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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판타지 공간’ 구축 실패한 드라마

기사승인 2019.07.05  10: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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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디어비평] ‘아스달 연대기 1. 예언의 아이’ 장르 비평

   
▲ 양안선 PD

국내 최초 상고시대 판타지 드라마가 등장했다. 지난달 1일 방송을 시작한 tvN의 ‘아스달 연대기’다. 제작비 540억 원, 초호화 캐스팅으로 방송 전부터 입소문을 탔다. 첫 방송 후 표절 논란, 제작진 노동 착취 의혹 등이 일었지만, 닐슨코리아 시청률 7.2%를 기록하며 1부를 마무리했다. ‘아스달’은 태고의 땅 ‘아스’에서 국가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영웅들, 화합과 통합, 사랑을 이야기한다.

   
▲ ‘아스달 연대기’는 ‘태왕사신기’ 이후 12년 만에 등장한 판타지 드라마다. ⓒ tvN

가상의 대륙 아스에는 꿈을 만나지 못한 ‘사람’ 종족, 사람과 외형은 비슷하지만 뛰어난 신체능력을 지닌 ‘뇌안탈’ 종족이 존재한다. 빨간 피를 흘리는 사람 종족은 땅을 빼앗기 위해 파란 피를 흘리는 뇌안탈 종족을 학살한다. 사람 종족인 ‘타곤’(장동건)은 농업과 군사를 담당하는 ‘새녘부족’ 수장의 아들인데, 잔존한 뇌안탈을 모두 죽이려고 사냥에 나선다.

사람과 뇌안탈의 혼혈인 ‘이그트’ 종족 ‘은섬’(송중기)은 아스달에서 벗어나 거대한 흑벽 아래 땅 ‘이아르크’에서 자란다. 뇌안탈 사냥이 끝났지만, 이 때문에 아스달은 노동력 부족에 시달린다. 부족한 노동력을 채우기 위해 아스달 사람들은 노예를 잡으러 이아르크로 내려간다. 은섬의 부족인 ‘와한족’이 잡혀가면서 타곤과 은섬의 대결이 시작된다.

백경선은 ‘한국 텔레비전 드라마에 나타난 판타지의 유형과 의의’라는 논문에서 판타지 드라마를 모티프에 따라 5가지로 유형화한다. 시간, 공간, 육체, 인간, 역사 등 5개 상위 모티프가 있고, 이를 13개 하위 모티프로 세분화한다. 역사 모티프의 경우 대체 역사, 가상 역사, 신화 역사로 나뉜다. ‘아스달’은 신화적 상상력을 동원하는 신화 역사 장르에 속한다. 신화 역사 드라마로는 2007년 방영한 MBC ‘태왕사신기’가 대표적이다. 신화 역사 장르는 신화의 공간에서 영웅의 모험담이 전개되는 특징이 있다.

문명사회 영웅 vs 원시사회 영웅

신화 역사 판타지 드라마는 영웅모험담을 전개한다. 기획의도에서 ‘네 명의 영웅, 세 개의 종족, 두 개의 사랑, 하나의 전설’이라 밝히며 ‘아스달’도 영웅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음을 드러냈다. 판타지는 현실의 문제를 드러내고 해결하는 스토리텔링을 담고 있다. 이 드라마에서 영웅들은 종족이 다르고 부족이 다르다. 도시 아스달의 새녘족 타곤과 ‘해족’ ‘태알하’는 문명을, 와한의 전사 은섬과 와한족 씨족 어머니 후계자인 ‘탄야’는 원시사회를 나타낸다. 네 영웅의 대립은 곧 ‘문명과 자연의 대립’이라는 스토리 축을 구축한다.

   
▲ tvN ‘아스달 연대기’ 인물 관계도. 왼편에 배치된 은섬과 탄야는 원시사회를, 오른편에 배치된 타곤과 태알하는 문명사회를 뜻한다. ⓒ tvN

드라마는 단군신화를 재해석하고 신화적 상상력을 통해 원시사회와 문명사회의 대립을 표현했다. ‘아스달’이라는 도시 이름은 단군신화의 ‘아사달’과 땅을 의미하는 '어스'의 합성어다. 단군신화에서 사람이 되고자 ‘환웅’을 찾아온 호랑이와 곰은 호랑이 토템과 곰 토템 부족으로 해석된다. 드라마에서 뇌안탈 종족은 호랑이를, 사람 종족은 곰 토템을 상징한다. 사람이 뇌안탈에게 동맹을 제안할 때 뇌안탈은 호랑이 탈을, 새녘족의 수장 ‘산웅’은 곰의 탈을 쓰고 있음이 이를 방증한다.

