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정임의 문답쇼, 힘] 한국인 최초 인터폴 총재 김종양

“삼합회, 야쿠자, 마피아 등 국제범죄조직이 자국 내에서만 활동하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불법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비즈니스 사업체로 변모해가고 있어요. 겉으로만 봐서는 그 업체 뒤에 끔직한 범죄 조직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없습니다.”

세계 194개 나라가 가입한 형사경찰기구인 인터폴의 100여년 역사에서 첫 한국인 수장이 된 김종양(58) 총재가 17일 SBSCNBC <제정임의 문답쇼, 힘>에 출연해 인터폴의 활동상을 설명했다. 교통부 사무관으로 근무하다 경찰로 전직한 뒤 경남과 경기지방경찰청장 등을 거친 그는 지난해 11월 인터폴 총재 선거에서 당선됐다.

글로벌 사업체로 변모한 국제 범죄조직 

김 총재는 홍콩과 중국을 거점으로 하는 삼합회, 일본의 야쿠자, 이탈리아의 마피아 등 범죄조직이 글로벌 사업체로 위장한 채 밀입국 알선, 위조 상품, 희귀동식물, 금 채굴 등 다양한 영역에서 불법 거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인터폴은 범죄조직과를 두고 이들의 자금과 인력 분석, 단원의 신체정보 데이터베이스(DB)화 등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총재는 “범죄조직 단원들의 국경이동을 차단하고, 매분기별로 조직별 동향 보고서를 회원국들과 공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김종양 총재는 삼합회, 야쿠자, 마피아 등 국제범죄조직이 글로벌 사업체로 변모함에 따라 인터폴도 범죄조직원 정보 공유 등 국제 공조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 SBSCNBC <제정임의 문답쇼, 힘>

김 총재는 또 최근 재벌 3세와 연예인 등이 마약사범으로 줄줄이 구속되고 일반인 대상 마약범죄도 늘어나고 있는 것과 관련, 우리나라도 더 이상 ‘마약 청정지대’라고 안심할 수 없음을 인정했다. 

“대한민국 치안이 안전한 요인 중 하나가 총기 소지를 금지하고 있다는 것, 또 하나는 마약이 다른 나라에 비해 대중화가 덜 됐다는 것입니다. 공권력이 약한데도 치안이 제대로 확보될 수 있었던 이유죠. 하지만 최근 들어서 재벌 3세들이라든지 그런 친구들이 마약을 복용하는 사례가 빈발해서 걱정이 됩니다. 물론 이들은 대부분 해외 유학 중에 마약을 접했다가 끊지 못하고 국내에서도 손을 대는 것 같습니다만.” 

김 총재는 국제적으로 볼 때 아프가니스탄, 라오스, 미얀마 등이 주요 마약 생산지이며 항만보안이 약한 아프리카 지역이 미국, 유럽 등으로 마약이 유통되는 거점이 됐다고 설명했다. 또 인터넷 상거래가 발달하면서 ‘다크넷’으로 불리는 온라인 암시장에서 무기, 음란물과 함께 마약이 쉽게 유통되고, 거래 대금을 암호화폐로 지불하는 등 은밀한 수법이 발달해 단속은 더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현재 인터폴은 마약 생산과 유통을 단속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운영 중이며 사이버 치안력을 높여 불법행위 단속과 예방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김 총재는 밝혔다.

▲ ‘다크넷’과 암호화폐 등 거래수법이 더욱 은밀해짐에 따라 인터폴도 마약의 생산과 유통을 막는 프로젝트를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하는 김종양 총재. ⓒ SBSCNBC <제정임의 문답쇼, 힘>

‘가장 안전한 나라’ 꼽히던 뉴질랜드에도 테러 

최근 케냐, 뉴질랜드, 스리랑카 등에서 테러가 잇달아 발생하고,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 각국도 테러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김 총재는 “테러 발생 장소와 주체, 이유가 다양해졌기 때문에 지구상에 테러에서 안전한 나라는 없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탈레반(아프가니스탄), 이슬람국가(IS, 시리아), 보코하람(나이지리아), 알 샤바브(소말리아) 등이 대부분의 테러를 자행했지만 요즘은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 외에 극우주의자, ‘외로운 늑대’로 불리는 자생적 세력의 테러도 종종 일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테러 발생 지역도 중동과 북아메리카 등에 국한됐다가 2017년에는 67개국으로까지 확대됐다. 테러 사유도 ‘이슬람 왕국 건설’에서 경제적 불만과 반 유대, 반 이슬람 등 다양해졌다.

김 총재는 “뉴질랜드는 전 세계 160개국 중 테러 가능성이 159위였을 정도로 안전한 나라로 꼽혔는데 얼마 전 테러가 일어났다”며 “우리나라(113위)도 테러에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우리나라가 다인종, 다문화, 다사상 국가로 변하면서 경제적 불평등과 외국인근로자(차별) 등이 원인이 될 수도 있고, 몇 년 전 IS가 ‘십자군 동맹국(기독교국가)’으로 한국을 지목한 적도 있기 때문에 항상 긴장하고 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김종양 총재는 이슬람 극단주의 집단인 IS가 한때 한국을 공격대상으로 지목했던 것처럼, 우리나라도 테러에서 안전한 나라가 아니라고 말했다. ⓒ SBSCNBC <제정임의 문답쇼, 힘>

폼페이오 지원사격, 러시아 후보 꺾고 당선 

인터폴 집행위원을 거쳐 부총재로 일하던 그는 지난 해 10월 중국인인 멍훙웨이 전 총재가 개인 비리 혐의로 중국 당국에 체포돼 중도 사임하면서 총재 선거에 나갔다. 당초 러시아 후보의 당선이 유력하다는 관측도 있었으나 유럽 등 일부 회원국이 ‘러시아에서 총재가 나오면 푸틴 대통령의 정적을 제거하는 데 인터폴이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미국의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김 총재를 공개지지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그는 “다른 국제기구와 달리 1국 1표 원칙이 적용되는 선거였기 때문에 겸손한 자세로 약소국의 마음을 얻는데 공을 들였고, 190여명 대표를 일일이 만나 설득한 것이 주효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한국 경찰의 사이버수사 능력을 적극 활용, 인터폴이 온라인 범죄 대응을 고도화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김종양 총재는 지난해 11월 인터폴 총재 선거 당시 190개국 대표단장을 일일이 찾아가 겸손하게 지지를 당부하는 전략으로 승리했다고 회고했다. ⓒ SBSCNBC <제정임의 문답쇼, 힘>

경제방송 SBSCNBC는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가 진행하는 명사 토크 프로그램 ‘제정임의 문답쇼, 힘’ 2019 시즌방송을 3월 14일부터 시작했다. 매주 목요일 오후 11시부터 1시간 동안 방영되는 이 프로그램은 사회 각계의 비중 있는 인사를 초청해 정치 경제 등의 현안과 삶의 지혜 등에 대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풀어간다. <단비뉴스>는 매주 금요일자에 방송 영상과 주요 내용을 싣는다. (편집자)

편집 : 이신의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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