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발언대]

   
▲ 박선영 기자

‘우리 국민은 하나다!’ 동독이 붕괴한 뒤 통일을 원한 동독 주민들이 시위에서 외친 구호다. 서독 주민들은 이를 받아들였고 독일은 신속한 통일을 이뤄냈다. 이들이 하나의 국민이라는 동질감을 형성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통일 전의 언론 교류 덕분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때 서독 언론은 사회주의 국가였던 동독에 체제 우월적 태도를 보이거나, 반대로 좋은 관계를 위해 갈등 요소를 일부러 배제하지 않았다. 단지 동독을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보도하려고 애썼다. 이를 통해 동·서독 주민 서로의 삶을 이해하고 동질감을 형성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정치와 시장으로부터 독립된 방송’을 추구해야 하는 공영방송은 남북 대화 국면에 북한을 ‘객관적’으로 보도해야 한다.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 중 하나인 객관 보도는 의견과 사실을 분리해 사실을 편견 없이 전하는 보도 방식을 말한다. 지금까지 보도된 북한 관련 뉴스는 사실에 기반한 것도 있었지만, 객관성과는 거리가 먼 보도도 많았다. 과거에는 더 심했지만 남북 교류 관련 정보를 정부가 독점하고 있기에 빚어지는 현상이기도 하다.

국가보안법이 실정법으로 남아있는 한국에서는 북한에 호의적인 기사를 작성하면 제재를 받는다. 전세계에 공개된 북한 언론의 보도를 ‘특수 자료’로 규정하며 정부가 관리하는 게 한국의 현실이다. 정부가 제공하는 자료를 기반으로 북한을 보도하는 한국 언론은 북한을 객관적으로 전달하지 못한다. 북한에 관한 한국 정부의 의견이 강하게 반영된 보도이기 때문이다.

북한에 관한 객관적인 보도 없이는 통일의 기반을 마련할 수 없다. 국민이 북한과 동질감을 느끼고 신뢰를 쌓을 수 있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에 강경한 논조를 보이는 보수언론과 보수정권 아래 북한은 ‘믿지 못할 상대’라는 프레임이 공고해졌다. 북한을 불신한 과거 정부와 그 정부가 제공하는 것으로 북한을 보도한 언론은 북한의 평화를 위한 제안과 행동마저 ‘위장 평화 공세’ 등으로 보도했다.

▲ 미국이라는 변수 안에서 한국 언론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보도를 고민해야 한다. ⓒ pixabay

<햇볕정책을 위한 변론>을 쓴 이원섭 교수는 ‘이데올로기가 걸려 있는 남북문제에서는 언론의 영향력이 더욱 크다’며 ‘일반 국민들은 구조적으로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언론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평화연구원에서 매년 실시하는 통일의식조사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통일이 필요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20%가 채 안 된다. 독일의 신속한 평화 통일이 온전히 독일 언론의 공은 아닐지라도 그들이 동·서독 통일이 불가능할 정도의 이질감이나 불신이 생기지 않도록 배려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업적이다.

분단국가라는 특수성을 내포한 한국에서 언론은 오랜 ‘의심 프레임’을 걷어내고 ‘객관 보도’에 앞장서야 한다. 먼저 북한을 ‘있는 그대로’ 보도하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 독일에서도 동독에 가장 먼저 진출한 서독 언론사는 통신사였다. 아슬아슬한 현재 남북 관계에서 특종을 터뜨리기 위한 대상으로 북한을 바라보는 자세는 위험하다. 남북 간 언론 교류의 최우선 목적은 평화 통일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북한의 국가적 특수성을 인정하고 객관 보도에 힘쓴다면 남북으로 갈라져 깊게 패인 갈등의 골도 메워질 것이다. 해를 넘기면서도 큰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남북관계가 더 절실한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연말이다. 미국 변수가 워낙 크긴 하지만 새해에는 우리 언론이 남북 화해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 주길 기대한다. 민족의 뭉친 힘은 외세까지도 바꿀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다.


편집 : 최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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