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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희생양 찾기’론 풀 수 없다

기사승인 2019.03.24  21:5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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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비발언대]

   

▲ 장은미 기자

합리적 사회는 문제가 생기면 원인을 찾아 해결한다. 하지만 원인이 아닌 ‘희생양’을 찾다가 일을 더 그르치는 사회도 많다. 철학자 진중권이 가리킨 이 ‘비합리적 사회’의 모습이 지금 미세먼지 문제에 대응하는 우리에게서 엿보인다. ‘중국발 미세먼지가 문제다’ ‘정부는 왜 강경 대응을 못하나’ 하고 목청을 높이는 사람들 중에 근본 원인을 주목하는 이는 많지 않아 보인다.

근본 원인은 우리 경제의 화석연료 과소비

전문가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전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수준인 우리나라 미세먼지는 원인이 국내에도 있고, 국외에도 있다. 국내 요인을 보면 석탄화력 등 발전소와 공장, 쓰레기 소각장, 경유차 등 화석연료를 태우는 모든 시설과 장비가 ‘유죄’다. 식당이나 가정의 주방에서 취사할 때나 건물의 냉난방 과정에서도 많은 미세먼지가 나온다. 자동차 타이어가 도로와 마찰해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도 엄청나다고 한다. 그러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인당 석탄소비량 2위, 에너지소비량 5위에다 전력소비증가율은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의 ‘에너지 과소비’가 미세먼지 사태의 첫 번째 원인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중국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 2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환경부‧보건복지부의 ‘미세먼지 범부처 프로젝트 사업 추진현황’에 따르면 2012년부터 5년간 중국발 미세먼지 영향은 수도권의 경우 11월~4월에 최대 80%, 6~8월에 30% 정도로 나타났다. 환경단체들도 중국의 영향이 연 평균 30~50% 정도 된다고 지적한다. 에너지 사정이 좋지 않아 석탄을 많이 태우는 북한도 우리나라 미세먼지 악화에 책임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중국과 북한 등 국외 요인은 우리가 겪는 불행의 ‘한 부분’이지 결코 ‘모든 책임’을 돌릴 대상은 아니다.

국내에서 미세먼지 배출을 줄이려는 노력 없이 중국을 향해 손가락질 하는 것으로는 결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여전히 석탄화력발전소를 늘리고 경유차에 세금 혜택을 주고 산업용 전기료를 값싸게 유지하면서, 마스크와 공기청정기를 보급하고 인공강우 실험을 하는 것은 어리석은 대증요법일 뿐이다. 화석연료를 마구 태우는 과소비 구조를 ‘재생에너지 중심의 효율화 체제’로 전환하면서 석탄화력발전소와 경유차를 빨리 줄이는 등 우리가 할 일을 서둘러야 한다. 그러면서 외교적, 정책적 협력을 통해 중국발 미세먼지 유입을 줄여야 한다.

   
▲ 국내에서 미세먼지 배출을 줄이려는 노력 없이 중국을 향해 손가락질 하는 것으로는 결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문제 해결은 합리적 대안 찾기에서 나온다. '희생양'을 만드는 방식은 근본 처방이 될 수 없다. ⓒ Pixnio

싱가포르·인도네시아 사례에서 지혜 얻어야

싱가포르는 이웃나라와의 분쟁 해결 사례로 주목할 만하다. 이웃한 인도네시아가 1990년대 후반부터 팜유와 종이 생산을 위해 대규모로 열대림을 개간하면서 싱가포르는 심각한 대기오염 피해를 입었다. 숲을 태우느라 발생한 희뿌연 연기 ‘헤이쯔(Haze)’가 서풍을 타고 바다를 건너와 싱가포르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고 유통업과 관광산업에 타격을 입혔다.

그러자 싱가포르는 2014년 ‘월경성 연무오염법’을 만들어 해외 오염원에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근거를 만들었다. 싱가포르 소비자들은 인도네시아 기업을 대상으로 불매운동을 펼쳤다. 그러나 강경책만 동원하진 않았다. 싱가포르 정부는 인도네시아 열대림에 발생한 화재 진압을 위해 인력과 장비를 제공했다. 아세안 국가들의 ‘월경성 연무오염 협정’에 인도네시아가 참여하도록 외교적으로 설득해 결국 성사시켰다. 그 결과 2016년 이후 싱가포르의 대기 상태는 크게 개선됐다.

요즘 인터넷에는 ‘샤오미 공기청정기는 쓰지 말자’ 등 ‘중국 제품 불매운동’을 제안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녀들의 미세먼지 피해를 걱정하는 주부들이 인터넷 카페에서 이런 이야기들을 많이 한다. 그러나 이렇게 중국을 공격하는 것으로 우리의 미세먼지가 해결되진 않는다는 것을 냉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하면서 중국을 움직이는 지혜도 함께 발휘해야 하지 않을까.


편집 : 홍석희 기자

장은미 기자 josinrunmi@naver.com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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