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정임의 문답쇼, 힘]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

“저는 5%의 잘하는 아이들만을 위한 교육이 아니라 95%에게 희망을 주는 교육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5% 때문에 95%가 거의 학교에서 희생당하고 있는 거거든요. 때로는 외면당하고, 때로는 무시당하고.”

성공회대 총장을 거쳐 16대 국회의원과 통일부 장관을 지낸 뒤 2014년부터 경기도 교육행정을 이끌고 있는 이재정(75) 경기도 교육감이 ‘모든 아이가 행복한 교육’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이 교육감은 21일 SBSCNBC <제정임의 문답쇼, 힘>에 출연, 논란이 되고 있는 외국어고·자율형사립고 폐지 정책에 대해 “입학 단계부터 학교 등급을 나눠 대다수 학생에게 열등감을 안겨주는 제도는 없애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고교 등급 없애고 ‘교과중점학교’에서 적성 살리기

▲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이 “대학입시가 아니라 ‘사람다움’을 키워주는 것이 교육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 SBSCNBC <제정임의 문답쇼, 힘>

그는 외고가 ‘국제화 시대 인재양성’이라는 당초 취지와 달리 명문대 입학을 위한 학원으로 변질됐으며 부모의 부와 사회적 신분이 대물림되는 통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사고 역시 아이들의 소질과 진로, 적성과 상관없이 대학입시 교육에 몰두함으로써 아이들을 병들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외고 등 특목고, 자사고, 일반고, 특성화고 등으로 구분되어 있는 고등학교를 모두 일반고로 통합하되 외국어, 과학, 예술, 취업 등 ‘교과중점학교’ 제도를 통해 학생들이 각자 적성과 잠재력을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교육감은 또 “오늘의 사회가 뛰어난 아이들을 오히려 보통의 아이들로, 그저 시험 잘 보는 기계로 만들고 있다”며 “이제는 대학입시가 아닌 ‘사람다움’을 목표로 한 교육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월 종영한 화제의 드라마 <스카이 캐슬>에서 ‘입시 코디’가 등장하고 숙명여고 시험부정 사건 등으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신뢰성이 도마에 오른 것과 관련, “일반화 할 수 없는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학생들의 성장과 변화를 기록한다는 취지에 따라 대다수 교사들은 투명하고 공정하게 생활기록부를 작성하고 있다”며 “학종의 장점은 살려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드라마의 교훈은 부모가 자녀의 학업에 과도하게 개입하면 아이를 망친다는 것”이라며 “자녀의 학교 과제를 부모나 학원이 해결해 주고픈 유혹을 벗어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학생에게 수업 선택권 주고 학교 공간 혁신해야

이 교육감은 또 4차산업혁명 등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입시를 목표로 답을 외우는 암기중심 수업’과 ‘폐쇄적인 학교 공간’에 혁명이 일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데이터는 스마트폰 속에 다 있는데, 언제까지 지식 위주의 암기중심 수업을 하겠습니까. 교사는 학생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사람이 되어야겠죠. 그리고 교실, 복도 등 학교가 판에 박힌 공간이 아니라 소통하고, 대화할 수 있고, 상상력을 기를 수 있는 공간으로 변화해야 합니다. 수업도 학생들이 하고 싶은 분야를 마음껏 선택 할 수 있는 선택적 수업으로 가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 4차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인재를 기르기 위해 수업방식과 공간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재정 교육감. ⓒ SBSCNBC <제정임의 문답쇼, 힘>

경기도 교육청이 2015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꿈의 학교’와 ‘꿈의 대학’은 그의 이런 철학이 녹아 있는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꿈의 학교는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마을교육공동체로, 영화제작과 뮤지컬, 드론 등 학생들이 원하는 것을 학년과 관계없이 배울 수 있다.

꿈의 학교는 첫 해 200여 곳에서 2019년 현재 1930여 곳으로 늘었다. 꿈의 대학은 지역 대학과 기업 등의 도움으로 중고생들이 진로탐색을 할 수 있는 과정이다. 둘 다 학생들의 수업 선택권을 존중한 사례로, 사교육을 대체하고 미래교육의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이 교육감은 강조했다.

북미관계 진전에 문재인 정부 ‘징검다리’ 역할 필요

한편 노무현 정부의 마지막 통일부 장관으로서 2007년 정상회담을 성사시켰던 이 교육감은 지난달 2차 북미정상회담이 ‘노딜(합의불발)’로 끝난 것에 대해 “합의는 없었지만 만남 자체로 성과”라고 평가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거론하고 북미연락사무소 설치를 논의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고비를 맞은 북미관계를 진전시키고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재인 정부의 징검다리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까지는 아니더라도 남북정상이 빠른 시일 내에 회담을 열고, 3차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조율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 교육감은 또 “미국 내 친한파 정치인 등을 적극적으로 만나 우리의 입장을 알리고 미국의 변화를 이끌어 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이재정 교육감은 북미관계가 고비를 맞은 지금 남북정상이 빠른 시일 내에 만나 다음 단계를 위한 조율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SBSCNBC <제정임의 문답쇼, 힘>

경제방송 SBSCNBC는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가 진행하는 명사 토크 프로그램 ‘제정임의 문답쇼, 힘’ 2019 시즌방송을 3월 14일부터 시작했다. 매주 목요일 오후 11시부터 1시간 동안 방영되는 이 프로그램은 사회 각계의 비중 있는 인사를 초청해 정치 경제 등의 현안과 삶의 지혜 등에 대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풀어간다. <단비뉴스>는 매주 금요일자에 방송 영상과 주요 내용을 싣는다. (편집자)

편집 : 황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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