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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결’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기사승인 2019.06.08  11:3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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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비발언대]

   
▲ 양안선 PD

1688년 명예혁명을 통해 왕권을 의회권력 아래 둔 현대 민주주의의 요람, 영국이 흔들린다. 2016년 6월 국민투표에서 다수가 찬성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때문이다. 국민투표 당시 51.9%가 브렉시트에 찬성표를 던졌다. 유럽연합 잔류를 주장한 나머지 48.1%의 의견은 묻혔다. 아직도 여론은 분열된 상태고, 브렉시트 협상은 난항을 겪는다. 브렉시트 혼선의 책임을 지고 테리사 메이 총리는 사임을 발표했다. 다수결로 결의한 사안이 사회 혼란을 잠재우기는커녕 더 부채질하는 모양새다. 왜 그럴까? 다수결의 원칙이 힘을 얻기 위해 필요한 신뢰가 결여된 탓이다.

   
▲ 2016년 6월 영국 국민투표에서 51.9%가 브렉시트에 찬성했다. 현재 브렉시트 협상은 난항을 겪고 있고 테리사 메이 총리는 책임을 지고 사임을 발표했다. ⓒ Pixabay

고대 아테네의 독재방지 시스템, 도편추방제는 다수결의 원칙을 따른 대표적인 사례다. 아테네 시민들은 페르시아 전쟁을 승리로 이끈 테미스토클레스를 민회에서 도편추방했다. 마라톤 전쟁의 영웅 밀티아데스의 아들 키몬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도편추방제를 만든 클레이스테네스의 조카들도 도편추방제에 걸려 국외로 쫓겨났다. 도편추방제는 영웅이나 개혁 정치인의 가족을 가리지 않았다. 그 비결은 동료시민들이 아테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선택한 결정에 대한 신뢰였다. 개인의 이익이 아닌 공동체의 이익을 위한 결정이라는 신뢰다. 그래야 소수도 다수의 의견이 합당하다고 존중하며 따른다.

위르겐 하버마스는 공론장(Offentlichkeit, Public Sphere) 모델을 내세운다. 갈등의 소지가 있는 사회현안들을 공론장에서 다루며 걸러내 합의를 일군다는 논리다. 시민들은 토론과 숙의 과정을 거치며 루소가 설파한 사회계약론의 기초인 ‘일반의지’(Volonte Generale, General Will), 곧 보편타당한 의견을 모은다. 이를 위해서는 정보의 정확성이 선결과제다. 정확한 정보가 있어야 정확한 인식이 가능하고 신뢰가 생기며, 그 아래서 다수결의 원칙은 공고해진다.

스위스는 결혼한 부부의 합산 소득을 과세기준으로 잡는다. 이에 반해 동거 커플에게는 각자 소득에 세금을 매긴다. 결혼한 부부가 불리하다는 이유로 2016년 세법개정안이 나왔다. 하지만 국민투표에서 50.8% 반대로 부결됐다. 최근 스위스 대법원은 이 결과를 무효로 만들었다. 세법을 고치지 않을 경우 피해자가 5배 이상 많아진다는 정보를 국민들이 알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제대로 된 정보를 기반으로 한 다수결의 원칙만이 신뢰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선거제도 개혁안 패스트 트랙을 놓고 여야 충돌을 넘어 국회마저 헛돈다. 선거제도 개혁안의 목표는 뒤로 밀렸다. 자당에 불리한 구조는 아닌지, 자신의 지역구 의석이 사라지는 것은 아닌지에만 촉각을 곤두세운다. 그러다 보니 선거제도 개혁안의 주요 정보는 논의에서 벗어난 상태다. 무엇이 공동체의 이익에 보탬이 되는지 국민이 제대로 확인하기 어렵다. 신뢰가 쌓일 리 없다. 자칫, 브렉시트와 같은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우려가 높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형식요건만 갖춘 다수결의 원칙이 아니라 정확한 정보와 신뢰에 기초한 다수결의 원칙을 통해 더 깊게 뿌리 내린다.


편집 : 김현균 기자

양안선 PD yasun2002@gmail.com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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