사람은 농사를 지을 땅이 부족해 뇌안탈에게 동맹을 제안한다. 살아있는 모든 것을 지배하기 위한 나라를 건설하려면 농경이 필수였기 때문이다. 사람은 뇌안탈이 소유한 ‘달의 평원’을 원했고 대가는 풍요였다. 뇌안탈은 사람에게 원하는 것이 없다며 동맹을 거절했다. 그 뒤 사람은 뇌안탈과 전쟁을 준비한다. 사람, 그중에서도 새녘족 수장의 아들인 타곤의 지략으로 뇌안탈은 전염병에 걸리고 몰살당한다. 자연을 지배하기 원하고, 더 많은 것을 얻고자 하는 사람의 욕심이 일으킨 학살이었다. 10년 동안 이어진 뇌안탈 종족 제노사이드는 결국 뇌안탈을 멸종시켰다. 그 사이 타곤은 사람들 사이에서 영웅이 된다.

   
▲ 이아르크의 와한족. 문명사회 도시 아스달과 대비된다. ⓒ tvN

문명사회의 욕심은 끝이 없다. 땅을 차지했으나 노동력이 부족했다. 광활한 농경지를 재배할 노동력이 부족해지자 사람은 새로운 땅 이아르크로 향했다. 그곳에 사는 종족을 잡아와 노예로 부리기 위해서다. 그렇게 잡힌 부족 중 하나가 와한족이었다. 와한족은 사람과 같은 말을 쓰지만, 사람과는 달리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간다. 말을 탄다는 것조차 상상하지 못하는 종족이다. 와한족의 금기는 ‘대흑벽을 넘지 말 것’, ‘씨앗을 품지 말 것’, ‘짐승을 길들이지 말 것’ 세 가지다. 문명과는 거리를 둔 삶이다. 돌팔매로 사냥하는 그들 앞에 청동기를 손에 쥔 사람들이 나타난다. 사람은 와한족을 ‘두즘생’, 즉 두 발로 걷는 짐승이라고 낮춰 부르며 잡아간다. 문명사회가 원시사회를 하등 사회로 보는 시선이다. 와한의 전사 은섬은 와한족 해방을 위해 타곤과 대립한다.

아쉬운 상고시대 세계관 전달

신화 역사 판타지 드라마는 기록되지 않은 역사를 바탕으로 한다. 드라마의 배경은 신화의 공간이다. 기록이 없는 상고 시대의 빈 공간은 제작자의 상상력이 채운다. 판타지 세계의 창조다. 판타지의 성공 여부는 상상력을 시청자가 얼마큼 잘 수용하게 하는지에 달려 있다. 비현실적인 것을 사실로 보이게 하는 능력이다.

‘반지의 제왕’은 켈트 신화를 배경으로 했으며, ‘토르’는 북유럽 신화를 차용했다. 국내 신화 역사 판타지 장르의 문을 연 ‘태왕사신기’도 단군 신화를 차용해 광개토대왕 이야기를 전개한다. 동서남북의 방위를 나타내고 우주의 질서를 지키는 ‘사신’과 전세와 현세를 잇는 ‘영원회귀적 시간’ 등 시청자들이 이미 알고 있어 받아들이기 쉬운 신화적 요소를 세계관 형성에 사용했다.

드라마 ‘아스달’의 세계관은 ‘아라문 해슬라’ 신화와 결부된다. ‘태왕사신기’와 달리 시청자에게 생소한 신화다. 이에 관한 설명은 주변 인물인 ‘무백’의 내레이션으로 전달된다. 내레이션의 단편적 서술은 드라마의 세계관을 이해하기에 역부족이었다. ‘태왕사신기’의 경우 스승이 제자인 주인공 ‘수지니’에게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는 식으로 세계관을 전달하는 점과 비교된다. 세계관에 관한 이해가 부족하니, 시청자들은 아스달의 제의를 관장하는 ‘아사 씨’ 가문의 사회적 위치나, 은섬과 탄야가 아라문 해슬라의 현신인 것처럼 표현하는 내용을 알아채기 힘들다.

어느 영웅에 투사할 수 있을까?

