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비평] YTN ‘변상욱의 뉴스가 있는 저녁’

▲ 이신의 PD

‘뉴스쇼’는 뉴스의 한 종류로 '뉴스'와 '쇼'의 합성어다. 종합뉴스 중 연성 경향의 뉴스 또는 대담 뉴스를 말한다. 지난 4월 15일, YTN은 뉴스쇼 프로그램인 ‘변상욱의 뉴스가 있는 저녁’을 첫 방송했다. YTN 조승호 보도혁신본부장은 사내 게시판을 통해 "변상욱 대기자의 지명도와 전문성이 YTN의 역량과 결합해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협업 이유를 밝혔다. CBS 출신 기자가 YTN 앵커라니 의아할 수 있다. 하지만 미디어가 다양화하고, TV 시청자가 갈수록 줄어가는 현실에서는 ‘경쟁’이 아닌 ‘연대’가 필요하다. KBS에 MBC 서정문 프로듀서가 출연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첫 방송에 앞서 변상욱 앵커는 “시청자들이 ‘그 사안이 그런 의미였어’라고 발견하게 하고, ‘그 뉴스와 이 뉴스가 연관성이 있었구나’라고 시야를 넓혀주며, 육하원칙 전달 너머의 일곱 번째 문제인 ‘그래서 뭐 어쩌라고’에 답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배인수 책임 프로듀서도 “뉴스 전달이 중심인 만큼 포맷 자체가 아주 새롭진 않지만, 뉴스를 전달하는 문법은 새로울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앵커가 뉴스 해설자로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거나 다양한 계층 시청자에게 친절히 다가가는 뉴스 콘텐츠 제작 방식을 시도할 것이라고 했다.

‘사라진’ 변상욱

변상욱은 CBS 경력과 ‘신천지’ 고발 보도, ‘알릴레오’ 등에서 차분하면서도 날카로운 이미지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첫 방송은 참담했다. 출연자와 대담할 때나 취재기자와 크로스토크를 진행할 때 변상욱은 짜인 대본을 읽는 데 급급했다. ‘인터뷰가 있는 저녁’ 코너에서 한완상 3·1운동100주년사업추진위원장과 인터뷰하면서 미리 준비한 질문은 대북문제뿐이었다. 시청자들이 궁금해할 법한 3·1운동100주년사업 추진상황은 전혀 물어보지 않았다. 그가 말한 ‘그 뉴스와 이 뉴스가 연관성이 있었구나’에 답하지 못한 것이다.

▲ 4월 15일 첫 방송한 ‘변상욱의 뉴스가 있는 저녁’. CBS 대기자 출신 변상욱을 영입해 캐릭터로 내세웠으나, 기대했던 변상욱의 역할은 보이지 않았다. © YTN

‘국경없는 저녁’에서는 출연자가 중간중간 웃으면서 발칸 민주화 운동을 소개했다. 반정부 시위라는 심각한 사안을 알리면서 보여준 이런 자세는 시청자를 불편하게 했다. 출연자는 ‘수단에 이렇게 많은 지식인이 있는 줄 몰랐다’라는 말도 했다. 수단 국민에게 모욕감을 줄 수 있는 발언이다. 제재하거나 정정해야 하는 앵커의 역할이 필요한 타이밍이었지만, 변상욱은 침묵했다. YTN에서 기대한 ‘변상욱 대기자의 지명도와 전문성’이 발휘되지 못한 것이다.

‘정체성’ 없는 코너들

‘변상욱의 정체성’이 사라지니 남는 건 코너뿐이다. 변상욱은 뉴스의 연관성과 의미 맥락을 전달하겠다고 언급한 터였다. ‘브리핑 있는 저녁’은 알기 쉽게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소개된다. 3꼭지가 소개되는데 부연 설명이 필요한 ‘신생아 사망은폐 의혹’을 빼고, ‘승리 성접대 의혹’과 ‘황하나 봐주기 의혹 수사’는 단신보도 정도에 그쳤다.

‘내맘대로 TOP3’에서는 영국 드라마 ‘셜록’의 배경음악을 깔면서 안보라 앵커가 안경을 쓴 채 자신이 정한 뉴스 순위를 소개한다. 개인 의견을 반영한 뉴스 순위에 공감할 수 없을뿐더러, 내용과 셜록의 이미지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인터뷰가 있는 저녁’에서는 앞서 언급했듯 3.1운동 100주년 사업추진위원장과의 인터뷰에서 100주년 사업이 사라졌다.

