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발언대]

▲ 황진우 기자

“밥값은 하고 밥 먹는 거여?”

고교 시절 선생님이 자주 한 말이다. 우리는 늘 어떤 행위의 값을 측정하면서 살아간다. 예전에는 전쟁에서 승리한 장병들에게 무공에 걸맞는 땅이나 포로를 나눠줬다. 지금 우리는 일하는 대가를 급여로 받는다. 우리가 노동으로 소모하는 시간의 가격도 올려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저임금제에 그 목소리가 집약돼 있다. 

새해부터 ‘최저임금제’에 따라 ‘최저시급’은 8,350원이다. 지난해보다 10.9% 올랐다. 정부가 추진하는 ‘소득주도성장론’에 따라 가계 임금과 소득을 높이기 위해 시간당 노동의 가격을 올린 것이다. 하지만 보수언론은 소상공인 말을 빌려 최저임금제 개편을 비판한다. 소상공인은 ‘물건값을 올리고 직원수를 줄이는 게 당연하다’며 정부를 비판한다. 보수언론에는 최저임금 증가로 어려움에 처한 중소상공인이나 직장에서 쫓겨난 노동자의 사연만이 넘쳐난다. 

▲ 새해부터 ‘최저임금제’에 따라 ‘최저시급’은 8,350원이다. ⓒ Pixabay

임금을 올리는 나라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다. 일본도 지난 7월 최저임금을 3% 올린 874엔(약 8,850원)으로 결정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달리 반발이 적었다. 이유는 임대료가 어느 정도 안정됐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임차인 동의 없이 임대료를 함부로 인상할 수 없다. 법원이 물가상승률까지 고려해 판단하니 임대료 걱정을 덜 수 있다. 일방적으로 임대료를 올리겠다고 통보하는 우리나라 임대인과 다르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지난 12월 27일 <중앙일보>는 명동 상인을 대상으로 인터뷰해 최저임금제를 비판했다. 하지만 기사는 임대료 부분을 생략하고 ‘최저임금제 부작용’만 부각했다. 명동은 우리나라에서 임대료가 비싸기로 손꼽힌다. 2017년에는 세계에서 임대료 비싼 곳 8위에 뽑히기도 했다. 명동을 비롯한 도시 주요 상권에는 세계적인 브랜드가 입점해 임대료가 상승했고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소상공인은 골목상권으로 밀려나면서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가 된다. 

당장 이달 말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소상공인은 한숨이 나올 것이다. 문제는 최저임금제가 아닌 ‘갓물주’의 임대료 인상이다. 우리나라 국민 70%가 부동산 형태로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그중 신(God)처럼 세입자에게 군림해 ‘갓물주’라 불리는 건물주는 보유세를 핑계로 또 임대료를 인상한다. 가진 사람이 더 많이 내고 약자를 보호하는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다. 한계가 뚜렷한 ‘임대차보호법’부터 바꿔야 한다.


편집 : 임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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