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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예술가’가 폭발시킨 음악의 힘

기사승인 2018.11.29  11:5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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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네토크] 프레디 머큐리의 환생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세상에는 많은 음악이 있다. 음악은 슬픔을 위로 하고 사랑을 속삭인다. 사회를 비판하거나 스포츠 경기에서 선수를 독려하기도 한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관람하다가 하게 되는 혼잣말, ‘이것도 퀸(Queen)이 불렀어?’ 세상의 압박과 억압, 재앙 등을 묘사한 ‘Under pressure’, 죽기 직전 내놓은 ‘The Show Must Go On’, 관객들과 소통하는 응원 동작이 매력적인 ‘Radio Ga Ga', 외로움을 노래한 ‘Somebody to love’ 등 귀에 익은 선율이 이어진다.

   
▲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퀸의 메인보컬인 프레디 머큐리의 삶을 다뤘다. 그는 에이즈로 45살에 요절했다. ⓒ 21세기폭스코리아

생각보다 많이 당신은 퀸의 음악과 함께 해왔던 거다. 월드컵 응원을 하면서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거나,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주인공이 마주친 긴장감을 함께 겪을 때, 콘서트장에서 관중이 하나가 되어 노래할 때 퀸의 음악은 다양한 방식으로 당신의 마음에 울림을 줬다. 내 귀를 호강시켰던 그 존재감을 인식하지 못했을 뿐. 당시에는 실험적이면서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다 보니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도 받았다.

10월 31일 개봉한 ‘보헤미안 랩소디’가 입소문을 타고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11월 26일 영화진흥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누적 관객수 478만 명으로 500만 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음악 영화 최대 흥행작은 2017년 개봉한 ‘미녀와 야수’의 513만 명인데, 그 아성에 도전장을 냈다. 특히 퀸의 메인보컬인 프레디 머큐리의 제삿날인 지난 11월 24일에는 40만 관객이 극장에서 그의 삶과 음악을 함께했다.

여러 번 보고, 같이 노래 부르면서

영화가 흥행 가도를 달리는 이유는 뭘까? 그 저력에는 같은 영화를 여러 번 본다는 ‘N차 관람’이 있다. 퀸 음악의 힘이다. 네이버 영화 관람평 중에는 ‘살아서 못 간 퀸 콘서트를 다녀왔다’는 댓글이 있다. 사람들은 영화 그 자체보다 영화가 담은 음악에 주목한다. 관객들은 다면상영특별관인 ‘스크린X’를 통해 1985년 7월 13일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라이브 에이드 공연에 참여하려 한다. 또 사운드 특화관에서 생생한 퀸의 음악을 즐기려 한다.

프레디 머큐리에 관한 팬심으로 혼자 여러 번 영화관을 찾은 이도 있겠지만, 한 번은 친구와, 또 한 번은 부모와 함께 관람하는 이도 적지 않다. 신구세대가 나란히 앉아 함께 영화를 보는 풍경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다양한 세대를 아울러 어필하는 소구력은 퀸과 그들의 음악에서 나온 힘이니 말이다. 부모님 세대에게는 청년시절 듣던 퀸 노래의 향수를, 자녀 세대에게는 익숙한 멜로디를 만나는 반가움을 선사한다.

음악 영화다 보니 자연스레 따라 부르고 싶은 흥겨움도 불러일으킨다. 우리 귀에 익숙한 ‘We will rock you’가 나오는 순간 흥을 못 이겨 나도 모르게 발을 ‘쿵쿵’거리다 옆 관객과 눈을 마주치기 딱 좋다. 옆 관객도 같이 발을 구르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나온 것이 ‘싱어롱 관람’이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 함께 발을 구르고 입을 맞춰 함께 노래 부르는 상황 역시 재밌지 않은가? 익숙한 음악, 같이 부르고 싶은 퀸의 음악이 가진 힘이라고 설명할 수밖에.

   
▲ 관객들이 함께 노래를 따라 부르는 ‘싱어롱 관람’이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즐기는 방법으로 꼽힌다. ⓒ 21세기 폭스 코리아

영감의 원천은 외로움이었다

스크린을 통해 접한 프레디 머큐리의 삶은 한 마디로 ‘안쓰러움’이다. 치의대생과 물리학도, 전자공학도 사이의 공항 수하물 노동자라서가 아니다. “동성애자가 맞냐, 부모님은 누구냐” 등 기자들의 사생활 질문에 난처해해서도 아니다. 비주류 이란계 조로아스터교도 출신의 이방인이어서도 아니다.

