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다가 본 한국과 아시아] ‘브루나이 샤리아법’ 보도

▲ 아르요노 디다 PD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BBC 뉴스’는 BBC의 한 부서로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 제작, 그리고 송출을 담당한다. 세계 최대 방송 뉴스 조직으로 매일 120시간 분량의 TV·라디오 뉴스와 온라인 뉴스를 생산한다. BBC 뉴스는 세계에 250여명 특파원을 거느린 50개 해외지사를 두고 있다.

세계가 신뢰하는 뉴스매체지만...

BBC는 영국인뿐 아니라 세계의 시청자에게 신뢰할 수 있는 뉴스를 제공하는 방송사임을 자부한다. BBC 뉴스 웹사이트도 TV·라디오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정확하고 공정하며 독립적이고 불편부당한 저널리즘을 지향한다. BBC가 지향하는 편집 가치는 2017년 12월에 발간한 ‘뉴스 신뢰도와 투명성 강화 가이드라인’이란 문건에서 확인할 수 있다.

‘모든 우리 콘텐츠에 관해 시청자가 보여주는 신뢰는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을 뒷받침한다. 우리는 독립적이고 불편부당하며 정직하다. 우리는 최고 수준의 정확성과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의도적으로나 실질적으로 시청자를 오도하지 않도록 노력한다.’

BBC 뉴스는 영국에서 출발했지만, 전세계 사람들에게도 신뢰할만한 뉴스를 제공한다. BBC 뉴스는 영어 외 44개 언어로 제공된다. 아시아에서는 중앙아시아에 2개, 남아시아에 11개, 한국과 인도네시아를 포함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8개 언어로 뉴스를 제공한다.

BBC 뉴스는 다양한 언어로 제공되므로 수용자가 국제뉴스나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으면서도 정확하다. 뉴스가 다른 언어로 제공돼도 같은 뉴스 표준에 따라 작성되기 때문이다.

▲ 3개의 다른 언어판 BBC 인터넷 뉴스 첫 페이지. © BBC News

한국어판 제목 ‘부르나이 동성애자 돌팔매질’ 

브루나이에서 최근 개정된 새로운 법을 예로 들어보자. 3개 언어로 전해진 BBC 뉴스는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영어판 원문 기사 제목은 '브루나이 반-성소수자(LGBT) 법 위반자 죽을 때까지 돌팔매질’이다. 이 제목을 읽는 독자들은 이 기사가 브루나이 성소수자들의 사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이해할 것이다.

한국어판 기사 제목은 ‘샤리아법: 브루나이, 동성애 하면 돌팔매질하고 절도하면 손발 절단한다’이다. 영어판과 제목이 약간 다른 이 기사를 읽은 독자는 이 기사 맥락이 브루나이에서 법이 개정되기 전의 ‘샤리아법’에 관한 것이라 생각할 것이다. 인도네시아어판 기사 제목은 ‘브루나이, ‘죽을 때까지 돌팔매질‘ 조항 적용, 게이들 ‘두려움에 떤다’’이다. ‘두렵다’라는 단어를 사용해 더 감정적인 기사로 만들었다.

브루나이의 새로운 ‘반-성소수자 법’은 인권 위배라는 이유로 세계적인 이슈로 떠올랐다. 이런 이유로 아래 그림과 같이 영어와 한국어권 두 곳 다 이 사건에 반응을 보였다. 미국의 유명 TV 프리젠터 엘렌 드제너스는 트윗을 통해 그녀의 지지자들이 미국과 유럽에 있는 브루나이 술탄의 호텔을 비롯한 자산을 보이콧하도록 설득했다. 영어 기사에는 다른 헐리우드 스타들 반응도 링크돼 있다.