‘국경 없는 저녁’은 제작진이 야심 차게 준비한 코너다. 담당 프로듀서는 인터뷰에서 “국제뉴스는 시청률에 도움이 되지 않아 소홀히 다뤄져 왔다”며 “차별화한 국제뉴스를 보여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발칸의 봄’을 제외하곤 뉴스가치가 없는 내용이었다. 드론 잡는 드론, 이라크의 호날두, 미국 자동차와 열차 충돌, 축구장보다 큰 비행기 등 기이하고 특이한 내용만 보도한 것이다. 발칸의 봄과 관련해서는 반정부 시위가 동유럽국가로 확산될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동유럽 국가의 현재 상황은 소개하지 않았다.

누구도 알아듣지 못한 보도

정명진 의학전문기자의 ‘인보사 유전자 치료약 허가 취소’ 보도는 시청자의 이해를 염두에 두지 않았다. 세포은행, 마스터셀뱅크, 바이오릴라이언스, SRT 등등 용어 소개도 없이 맥락을 소개했다. 인터뷰하는 안보라 아나운서도 이해하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제작진도 이를 인식했는지 인보사 판매중지 과정을 표로 정리해 영상으로 띄웠다. 화면에 꽉 찬 글자들은 취재기자가 어려운 의학용어를 계속 말하고 있는 상황에서 집중해서 읽을 수 없었다. 의학전문기자의 지식 자랑으로 전락한 보도였다.

JTBC 뉴스쇼 ‘정치부회의’와 비교해 보면…

JTBC ‘정치부회의’는 국장급 앵커와 네 기자, 그리고 보조앵커로 구성된 팀이 진행한다. 네 기자는 각각 여당, 국회, 야당, 청와대 관련 이슈를 많으면 5개, 적으면 1개 소개한다. 그리고 뉴스룸으로 들어가 추가 정보가 필요한 부분에 관해 크로스토크를 한다.

기자들의 역할이 분산되고 명확하다 보니 취재력과 책임감이 커진다. 기자뿐 아니라 프로듀서의 연출력도 돋보인다. 뉴스의 내용에 따라 달라지는 적절한 배경음악은 몰입도를 높이는 연성화 장치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연성화는 ‘내용의 연성화’가 아니라, ‘구성의 새로움’이다. 정치부회의 마지막에는 ‘다정회’라는 코너에서 사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시청자들 댓글을 읽는다. 시청자와 기자들 사이 벽이 사라지는 것이다.

▲ JTBC ‘정치부회의’는 다섯 기자와 한 보조앵커가 고정 출연해 보도의 전문성을 높인다. © JTBC

변상욱의 뉴스쇼에서는 ‘금호 아시아나 매각 결정’ 이슈에서 댓글러 7700님의 ‘제 마일리지 무사한가요’라는 질문이 1시간 10분 보도 중 유일한 시청자 의견이었다. 변상욱의 역할과 문자 코너에 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정치부회의’ 역시 아쉬운 부분은 남는다. 청와대 발제 담당기자는 6분 30초 동안 10개 정보를 전달하기도 했다. 4차남북정상회담이라는 하나의 주제였지만, 남북미 관계를 모두 소개하다 보니 발제가 길어졌다. 뉴스룸에 들어가서도 같은 정보를 반복했다. ‘기자의 발제’와 ‘함께 논의하는 자리’를 뚜렷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 국회 발제에서는 ‘차병원 신생아 사망 은폐 사건’을 소개했는데, 국회 코너에 적절한 주제로 보이지 않는다. 코너와 내용의 불일치는 정체성을 약화시킨다.

뉴스쇼의 ‘포지셔닝’ 고민해야

변상욱의 뉴스가 있는 저녁은 ‘-해요체’를 사용하는 앵커들의 뉴스 전달 문법만 새로웠다. 뉴스쇼 형식을 빌려 연성화를 추구했지만, 부실한 내용에다 내용의 맥락을 짚어주는 구성도 보여주지 못했다. 무엇보다 보도 내용의 심층성이 보장돼야 한다. 전담 기자들의 고정적인 취재도 보완되어야 할 점이다. 이 프로그램 전담은 이연아 기자뿐이다. 15일, 19개 꼭지 중 5개는 대담, 11개는 단신보도였다. 내부기자 보도로 전문성을 강화한 JTBC ‘정치부회의’는 외부 출연자 대담이 한 꼭지도 없었다.

이런 구조에서 변상욱의 포지션을 구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뉴스 앵커로 온 변상욱에게 코난 오브라이언 같은 진행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면, 전담 취재인력을 확충해야 한다. 뉴스는 앵커와 기자, 프로듀서가 협업하는 장이다. 한 명이라도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면 질 높은 뉴스는 생산되지 않는다.

변상욱 앵커는 "JTBC가 언론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 홀로 짊어진 부담이 막중한 상황"이라며 "KBS, MBC, YTN 등이 빨리 재정비가 되어서 공정방송의 역할을 나눠 맡아야 한다"고 했다. 그의 바람이 YTN에서 실현되기 위해서는 ‘포지셔닝’에 관한 치열한 고민이 시급하다.


편집 : 김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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