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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 통한 소통’ 연 ‘홍카×레오’

기사승인 2019.06.20  22:4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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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를 보니] ‘알릴레오’와 ‘홍카콜라’의 만남

   
▲ 임세웅 기자

인터넷은 ‘소통의 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소통에 필요한 시∙공간적 제약을 받지 않아 의지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건강한 토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한 사람이 이야기만 하고 들을 생각이 없다면, 인터넷은 일방적 메시지 전달 창구 기능을 할 뿐이다. 이 현상은 정치가 인터넷을 사용하는 모습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질문과 비판을 쏟아내는 언론이 ‘가짜뉴스’를 쏟아낸다고 비판하면서 트위터를 통해 일방적인 메시지만 전파한다.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정치인들 역시 마찬가지다. 강효상 자유한국당 원내부대표는 과거 ‘저널리즘 토크쇼 J’에서 인터뷰를 요청하자 “페이스북을 보라”고 했다.

‘홍카콜라’의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역시 인터넷을 ‘확성기’로 이용했다. 그는 노무현재단 유시민 이사장과 함께한 대담 ‘홍카×레오’ 에서 “나는 댓글을 안 본 지 오래됐다”고 말했다. 변상욱 사회자가 “보좌하시는 분들이 메모해서 보여주지 않느냐”고 말하자 “안 해요”라며, 유튜브를 일방적인 메시지 전달창구로만 활용한다는 사실을 확인해줬다.

   
▲ ‘홍카×레오’에서 발언하는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 노무현재단 유튜브

플랫폼을 이긴 포맷의 힘

‘홍카×레오’의 프로그램 포맷은 JTBC 프로그램 ‘썰전’과 유사하다. ‘시사평론예능’이라는 장르를 만들어낸 썰전의 포맷은 쌍방향 소통을 지향한다. 이 포맷에서는 사회자와 진보·보수 논객 각 한 명이 고정으로 등장한다. 논객은 정계에서 경험을 쌓았으나, 정치권과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이들이다. 정계 안팎을 두루 살필 수 있고, 각 진영 처지를 잘 이해하며, 특정 세력에 휘둘리지 않고 비교적 자유롭게 자기 생각을 말할 수 있다. 사회자는 중립적으로 발언을 정리하고 프로그램 전체를 이끄는 구실을 한다.

박형준 동아대 교수와 유시민 작가가 논객으로 등장하고, 연예인 김구라가 진행을 맡았을 때 썰전은 급성장했다. ‘홍카×레오’는 이 포맷을 차용했다. 박형준, 유시민, 김구라는 홍준표, 유시민, 변상욱으로 대체됐다. 진보로 분류되는 변 씨는 중립성을 지켜야 하는 YTN ‘변상욱의 뉴스쇼’ 앵커라는 이유로 논란에서 비껴갈 수 있었다.

   
▲ 진보와 보수 논객이 시사•경제를 주제로 ‘썰’을 풀었던 썰전. 시사평론예능이라는 새 영역을 만들었다고 평가받는다. © JTBC

이 포맷은 유시민 이사장이 말했듯 말의 ‘티키타카(탁구공이 왔다갔다하듯 짧게 주고받는 행위)’가 필수다. 한 논객이 한 의제에 관해 자기 생각을 말하면, 다른 논객이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다른 의견을 말한다. 감정이 아니라 논리를 풀어낸다. 논리가 팽팽하게 대립하면, 사회자나 다른 논객이 유머로 분위기를 풀어간다. 출연자들의 티키타카에서 사람들은 각 진영의 논리를 자연스레 이해하게 된다.

   
▲ ‘홍카x레오’ 출연자들. 왼쪽부터 변상욱 사회자,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 노무현재단 유튜브

시사평론예능 포맷은 지상파 토론 포맷과는 다르다. 가장 큰 차이는 ‘패널의 고정성’과 ‘세력의 자유로움’이다. 지상파 토론 포맷은 이 둘을 다 갖추지 못했다. 얼마 전 이슈가 됐던 MBC ‘100분 토론’ 827회, ‘‘게임 중독’ 질병인가 편견인가’는 포맷의 차이가 결과의 차이를 가져온 대표적 사례다.

이 토론에는 노성원 한양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김윤경 시민연대 인터넷 스마트폰 과의존 예방 정책국장,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 겸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가 출연했다. 일시적으로 만나 토론 뒤에 흩어질 사람들이고, 특정 세력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모인 이들이었다. 출연자들은 자기가 대표하는 집단의 견해만 대변했고, 토론은 ‘목청 싸움’이 됐다. 논리는 싸움에서 동원하는 무기의 한 종류일 뿐이었다. 논리의 티키타카가 아니라 감정의 싸움이 일어났다.

