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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에 돌아보는 고문 공화국... 치유는?

기사승인 2019.05.17  21: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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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포트] 39주년 5·18 민주화운동

<앵커>

지난달 26일 김홍일 전 의원이 별세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보다는 군사독재정권 시기 민주투사로 삶의 궤적을 그렸는데요. 그 대가는 모진 고문과 후유증인 ‘파킨슨병’이었습니다. 내일은 5·18민주화운동 39주년입니다. 5·18 민주화운동과 김대중 내란음모 조작사건을 비롯해 박종철 군 고문치사 사건까지. 우리 현대사는 고문으로 얼룩졌죠. 최유진 기자가 고문의 망령을 걷어내는 길로 안내합니다.

<리포트>

2017년 개봉한 영화 ‘택시 운전사’. 1천2백만 명이 넘는 관객이 관람했는데요.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의 참모습을 시민 입장에서 다뤄 호평받았습니다. 영화는 계엄군의 무자비한 진압에 죽거나 다치는 시민들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합니다. 광주에서 민주주의가 짓밟히는 동안 서울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서울 남산 예장자락에 나와 있습니다. 시민들이 편안하게 산책하고 운동도 하는 휴식 공간인데요. 지난날 아픈 현대사가 스며있는 장소입니다. 과거 악명 높던 중앙정보부와 국가안전기획부가 이곳 지하에 고문실을 뒀습니다.

현재 이곳은 서울종합방재센터로 쓰이는데요. 중앙정보부의 여섯 번째 별관이라는 표지판에서 보듯 고문이 자행되던 곳입니다. 39년 전 오늘, 이곳에서 김홍일 전 의원은 고문을 견디다 못해 시멘트 바닥에 머리를 박으며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때 고문 요원들은 치료는커녕 가혹행위를 지속했고요. 목과 허리를 다친 김 전 의원은 파킨슨병을 얻어 중년에 휠체어, 말년에 누워 지내다 생을 접습니다.

군사정권은 5·18 민주화운동을 김대중이 주모했다는 허위자백을 고문으로 받아냅니다. ‘김대중 내란음모 조작사건’ 당시 군사정권은 고문을 얼마나 저질렀을까? 수형자 44명이 증언한 고문 사례는 총 416건, 1인 평균 9.5회의 고문을 받았습니다. 물고문, 매달기, 구타 등 신체적 고문이 258건으로 전체의 62%. 잠 안 재우기, 암실 가두기 등 심리적 고문은 158건으로 38%입니다. 고문 받은 이들은 1인 평균 4.3개의 이런저런 후유증을 앓았습니다. 거기다 직업을 가질 수 없어 가난과 이혼 등 가족 해체라는 피해도 겪었습니다.

인터뷰) 오월민주여성회 이윤정 회장
“특히 우리 여성들이 구속이 되어서 수사를 받는 과정 중에 엄청난 가혹 수사를 받았고, 성고문을 받았고 이런 사건들이 지난번 조사과정에서 많이 드러나게 됐어요. 그리고 이제 특히 성폭력 문제는 광주항쟁이 끝나고 나서 89년도 광주 청문회 과정에서도 우리 여성들이 이렇게 성폭력 많이 당했다...”

현 정부의 진상조사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냅니다.

인터뷰) 오월민주여성회 이윤정 회장
“이런 사안들이 5·18 당시 여성 인권침해나 성폭력 진상규명이 덮어질 위험이 있다는 위기의식을 많이 갖고 있고, 그리고 내가 5·18 당사자인데 당사자인 여성을 제척하고 배제하고 피해자를 제하고 어떻게 진상조사 한다는 말인가라는 원칙적인 문제제기를 하고 싶어요.”

상황이 이런데도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일부의 인식은 성찰 부족을 드러냅니다. 자유한국당 이종명 의원은 "폭동인 5‧18이 민주화운동으로 변질됐다"고 말하고 같은 당 김순례 의원은 "5·18 유공자라는 괴물집단"으로 표현합니다. 김진태 의원도 "5·18은 우파가 결코 물러서면 안 되는 문제"라고 주장해 비판받습니다.

인터뷰) 민중공동행동 박석운 공동대표 
“미군정보관으로 활동했던 김용장 씨의 증언으로도 나와 있지만, 말하자면 북한군이 투입된 것이 아니라 사실은 한국군 특수부대가 투입돼 광주에서 공작을 일으켰다. 물론 조사를 통해 확인돼야겠지만, 이거는 너무나 구체적이고 이른바 확실시되는 수준의 증언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더더욱 자유한국당의 국회의원들이 나서서 그렇게 5·18 영령들을 모독하는, 한국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용납할 수 없는 폭거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김종태 고문받다 죽다’ 이렇게 신문에 나올 것 같지?” 김근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수기를 토대로 만든 영화 ‘남영동 1985’입니다. ‘민주화청년운동연합’에서 활동한 김근태를 군사정권은 간첩으로 조작해 고문합니다.

이곳은 옛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입니다. 지금은 민주인권기념관으로 바뀌었는데요. 김근태 전 장관은 이곳에서 23일간 하루 5~6시간씩 고문을 당했습니다. 욕조에 머리를 넣는 물고문, 온몸을 전선으로 묶는 전기 고문... 인간으로 감내하기 힘든 만행을 견뎌야 했습니다. 김 전 장관은 잔혹한 고문 후유증으로 파킨슨병을 얻어 평생 후유증으로 고생합니다. 서울대생 박종철 군은 고문을 견디다 못해 끝내 이곳에서 목숨을 잃고 맙니다.

반인권 범죄인 고문을 퇴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독일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아사의 방’과 ‘질식의 방’을 보존합니다. 고문의 어두운 역사를 존치시켜 역설적으로 교훈을 얻는 거죠. 홀로코스트 추모비를 세워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합니다. 오랜 군사독재에 시달렸던 칠레는 2016년 ‘고문방지법’을 제정했습니다. 고문을 자행하거나 방조하면 최대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습니다.

인터뷰) 김근태기념치유센터 박은성 사무국장 
"민주화 운동이 이뤄낸 성과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국가로부터 고문을 받고 지금까지 후유증에 고통을 겪는 피해자들은 상대적으로 정부와 국민의 관심에서 소외돼 왔다." (2019년 4월 28일 자 ‘연합뉴스’ 인터뷰 中)

고문 흑역사의 뿌리는 일제 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곳 서대문 역사 감옥은 일제가 악랄한 방법으로 독립지사들을 고문하던 장소지요. 독립지사들은 이런 끔찍한 도구에 육체와 정신을 파괴당하며 순국했습니다. 일제 하수인으로 독립투사를 고문하던 친일 경찰은 해방조국에서 독재정권 하수인으로 민주투사를 고문했습니다. 결국, 고문 국가의 망령에서 벗어나는 길은 우리 사회 남아 있는 친일 잔재를 청산해 진정한 독립국가로 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해방 74년을 맞은 오늘에도 친일 잔재 청산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단비뉴스 최유진입니다.

(영상취재 : 최유진, 홍석희 / 편집 : 최유진 / 앵커 : 임지윤)


편집 : 신수용 기자

최유진 기자 gksmf233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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