그는 드넓은 집에 키다리도, 뚱보도, 마법사도 다 불러 놓고 파티를 연다. 하지만 관객들의 마음을 채운 것은 ‘뻥 뚫린’ 프레디의 외로움이었다. 창밖 너머 전화기를 붙잡고 메리 오스틴에게 대화를 청하거나 다 떠난 파티장에서 그랜드피아노 앞에 홀로 앉은 모습이 그랬다. 여기에 메리 오스틴과 나눈 6년간의 사실혼도 한몫한다, 결국 친구로 갈라섰기에 더욱. 이후에도 메리는 퀸의 매니저 업무를 보는 등 프레디와 가까이 지냈고 프레디 유산의 상당 부분을 받았다. 그러나 메리는 다른 남자와 결혼했고 그 사이에 아들도 낳았다. 프레디는 자기 노래 ‘Love Of My Life'를 통해 메리 오스틴을 위한 노래를 한 적도 있다. 가수로서 유명세를 떨치고 성공한 인생이었을지는 모르지만 그는 외로웠고, 메리는 그의 영원한 뮤즈였다.

‘내가 더 철이 들면 여전히 사랑한다고 하기 위해 당신 곁에 있을게요. 나에게 돌아와 줘요. 당신은 내게 어떤 의미인지 모를 거에요. 내 평생 사랑이여. (When I grow older / I will be there at your side to remind you / How I still love you. / hurry back hurry back / don't take it away from me / Because you don't know / What it means to me / Love of my life.)'

프레디가 양성애자 또는 동성애자면서도 메리 오스틴과 특별한 관계였다는 사실은 그의 외로움을 한층 더 깊게 느끼게 하면서 영화를 더 드라마틱하게 끌고 간다.

후반부 20분이 ‘하이라이트’ 아니 ‘전부’

사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연출이나 이야기 전개에는 아쉬움이 많다. 프레디 머큐리의 인생을 다루면서 밴드 퀸과 그들이 부른 음악까지 많은 것을 이야기하려는 감독의 욕심은 관객을 힘들게 한다. 머큐리의 고뇌와 퀸이 겪는 상황은 뚝뚝 끊기면서 하나의 이야기로 매끄럽게 연결되지 않는다. 각기 따로 노는 장면과 에피소드들을 하나로 묶기 위해서는 상황에 더 많은 개연성을 부여할 필요가 있었다. 심규한 <씨네플레이> 기자는 이렇게 평가한다.

“이 특별한 뮤지션에 어울리는 섬세한 연출은 없다. 영화는 간데없고, 노래만 귀에 선연하다. 그래도 한방은 있다. 프레디 머큐리의 생이 마지막으로 달려가고 있는 걸 목격한 후 듣는 영화 속 ‘라이브 에이드’ 공연은 당신이 이미 경험한 실황 영상과는 전혀 다른 감동이 된다.”

   
▲ 영화는 전성기 시절 퀸이 살아 돌아온 듯 85년 라이브 에이드 공연을 충실하게 재현한다. 사람들이 극장에서 콘서트장을 방불케하는 감흥을 느끼는 것은 그 때문이다. 위는 영화, 아래는 실제 공연 실황. ⓒ 21세기폭스코리아, 유튜브

85년 라이브 공연장으로 타임머신을

영화 후반부 20분을 장식한 장면은 85년 라이브 에이드 공연이었다. 유튜브에 올려진 영상 조회수는 1억 회를 훌쩍 넘어섰다. 영화를 보고 ‘퀸 앓이’를 하는 이들이 ‘출석 체크’를 하며 만든 수치다. 당시 콘서트 실황을 본 사람들은 새삼 영화의 섬세한 디테일에 놀란다. 피아노를 치는 프레디 앞에 놓인 콜라컵부터 카메라맨의 의상, 프레디의 동선까지 감탄을 자아낸다. 충실한 재현 덕분에 영화 후반부 20분은 공연을 다시 보는 느낌이다.

영화를 통해 프레디 머큐리를 알게 된 이들은 “내가 살다 살다 ‘사후(死後) 덕질’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토로한다. 우리가 영화에서 퀸 음악을 통해 얻는 것은 정서적 교감이다. 반가운 음악이 나오고 부모님과 함께 볼 수 있으며, 옆 사람에게 민폐가 될까 하는 걱정은 집어치우고 영화관에서 같이 노래 부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외로운 아티스트가 폭발시키는 음악의 힘이다.


편집 : 조승진 기자

이자영 장은미 기자 delicious_12@naver.com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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