넷으로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원하는 시간에 선택해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장 교수는 소비자의 변화처럼 제작 패턴도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비자에게 다가가려면 아마존이나 넷플릭스처럼 기업이나 언론도 소비자 맞춤 큐레이션을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 <뉴욕타임스>가 선보인 ‘디지털 스토리텔링’(Digital Storytelling) 형식 기사 ‘스노우폴’(Snow Fall). ⓒ <뉴욕타임스>

<뉴욕타임스>는 2012년 디지털 스토리텔링(Digital Storytelling) 형식 기사 ‘스노우폴’(Snow Fall)을 실었다. 이 기사는 독자가 비디오 영상도 보고 참여도 할 수 있는 전혀 다른 뉴스였다. 방대한 정보량에 견주어 텍스트도 많지 않았다. ‘스노우폴’은 단 6일 만에 페이지뷰 350만명, 순방문자 290만명을 기록했고, 1인당 평균 뉴스 소비 시간도 12분이나 돼 데이터저널리즘과 탐사저널리즘에 기초한 ‘보는 기사’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기사는 2013년 퓰리처상을 받았다.

이 기사는 종이신문 맞춤용이 아니었다. 디지털에 최적화한 형식이다. 온라인과 모바일에 맞춘 완전히 새로운 포맷의 기사를 만든 것이다. 150여년 전통의 미국 유력지 <뉴욕타임스>도 디지털 혁명의 여파로 생존을 위해 변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생존을 위한 변화, 멀티플랫폼

“‘난 신문기자니까 기사만 쓰면 된다’고 생각하는 시대는 지났어요. 모바일·비디오 퍼스트 시대입니다.”

최근 언론사들은 디지털 플랫폼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대개 2030 청년들을 타깃으로 한다.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디지털 코드를 분석해 소비자 패턴을 읽어낸다. 장 교수는 2013년<한국기자협회보>에 실린 칼럼 ‘진격의 온데만데와 코드커팅’을 소개하며 코드커팅의 선두주자로 전세계 동영상 서비스 시장을 확장한 넷플릭스를 예로 들었다. 그 칼럼은 캐나다에 사는 부모가 한국 방송 프로그램을 언제든지 볼 수 있게 현지 유료방송서비스를 해지하고(코드커팅), 동영상 사이트에 가입해 컴퓨터와 텔레비전 수상기를 연결해 볼 수 있도록 했다는 내용이다. 유료 셋톱박스를 잘라버렸지만, 오히려 시간과 장소 영향 없이 방영중인 연속극, 종영된 드라마, 뉴스, 시사다큐까지 찾아보게 됐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그 칼럼은 신문을 펼쳐 정보를 수집하고, 뉴스를 보려고 집에 들어가야 하는 시대는 지난 지 오래됐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이것이 올드미디어가 고민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언론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멀티플랫폼 전략, 유럽에서 말하는 크로스 미디어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지상파와 라디오, 신문, 팟캐스트, 모바일, 유튜브 등 모든 것을 융합하는 형식이나 장르를 융합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

수많은 사람들이 일인 미디어를 통해 자기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한다. 공영방송이 음악, 경제, 과학, 어린이 프로그램 등 모든 프로그램을 다뤄야 하는 것과 달리 유튜버들이 오히려 인기를 끄는 것은 자신만의 콘텐츠를 갖고 자기 이야기를 자유롭게 하고 있어서다. 기획사 소속 아이돌도 예전과 달리 방송사에 나오지 않는 점도 비슷하다. 자신을 알릴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던 방송국에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기획사가 직접 기획해 일인미디어를 통해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홍보와 활동을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고 자유롭기 때문이다.

장 교수는 언론인 지망생들에게 “모바일, SNS 등 모든 플랫폼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면 안 된다”며 “언론사는 다양한 플랫폼을 보고 그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 플랫폼에서 어떤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있는지를 보고 같이 결합할 수 있는 장치들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요한 사실은 본질이 변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모든 홍보 수단이 스스로 뉴스를 전달하고 있다”며 “소비자가 이제는 집에 앉아 텔레비전으로 뉴스를 보는 ‘본방사수족’은 사라지고 있지만, 지금까지 뉴스 자체가 위기였던 적은 없다”고 말했다. 뉴스를 보려는 시청자가 사라진 적은 없기 때문이다. 시간과 주목성은 점점 더 떨어지고 있지만, 시청자들은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뉴스를 되레 더 많이 보고 있는 셈이다.

장 교수는 “언론인 정신만으로 살아 남을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며 “이제 디지털 변화라고 하는 부분을 이해하고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관한 이해 없이는 언론 행위의 의미가 없어진 만큼 이 부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특강은 [인문교양특강I] [저널리즘특강] [인문교양특강II] [사회교양특강]으로 구성되고 매 학기 번갈아 가며 개설됩니다. 저널리즘스쿨이 인문사회학적 소양교육에 힘쓰는 이유는 그것이 언론인이 갖춰야 할 비판의식, 역사의식, 윤리의식의 토대가 되고, 인문사회학적 상상력의 원천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2019년 1학기 [사회교양특강]은 장해랑 하상윤 김준일 김태동 조홍섭 이태경 성일권 선생님이 맡았습니다. 학생들이 제출한 강연기사 쓰기 과제는 강연을 함께 듣는 지도교수의 데스크를 거쳐 <단비뉴스>에 연재됩니다. (편집자)

편집 : 임세웅 기자

오수진 기자 김지연 이복림 PD rainmaker-sj@daum.net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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