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현장] 2019 대기질 개선 서울 국제포럼

“제 넥타이 색깔을 유심히 봐주십시오. 도시의 하늘색도 이런 색깔이면 좋으시겠죠?”

22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서울시청 본관 다목적홀. 서울시가 주최한 ‘2019 대기질 개선 서울 국제포럼’에서 박원순 시장이 개회사 도중 자신이 맨 파란 넥타이를 들어 보였다. 그는 “미세먼지로 인한 조기사망이 전세계에 7백만명이라는 세계보건기구(WHO) 조사는 굉장히 충격적”이라며 “서울시는 2017년 7월 미세먼지를 하나의 재난으로 규정했다”고 밝혔다.

미세먼지 탓 조기사망 전세계 7백만명

세션1에서는 아시아 주요 도시 참가자들이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어떤 교통정책을 추진하고 있는지 발표했다. 하동준 서울시 차량공해저감과 팀장은 “초미세먼지 상태가 좋은 날을 현재 57일 수준에서 2022년 150일까지 늘리는 것이 서울시의 목표”라며 공해차량들을 조기 퇴출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는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되면 다음날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의 서울 시내 운행을 제한하고 있다.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은 2005년 이전 생산된 노후 경유차와 1987년 이전 제작된 휘발유 및 액화천연가스(LPG) 차량을 말한다. 서울시는 앞으로 미세먼지가 심해지는 시즌에는 5등급 이외 차량도 운행을 제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중국에서는 이번 포럼에 베이징시, 지린성, 선전시 등 역대 최다인 16개 지방자치단체가 참가해 그간의 정책 성과를 자랑했다. 특정 연도까지 미세먼지 감축 목표를 정하고 디젤차량 감축 등을 통해 이를 달성했다는 것이다.

리 쿤성 베이징시 생태환경국 처장은 베이징시가 유럽보다 엄격한 자동차 배출 기준을 시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1999년부터 유럽 자동차 배출 기준을 적용하기 시작했으며 2020년까지 3.5톤(t) 이하의 중형 디젤 차량을 등록할 수 없도록 법을 바꿨다”고 소개했다. 또 노후차량을 폐기할 때 보조금을 지급함으로써 낡은 경유차를 퇴출시키고 있는데, 다른 많은 도시들이 베이징의 이런 조치를 배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버스전용차로 등 교통흐름만 개선해도 도움

고준호 한양대 교수는 버스전용차로 등 교통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도 대기질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발표했다. 시뮬레이션 결과 버스전용차로 도입 후 대기질이 30% 이상 개선되는 효과가 있었다는 것이다.

권세중 외교부 기후환경과학외교국장은 “고농도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세밀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며 노후 경유차를 조기에 폐차하고 화물차를 LPG로 전환하는 등의 교통정책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시민들도 (미세먼지의) 피해자이자 가해자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며 정부 정책과 함께 개인의 에너지 절약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농도 기준 규제를 총량 기준으로 바꿔야

세션2에서는 생활부문에 초점을 맞춘 대기질 개선 방안이 논의됐다. 임필구 환경부 사무관은 “미세먼지의 가장 큰 배출원은 사업장(40%)이고 석탄발전을 포함한 발전이 14%로 고정배출원이 총 54%를 차지한다”며 고정배출원에 대한 관리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그동안 농도 중심으로 이루어진 저감 대책을 총량 중심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즉 몇 입방미터당마이크로그램(㎍/㎥)까지 미세먼지를 줄이겠다는 농도 기준에서 사업장의 미세먼지 배출 허용량을 두 배로 강화하는 등 총량 기준으로 규제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제도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드론(무인기) 등을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헤이룽장성, 지난시, 사천성에서 온 참가자들은 모두 해당 지역에서 석탄 보일러를 줄이고 있다고 밝혔다. 스리 충칭시 생태환경국 부처장은 한국에서 갈비집에 갔던 기억을 회상하며 “숯불갈비를 굽는 시설의 연기흡입기가 인상깊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는 훈연 소시지를 즐겨 먹는데, 노천에서 훈연을 금지하고 지정된 장소에서 배출 오염 기준에 맞는 훈연 가공을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박원순 서울시장 등 ‘2019 대기질 개선 서울 국제포럼’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양안선

미세먼지 흡수하고 열섬현상 완화하는 도시숲

“나무 한 그루가 연간 35.7그램(g), 즉 에스프레소 한 잔 정도의 미세먼지를 흡수하는 등 다양한 기능을 가집니다.”

세션3에서 손정아 국립산림과학원 박사는 숲의 기능을 이렇게 소개했다. 실제로 사철나무의 잎을 채취해서 확대해 보면 잎에 부착된 미세먼지를 볼 수가 있다고 한다. 도시에 조성한 숲은 나뭇잎과 가지 표면에 미세먼지를 흡착하고 나무나 지표면으로 미세먼지를 가라앉히는 작용을 왕성하게 함으로써 대기오염의 폐해를 완화해 준다는 설명이다.

유영봉 서울시 공원녹지정책과장도 도시 열섬현상(건물이 밀집한 도심의 온도가 주변보다 높아지는 현상)과 대기오염 등의 해법을 도시숲에서 찾을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오는 2022년까지 3천만 그루의 나무를 심을 방침이다. 유 과장은 “올해 2월부터 시작한 ‘나무 심을 땅 찾기 공모’ 등 시민 참여를 확대해서 나무심기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 이번 포럼에는 한중일 등 6개국 35개 도시 대표단과 대기질 전문가, 시민 등이 참여했다. ⓒ 양안선

올해 9번째를 맞은 대기질 개선 서울 국제포럼은 중국, 일본, 싱가포르, 베트남 등 6개국 35개 도시가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됐다. 22일에 이어 23일에는 도시간 협력 우수사례, 대기질 개선을 위한 시민참여 방안을 주제로 토론이 이어졌다.


편집 : 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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