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사전] ‘연결’

▲ 박선영 기자

혐오는 ‘연결짓기’다. <혐오사회>를 쓴 카롤린 엠케는 ‘모든 혐오는 개인이나 집단을 깎아내리는 특징들과 연결된다’고 했다. 혐오의 연결짓기에는 언어와 이미지가 동원된다. 그것이 사실일 필요는 없다. 혐오를 합리화하는 데 효과적이면 된다.

제주도로 입국한 예멘 난민에게는 우리 국민의 일자리를 빼앗는 ‘외노자’(외국인노동자)라는 언어, 유럽 난민들이 때린 ‘여성의 멍든 얼굴’ 이미지 등이 SNS로 유통되며 난민에 연결된다. 퍼런 멍이 든 여성 얼굴은 시민들을 섬뜩하게 하며 난민 반대 시위에 참여하게 하는 데 충분했다. 그 사진의 출처와 진실성은 중요하지 않았다. 이미지로 생산된 공포가 난민과 연결돼 혐오를 생산한 것으로 그 역할을 다했기 때문이다.

왜곡의 언어와 이미지로 대상에 연결된 혐오는 사회구조적 왜곡으로 연결된다. 이미지와 언어의 혐오가 현실에 반영됨으로써 혐오의 대상을 배제하는 사회로 귀결되는 것이다. 제주도로 입국한 난민 500명 중 둘만이 난민 지위를 받았다. 난민 반대 청원에 청와대 청원 사상 가장 많은 70만 명을 동원한 탓이다.

트럼프가 세상에 보낸 혐오의 트윗 역시 국경 장벽으로 현실이 됐다. 트럼프는 자신이 부추긴 미국 국민의 혐오를 부추기려고 셧다운을 불사하며 의회에 장벽 설치 예산을 통과시키라고 압박했다. 언어와 이미지로 혐오의 대상이 된 이들이 사회에서 실제로 배제된 것이다. 혐오의 언어를 얕봐서는 안 된다. 혐오의 행동, 혐오의 사회로 가는 징검다리가 되기에 그렇다.

▲ 혐오의 연결은 사회적 약자를 옥죄는 족쇄가 된다. ⓒ pixabay

혐오의 ‘연결적’ 속성을 강화하는 미러링은 혐오와 맞서는 효과적 수단이 아니다. 여혐을 남혐으로 대응하려는 워마드와 메갈리아 단체의 미러링은 또 다른 혐오로 연결돼 혐오가 증폭된다. 남자 연예인, 웹툰 작가에 관한 근거 없는 마녀사냥, 남자 신체 훼손 등 혐오 자료 유포, 여자 이외 모든 인격체를 향한 생명 경시 표현 사용 등이 그 예다.

몇몇 여성 운동가는 남혐은 실재하지 않으며 일부 단체의 남성 혐오 표현이 실제 남자들의 사회경제적 지위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이들의 혐오는 여혐을 추방하는 움직임에 제동을 걸며 사회적 반발(backlash) 현상으로 번진다. 혐오를 혐오로 맞서는 것은 궁극적으로 혐오의 연결짓기를 끊어내지 못한다.

혐오의 연결짓기가 사회에서 사라져야 한다. 혐오를 대상과 연결 짓기 위해 동원되는 모든 표현의 연결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혐오의 언어를 규제할 차별금지법 도입이 시급한 이유다. 이것은 일각의 우려와 달리 표현의 자유를 해치는 일이 아니다. 표현의 자유는 모두가 평등하고 자유롭게 자기 생각을 가질 수 있는 민주주의 사회의 권리다. 그러나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해를 끼치면서 표현의 자유를 행사하면 안 된다는 원칙도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타인의 설 공간을 위축시키는 혐오의 연결짓기를 금지하는 것이 혐오의 궁극적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보들레르가 ‘모든 능력들의 여왕'이라고 말한 상상력이 학문 수련 과정에서 감퇴하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널리즘은 아카데미즘과 예술 사이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을 옥죄는 논리의 틀이나 주장의 강박감도 벗어 던지고 마음대로 글을 쓸 수 있는 상상 공간이 바로 이곳입니다. 튜토리얼(Tutorial) 과정에서 제시어를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여러분만의 ‘상상 사전’이 점점 두터워질 겁니다. (이봉수)

* 제13회 ‘봉샘의 피투성이 백일장’에서 우수작으로 뽑힌 이 글을 쓴 이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재학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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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박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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