▲ 사진에서 빨간 상자는 한국어판이나 인도네시아어판 기사에서 모두 빠졌다. ‘새로운 법률에 따라 특정 행위로 기소된 개인은 자백하거나 증인이 있는 경우 유죄 판결을 받게 된다’는 내용과 ‘레즈비언 성애 관계는 몽둥이 40대 또는 징역 10년형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 BBC News

영어판에는 인권단체 설립자 인터뷰 부각

영어판 기사는 이슬람 율법이 브루나이에서 처음 시행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설명한 뒤, 인권단체인 ‘브루나이 프로젝트’ 설립자 매튜 울프 인터뷰를 실었다 ‘왜 지금 이 법이 시행되는가’라는 질문에 그는 “이슬람권 관광객이 증가함에 따라 외국투자를 유치하려는 브루나이의 의도와 관련이 있으며, 이는 이런 의도에 효과적인 방법으로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매튜 울프의 말은 이 문제에 관해 독자들에게 새로운 관점을 던진다. 이 이슈는 종교나 소수 민족에 관한 문제일 뿐 아니라 정치·경제 문제가 될 수 있다.

한국어판 기사에는 “브루나이 형법, 어떻게 개정되나"라는 부제를 달았다. '샤리아법' 대신 '형법'이란 용어를 썼는데, 형법은 브루나이 샤리아법 중 몇 조항만 해당되는 것이다. 샤리아법을 형법으로 설명해 한국인들이 샤리아법에 관해 정확하게 알기 어렵게 했다.

인도네시아판은 유엔인권위원장 인터뷰

인도네시아어판 기사는 처음부터 브루나이 샤리아법에 관해 설명한다. ‘브루나이에서 이슬람 율법이 적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인가’라는 인도네시아어 판 기사에는 미셸 바첼레 유엔 인권위원장 인터뷰가 실렸다. 그녀는 “브루나이 국민의 인권 보호를 심각하게 후퇴시킬 잔인한 새로운 형법 시행을 취소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다른 언어 기사에는 이 내용이 없다. 브루나이 샤리아법으로 무엇이 규제되는지도 추가했다.

이 문제에 관한 브루나이 국민의 반응은 영어, 한국어, 인도네시아어판 기사 모두 내용이 같다. 인도네시아어판 기사는 ‘브루나이 게이들 반응’을 부제로 달았다. 독자들과 심리적 거리를 좁히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샤리아법에 두려움을 느끼는 보통 사람들 인터뷰도 포함됐다.

▲ 한국어와 인도네시아어판 기사에서 삭제된 기사 마지막 부분. © BBC 뉴스 UK

영어판 기사에는 마지막 부분에 빌 헤이튼이 BBC 라디오4와 인터뷰한 내용을 실었다. 헤이튼은 술탄이 새로운 이슬람 율법을 종교적인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한다면서, “어떤 처벌도 실제로 가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 가지 기사에서 모두 빠진 부분이 있다. 영어 기사는 인권단체인 브루나이 프로젝트 설립자 매튜 울프 인터뷰를 인용했다. ‘왜 지금 이렇게 논쟁적인 법을 시행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내용이다. 한국어와 인도네시아어 기사에는 이 내용이 없다. 인도네시아어 기사는 미셸 바첼레 유엔 인권위원장 인터뷰를 삽입했다. 영어와 한국어 기사에서는 이 인터뷰가 잘렸다. 미셸은 브루나이 정부를 향해 잔인한 샤리아법을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이는 브루나이의 인권 보호를 위한 중요한 행동이었다. 이 정보가 왜 빠졌을까?

뉴스 프레임 달라지면 정보 해석도 달라져

영어 기사는 브루나이가 반-성소수자 법과 샤리아법을 도입했다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브루나이 샤리아법에서 규제하는 세부 사항을 언급하면서, 사형까지 선고할 수 있는 ‘반-성소수자 법’에 관한 세계인의 반응을 보여준다. 브루나이 샤리아법을 설명하면서 논란이 많은 법을 왜 지금 도입하려고 하는지 인권단체 위원장 인터뷰도 인용했다. 브루나이 사람들 의견도 반영했다. 마지막으로 이 법이 시행되어서는 안 된다는 빌 헤이튼의 말로 끝맺었다.

