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한끼, 맘 한끼] ⑥ 세 번째, 내 몸 인식하기 수업 인트로

“당신이 무엇을 먹는지 말해달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줄 수 있다.”

19세기 프랑스 법률가이자 의사, <미각의 생리학>이란 유명한 책의 저자이기도 한 장 앙텔므 브리야사바랭이 한 말입니다. 어떤 음식을 선택하는가는 그 사람의 취향이나 사회·경제적 여건, 또는 신체적 특징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여기서 나아가 음식이 그 사람의 정서에도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나요? 내가 먹은 것이 내 몸뿐 아니라 내 마음도 결정짓는다는 겁니다.

몸과 마음을 연결하는 '장-뇌 연결축'

장으로 들어간 음식은 뇌에 영향을 미칩니다. 장은 ‘제2의 뇌’라 불릴 정도로 뇌 다음으로 신경세포가 많아요. 또 장에는 음식물 등으로 들어온 100조가량의 미생물이 살고 있는데, 이 미생물이 뇌에 신호를 보내 우리의 감정과 기분에 영향을 줍니다. 과학자들은 이런 체계를 ‘장-뇌 연결축’(gut-brain axis)이라 말합니다.

2015년 미국 칼텍의 연구진은 장내 미생물을 없앤 쥐에서 세로토닌 생산이 확연히 줄어들고, 특정 미생물을 넣으니 세로토닌 분비가 다시 는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연구진은 <셀>에 낸 논문에서 장내 세포들이 장내 미생물을 감지하면 그 정보를 주변 신경세포에 전달해 뇌에 알리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죠.

정확히 어떤 매커니즘으로 장과 뇌의 상호작용이 작동하는지는 밝히지 못했지만, 우리가 먹은 것이 감정과 행동, 면역체계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꾸준히 발견되고 있습니다. 어떤 음식을 선택하는가는 영양성분 차원을 넘어서는 거죠.

[몸 한끼, 맘 한끼] 세 번째 시간에는 “내 밥이 곧 나다”라는 주제로 미술 작업을 합니다. 먼저 종이에 자기 몸을 그립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나하나 인식하며 실루엣을 따라 그리는 거예요. 그리고 일주일 동안 먹은 음식들이 내 몸에 어떻게 자리 잡고 있는지 심상화하여 선, 면, 색 등으로 표현합니다. 위장으로 갔다가 에너지로 쓰이거나 배변으로 사라지는 음식이 아니라, 우리의 감정선에 울림을 주는, 의식 차원에 남아있는 음식을 상상해야 해요. 그림이 완성되면 다른 구성원에게 작품을 보여주고 설명하며 이야기를 나눕니다.

▲ 우리의 몸과 마음은 ‘장-뇌 연결축’으로 연결돼 있습니다. © 이현지

음식이 기분을 좋게 해주는 건 실제적 경험

<뇌와 장의 은밀한 대화, 더 커넥션>은 “장과 장내 미생물군은 밀접한 상호작용을 통해 음식 선호도나 식사량뿐 아니라 우리의 감정과 통증 민감도, 사회적 상용작용, 나아가 의사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영어로 직감을 ‘gut feeling’으로 쓴다는 점을 짚으며, 우리가 어떤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뇌와 장 사이 복잡한 의사소통이 일정한 역할을 한다고 말하죠.

애정과 정성으로 만든 밥을 먹으면 마음이 푸근해지죠. 담백하고 단순한 음식을 먹으면 평온해지는 기분이 듭니다. 공장식으로 만든 즉석식품으로 끼니를 때우면 왠지 공허해지는 느낌이 들곤 하죠. 이런 감정들이 ‘왠지 모르게 그렇게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아직 밝혀지진 않았으나 우리의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실제적인 경험입니다.

이처럼 내가 선택한 음식은 나의 의식이 반영된 것이고, 다시 그 음식이 우리 의식을 구성합니다. 그러니 음식을 맛이나 영양성분 등 몸의 차원에서만 아니라, ‘장-뇌 연결축’(gut-brain axis)에 따른 마음의 차원에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 저녁 몸 그리고 마음을 깊이 느껴보며 식사해보세요. [몸 한끼, 맘 한끼] 콘텐츠를 구독하면서, 함께 진정으로 나의 몸-마음을 위한 식사를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미술치유 프로그램인 [몸 한끼, 맘 한끼]를 진행하는 이현지 <미로우미디어> 대표는 이화여대 미대를 졸업하고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에 재학하면서 사단법인 <단비뉴스> 영상부장으로 일했으며 졸업 후 취업 대신 창업을 선택했습니다. 미술과 영상, 글쓰기를 결합하는 컨셉트의 <미로우미디어>는 서울시의 도농연결망 '상생상회' 출범에 기여했고 <단비뉴스>에는 [여기에 압축풀기]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편집자)

 편집 : 오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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