   
▲ MBC 100분 토론 827회, ‘‘게임 중독’ 질병인가 편견인가’의 한 장면. 왼쪽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 오른쪽 김윤경 시민연대 인터넷 스마트폰 과의존 예방 정책국장. ©️ MBC

비록 화합에 이르지 못할지라도

지난 5일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홍카×레오’가 현안을 놓고 치열한 다툼이 없었다는 한계를 지적했다. 이 최고위원은 “주제를 보니 방송 기획의도가 드러났다”며, “그냥 각자 내 생각 얘기하는 정도의 주제였다”고 말했다. 그는 홍 전 대표가 2012년 ‘나는 꼼수다’라는 팟캐스트에 출연해 대담한 과거를 짚으며, “대담을 했을 때 톤다운 된 모습을 많이 보여줘 이미지 상승 효과를 경험했기에 이번에도 비슷한 목적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결과적으로 ‘홍카×레오’는 한국 정치와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할 것이다. 첫 번째 이유는 사람들이 한국 정치도 품격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소통과 논쟁의 시작점을 열었기 때문이다. 유 이사장의 말처럼 “다툼의 여지가 있다”면서도 타인의 논리를 끝까지 경청한 뒤 반박하고, 이에 홍 전 대표가 “내공이 깊다”며 상대 논리의 단단함을 인정하는 모습은 서로의 견해를 충분히 듣고 확인하는 모습이다. 이는 소통과 논쟁을 위한 사전 작업이다.

이들이 상대방 논리에 설득되어 생각을 바꾸기는 힘들다. 그들은 보수 논객과 진보 논객이고, 자기 삶을 정치에 투신하며 그 논리의 단단함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설득될 가능성이 없다 해도 충분한 토론은 시민을 위해 필요하다. 시민들은 그들의 말을 들으며 자신의 논리 정합성을 따져보고, 논리를 세운다. 그 논리를 토대로 시민들은 다른 시민들과 더 나은 결론을 내기 위해 고민하고 토론한다. 시민들이 정치에서 대화와 토론을 원하는 이유다.

   
▲ ‘홍카×레오’ 유튜브에 달린 댓글.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대화하는 모습을 본 시민들의 반응이다. © 노무현재단 유튜브

‘홍카×레오’ 포맷은 유튜브에 최적화

썰전은 3월 17일을 끝으로 무기한 잠정 휴식기에 들어갔다. 썰전은 매주 진행해야 하는 프로그램이다 보니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사람들 이목이 쏠리지 않은 이슈들도 다루어야 했다. 이는 프로그램의 파급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정계 경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진영으로부터 자유로운 패널을 구하기도 힘들다. 이철희 의원이 원내수석부대표가 되고 제작진에게 하차 통보를 하자 마땅한 패널을 구하지 못한 썰전의 모습이 이를 보여준다.

유튜브는 지상파나 종편과 달리 프로그램 정규편성을 할 필요가 없다. 이슈가 없을 때 억지로 방송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굵직한 이슈가 터질 때마다, 한 이슈에 대한 시민들의 호기심이 고조될 때마다 이런 포맷을 사용해 그들의 호기심을 해소할 수 있다. 패널들은 이미지를, 시민들은 패널들의 대화와 토론으로 소통의 기본 요건인 ‘상대에 대한 이해’를 갖출 수 있다.

   
▲ ‘홍카X레오’ 촬영이 끝나고 출연자들이 악수를 하고 있다. © 노무현재단 유튜브

포맷만 같다면 ‘홍카×레오’가 아니라도 상관없다. 홍 전 대표와 유 이사장, 변 교수의 조합이 아니라 ‘펜앤드마이크’ 의 정규재, ‘딴지방송국’의 김어준, CBS ‘김현정 뉴스쇼’의 김현정 앵커 조합이 ‘홍카×레오’보다 더한 화제성을 낳을 수도 있다. 포맷의 힘은 이렇게 세다. 패널들의 이미지와 시민들의 소통 가능성 상승이라는, 쌍방 이익을 낳는 ‘홍카×레오’ 포맷의 유튜브 확산을 기대한다.


편집 : 박지영 기자

임세웅 기자 sewoongim@naver.com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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