이런 프레임으로 독자들은 왜 이 새로운 법을 시행하려고 하는지 정확히 알게 될 것이다. 영어판 기사를 읽은 사람들은 이 법이 종교뿐 아니라 정치와 경제 측면과도 관련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한국어판 기사 제목은 ‘샤리아법: 브루나이’지만, 샤리아법이 세부적으로 무엇을 규제하는지는 설명하지 않는다. 한국어판 기사는 브루나이인에게 이슬람 교리 적용을 강화하려는 브루나이 술탄의 의견을 첫머리로 시작한다. 이어 팬들이 미국과 유럽 국가에 산재한 술탄의 자산을 보이콧하도록 설득하는 헐리우드 스타를 비롯해 세계인의 반응으로 연결한다. 이슬람법이 브루나이에서 처음 시행되는 것이 아니라는 설명도 덧붙인다.

부제는 샤리아법 대신 ‘브루나이 형법, 어떻게 바뀌나’로 했다. 이 부분에서 한국어 기사는 이슬람 율법이나 샤리아법에서 규제하는 세부 사항을 언급했다. 마지막에는 브루나이 사람들 반응을 보여준다. ‘성소수자’와 ‘비-성소수자’ 모두 새로운 법률이 위협적이고 두렵다는 의견이다.

이 기사는 샤리아법이 브루나이에서 형법이라는 결론을 내리도록 오도한다. 브루나이 샤리아법이나 이슬람 율법은 매우 강압적이고 반인권적이다. 브루나이에서는 이러한 비인간적 율법이 예외 없이 적용되는데, 술탄의 권력이 강력하기 때문이다. 세계 많은 사람들이 이 잔인한 법을 취소하도록 촉구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 기사는 이슬람 율법이 비인간적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인도네시아어판 기사에서는 브루나이 술탄의 성명서를 통해 법 개정 배경을 직접 설명한다. 이어 이 법에 관한 동성애자들 의견을 덧붙인다. 그리고는 ‘세계 많은 사람들의 반응’은 빼버렸다. 대신 브루나이에서 이 법이 시행될 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설명한다. 인권과 관련해 이 법을 평가하는 미셸 바첼렛 유엔 인권위원의 인터뷰가 뒤를 잇는다. 인도네시아어판 기사는 성소수자와 비-성소수자의 의견을 다 보여주고 한국어 기사와 비슷한 방식으로 끝맺는다. 비-성소수자 의견을 함께 담았으면서도 부제는 ‘브루나이 게이들의 반응은 어떨까’이다.

인도네시아어판 기사는 브루나이 샤리아법의 세부사항을 주로 이야기했다. 이 기사의 주요 내용은 브루나이에서 구현된 이슬람법이나 샤리아법이다. 이 기사는 이 사안이 반-성소수자 법을 두려워하는 소수 성소수자에 관한 문제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대부분 이슬람교를 믿는다. 그래서 이 기사는 인도네시아인이 인권에 관한 고려 없이 이슬람 율법에 동의하도록 이끈다.

뉴스 프레임이 달라지면 정보의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 ‘인권에 관한 70년의 진보’에 근거한 시민의 기본인권은 보장되어야 한다. 유엔 헌장 제19조는 ‘모든 사람은 의견과 표현의 자유를 가질 권리가 있다. 이 권리는 간섭 없이 자신의 의견을 견지하고, 국경을 넘어 모든 미디어를 통해 정보와 아이디어를 구하고, 받고, 전달하는 자유를 포함한다’고 규정돼 있다. 세 기사는 같은 기사를 재구성한 것이다. 어느 기사가 가장 정확한 것인가?

<원문 기사>
영문판: https://www.bbc.com/news/world-asia-47769964
한국어판: https://www.bbc.com/korean/news-47796919
인도네시아어판: https://www.bbc.com/indonesia/dunia-47796768


인도네시아 대학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하고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으로 유학 온 아르요노 디다(22·본명 Aryono Afridha Putri) 씨가 동남아시아인의 시각으로 한국과 아시아 문화를 관찰하고 재해석하는 기획기사를 <단비>에 연재합니다. (편집자)

편집 : 양안선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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