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사전] ‘연결’

▲ 김금이

드라마 ‘스카이캐슬’ 의 전교 1등 예서는 2등인 혜나를 싫어한다. 특별반, 경시대회, 최고 입시 코디네이터의 지원을 받는 자신과, 돈도 가족도 없는 혜나가 라이벌이라는 사실에 화를 참을 수 없다. 서울의대에 들어가기 위해,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혜나는 꺾어야만 하는 적이다. ‘스카이캐슬’이 인기를 끈 이유 중 하나는 현실을 철저히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학생부 종합 전형 시대(학종시대)’에 입시를 위한 내신과 스펙 경쟁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그 과정에서 친구는 떨어뜨려야 할 존재이고 대학은 모든 걸 제치고 성취해야 할 트로피다. 예서처럼 살아남기 위해 경쟁하고, 미워하고, 혐오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떤 이들은 제도가 잘못된 건 알지만 어차피 바꿀 수 없는 거라면 제도 안에서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나만 잘 된다면 그 제도로 몇 명이 떨어지고, 다치고, 죽는지 신경 쓰는 건 오지랖이다. 안타까울 수는 있어도 거기까지다. 운이 안 좋거나 노력이 부족했겠지. 그런데 불평등을 들먹이며 더 많은 혜택을 요구하는 그들이 밉다. 이대로 있다간 사회의 요구대로 묵묵히 열심히 살아온 내가 바보가 될 것 같다. 학벌도 안 좋은 주제에 더 나은 처우를 요구하는 비정규직이 밉고, 피 같은 내 세금으로 연금 타가는 노인들이 밉고, 나처럼 군대도 안 가면서 성평등을 외치는 여자들이 밉다. 그래서 나는 그들을 나와 구분하고 부정하고 혐오한다.

▲ 남의 문제를 나의 문제로, 그리고 우리의 문제로 연결해야 한다.ⓒ pixabay

그렇게 사람들은 서로 신뢰와 연민을 잃은 채 단절되고 있다. 남들에게 어떤 불행이 닥치든 ‘나만 아니면 돼’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 불행이 나에게도 닥치지 않을까라는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 없다. 어떻게 해야 이 불행을 피할 수 있을까? 해답은 ‘연결’에 있다. 남의 문제를 나의 문제로, 그리고 우리의 문제로 연결해야 한다. 남을 탓하길 멈추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갈등의 근본 원인을 발견할 수 있다. 행운과 불행은 대개 구조로부터 비롯된다. 과도한 입시경쟁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없었다면 ‘스카이캐슬’의 예서 캐릭터는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노동시장의 이원구조가 없었다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갈등이나 외주화한 죽음 역시 없었을 것이다. 가부장제가 없었다면 고정된 성 역할에 따른 갈등도 없었을 것이다. 거꾸로 말해 구조가 바뀌지 않는 이상 누구든 억울한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반면 변화를 꺼리고 현상태의 유지를 원하는 이들은 우리가 더 분열하고 갈등하길 바란다. 그럴수록 ‘진짜 문제’와 ‘진짜 책임’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기 때문이다. 서로를 향한 비난과 혐오는 그저 분노를 표출할 뿐 문제를 악화시킨다. 남 탓은 시원스런 결론이지만 옳은 결론은 아니다. 무엇이 우리가 서로를 증오하도록 만드는지, 숨겨진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세상이 우리를 갈라놓을지라도, 우리는 연결되어 있음을 기억하자. 너의 문제가 곧 나의 문제이므로.


보들레르가 ‘모든 능력들의 여왕'이라고 말한 상상력이 학문 수련 과정에서 감퇴하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널리즘은 아카데미즘과 예술 사이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을 옥죄는 논리의 틀이나 주장의 강박감도 벗어 던지고 마음대로 글을 쓸 수 있는 상상 공간이 바로 이곳입니다. 튜토리얼(Tutorial) 과정에서 제시어를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여러분만의 ‘상상 사전’이 점점 두터워질 겁니다. (이봉수)

* 제13회 ‘봉샘의 피투성이 백일장’에서 우수작으로 뽑힌 이 글을 쓴 이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재학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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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황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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