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사전] ‘혐오 표현’

▲ 이자영 기자

매우 싫어하고 미워함’이라는 의미의 ‘혐오’는 우리에게 주는 인상이 너무나 강하다.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자주 쓰인 용어 중 하나다. ‘혐오’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맘충, 틀딱충, 급식충’ 등 벌레를 합성한 단어를 만들어냈다. 이런 신조어를 위해 만들어진 한글이 아닐 텐데, ‘혐오 표현’으로 한글이 훼손되고, 우리 마음이 상처받는다. 

<동아일보>는 1920년부터 2017년까지 자기네 기사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혐오’라는 단어사용에 관해 분석했다. 1960년대 이전까지는 문학작품에서 자주 쓰였고, 70년대에는 전쟁, 80년대에는 외설적인 컨텐츠에 주로 쓰였다. 1990년대 이후에는 환경, 시설 등에 쓰였고, 2010년대에 들어 동성애, 무슬림 등 성향이나 신념 등에 사용됐다. 난민, 세대, 힙합 등에서도 자주 쓰였다. 접두사 ‘극-’을 더해 ‘극혐’이라는 혐오를 강조하는 말까지 생겨났다. 요즘 청년들은 아무렇지 않게 이 단어를 사용한다. 문학작품에서나 보이던 단어가 어떻게 일상어가 됐을까?

▲ 혐오는 사용할수록 더 혐오하게 만드니, 의미에 가장 충실한 단어다. ⓒ pixabay

혐오는 자기와 타인 사이에 선을 긋는 데서 시작한다. 서로 차이를 인식하고 구별하는 것이다. ‘혐오’라는 단어가 뉴스에 등장하면 한숨이 나온다. 각자 프레임 속에 대상을 집어넣고 일반화하는 것 같아서다. 사람들은 요즘 일어나는 사건들을 보면 ‘혐오’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사용할수록 서로 더 혐오하게 만드는 게 혐오 표현이다. 

<말이 칼이 될 때>를 쓴 홍성수는 책 이름을 이렇게 설명한다. 연구자들이 혐오 표현을 ‘영혼의 살인’, ‘말의 폭력’, ‘따귀를 때린 것’이라고 비유하는데, 말이란 실제 해를 끼치지 않지만, 언어 폭력도 칼과 같은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용할수록 그 의미가 강해지는 혐오 표현은 공존과 상생의 사회에서는 추방돼야 마땅하다. 


보들레르가 ‘모든 능력들의 여왕'이라고 말한 상상력이 학문 수련 과정에서 감퇴하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널리즘은 아카데미즘과 예술 사이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을 옥죄는 논리의 틀이나 주장의 강박감도 벗어 던지고 마음대로 글을 쓸 수 있는 상상 공간이 바로 이곳입니다. 튜토리얼(Tutorial) 과정에서 제시어를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여러분만의 ‘상상 사전’이 점점 두터워질 겁니다. (이봉수)

편집 : 장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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