신화 역사 판타지 장르는 영웅들의 이야기가 중심 서사다. ‘태왕사신기’는 ‘환웅’의 환생인 ‘담덕’ 즉, 광개토대왕이 중심 영웅이다. 신화시대 이야기는 전생의 이야기로 표현되며, 첫 회에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으로 전달했다. 신화시대의 세계관을 바탕에 두고 역사적 인물인 광개토대왕의 이야기를 환상적으로 그려냈다. 담덕의 중심 서사 외 주변 서사들이 존재한다. 네 사신 중 주작의 현신인 여주인공 수지니가 흑주작이 되는지, 못되는지를 다루며 서사의 한 축을 담당한다. 이들에게는 공동의 적이 존재하고, 서서히 왕으로 자리매김하는 담덕의 서사에 시청자들은 자연스레 따라간다.

‘아스달’은 기획의도에서 네 영웅 이야기라는 점을 표방했다. 1회의 첫 시작은 뱀에게 위협당하는 아기의 모습이다. 아기는 그런 뱀을 제압하려는 듯 보라색 눈을 빛낸다. 그러나 뒤 이어 아기 일대기가 중심 서사로 등장하지 않는다. 1회의 중요 서사는 세계관 설명 내레이션과 타곤의 전쟁기다. 한참 이야기가 전개된 뒤에야 첫 장면의 아이가 은섬이라는 점이 밝혀진다. 시청자들은 1회부터 어느 영웅의 이야기에 이입해야 하는지 갈피를 잡기 어렵다. 미국 HBO ‘왕좌의 게임’은 다양한 서사가 나오지만, ‘스타크 가문’이라는 한 가족 이야기가 중심인 점과 비교된다.

상고 시대인가, 중세 시대인가?

상고 시대와 어울리지 않는 설정이 ‘아스달’의 세계관 전달을 방해하기도 한다. 도시 아스달의 전경은 유럽 중세 시대를 떠올리게 한다. 아스달의 건물들은 웅장한 석조 건물이다. 해족의 근거지 ‘불의 성채’는 탑이 있는 벽돌 성이다. 중세에나 발달한 성채가 배경으로 등장해 시대적 느낌에 혼동을 준다. 서양의 신화에서 벗어나 국내 고대사를 상상하겠다는 기획의도가 무색하다.

말을 타는 장면에서 ‘등자’가 등장한다. 등자는 안정되게 말 위에 앉을 수 있게 하는 도구로 기병 탄생의 조건이다. 중국은 5세기부터 등자를 사용했고, 유럽에는 8세기에 등자가 전파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흑벽을 내려가기 위해 만든 거대 도르래도 국가 형성 이전의 문명사회가 만들기에는 무리가 있다. 시청자들은 신화 역사 판타지 드라마 고증을 다른 역사 드라마보다 너그럽게 용인한다. 그럼에도 시대상에 혼동을 주는 설정은 시청자의 몰입을 방해한다.

지난 16일, 6회가 방송되며 ‘아스달 연대기 1. 예언의 아이’가 마무리됐다. 총 18부작인 ‘아스달’은 6회씩 3개 파트로 나뉜다. 드라마는 서사의 3분의 1을 배경 정립에 사용했다. 긴 시간을 들여 서사의 시동을 걸었다. 그럼에도 시청자들은 드라마 배경에 의문을 품고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스토리 전개 방식이 아쉬운 부분이다. 신화 역사 판타지 드라마의 전제 조건인 판타지 공간의 구축이 우선돼야 한다.

지난달 22일부터 ‘아스달 연대기 2. 뒤집히는 하늘 일어나는 땅’이 시작됐다. 타곤의 비밀이 밝혀졌고, 은섬의 태생에 얽힌 이야기가 곧 드러날 전망이다. 문명사회의 태알하와 원시사회의 탄야까지 합세해 영웅들의 본격적인 서사도 진행될 예정이다.

‘태왕사신기’는 신화적 요소와 역사적 인물을 혼합한 신화 역사 판타지 드라마였다. 민족주의 논란이 일었고, 세계로 수출되기에는 문화적 장벽이 존재했다. ‘아스달’은 역사적 인물이 존재하지 않는 신화 판타지 드라마다. 상고시대라는 판타지 세계에서 영웅들의 대립이 심해지며 오늘의 문제인 문명과 자연의 대립, 난민을 대하는 태도 등 현재 이야기를 상상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성과 보편성을 획득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 방식이다. 두 번째 시리즈에서 첫 번째 시리즈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편집 : 박서정 기자

양안선 PD yasun200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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