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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영’과 ‘자영', 왜 하필 우리 이름을

기사승인 2019.02.02  19:3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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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상사전] ‘표절’

   
▲ 이자영 기자

중학교 도덕교과서에 실렸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선영’과 ‘자영’이 등장하는데, ‘선영’은 책과 자료를 열심히 찾아 과제를 했고, ‘자영’은 인터넷에 있는 것을 그대로 베껴서 과제를 제출했다. 그때 나는 ‘표절’하는 아이 이름이 나와 같아서 기분이 나빴다. 왜 하필 내 이름을 ‘표절’했을까? 저널리즘스쿨에 진학하고 보니 동료 중에 ‘선영’도 있었다. 그는 당시 기분이 좋았단다.

둘 다 ‘표절’의 심각성에 관해서는 알지 못했지만, 커서 글쓰기를 직업으로 하려니 표절에 신경이 쓰인다, 표절과 참고 사이에 경계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더욱. 가끔 싱어송라이터들이 표절 시비에 휘말리는데 그들은 ‘샘플링’한 것이라며 논란에서 벗어나려 한다. ‘음악의 어머니’라 불리는 헨델도 표절로 유명한 사람이다. 그는 남의 작품을 자주 차용하면서 자기 소유권 보호는 확실히 했다.

   
▲ 우리 사회는 표절에 관해 민감하면서도 무감각하다. ⓒ pixabay

샘플링, 리메이크, 차용, 인용. 이들은 표절과 참고의 경계선에 있다. 우리 사회에서는 이에 관해 민감하면서도 무감각하다. 타인이 하면 ‘표절’이고, 내가 하면 ‘참고’다. 주요 공직 청문회에서도 ‘논문 표절’ 논란이 가장 자주 일어난다. 하나같이 참고했을 뿐이라고 대답한다. 정말 참고한 것이 표절로 돌아왔을지도 모른다. 작가와 작곡가들이 습작하면서 익힌 문체와 선율이 자기 스타일로 굳어진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가장 무서운 것이 지적재산권 중 저작권이다. 거대 다국적기업인 디즈니는 자기네 저작권이 침해되면 끝까지 추적해 소송을 건다. 표절의 대표적인 나라가 중국이다. 중국은 판권계약도 없이 표절을 밥 먹듯이 한다. 중국을 욕하지만 우리나라도 일본 프로그램을 표절한 사례가 적지 않다. 대개 사과문으로 끝내고 말지만 그만큼 경각심이 없는 것이다. 남의 표절은 손가락질 하면서 나의 표절에는 무감각하다.

아는 게 많은 만큼 참고할 만한 것이 많기도 하지만 피해갈 수도 있다. 사람의 심리란 그런 걸까?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이 정도야’하고 넘어가는 것들이 남의 저작물을 표절할 수 있는 것이다. 예술이나 연구를 한다면 꼭 하지 말아야 할 것이 표절이다. 예술이나 연구의 윤리를 지키지 않으면 언제 내 작품이 ‘표절’로 지탄받을지 모른다. 세상에 새로운 것은 없고, 다른 것만 있을 뿐이다. 그 차이를 아는지 모르는지로 표절과 참고가 구별된다.


보들레르가 ‘모든 능력들의 여왕'이라고 말한 상상력이 학문 수련 과정에서 감퇴하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널리즘은 아카데미즘과 예술 사이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을 옥죄는 논리의 틀이나 주장의 강박감도 벗어 던지고 마음대로 글을 쓸 수 있는 상상 공간이 바로 이곳입니다. 튜토리얼(Tutorial) 과정에서 제시어를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여러분만의 ‘상상 사전’이 점점 두터워질 겁니다. (이봉수)

편집 : 임지윤 기자

이자영 기자 delicious_12@naver.com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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