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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유치원에 갈 내 아이를 위해

기사승인 2018.11.08  21:4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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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비발언대]

‘내 사랑, 오늘도 굿모닝 등원길.’

   
▲ 박지영 기자

사진 공유 사이트인 인스타그램에서는 유치원 가는 아이 모습을 열심히 찍어 올리는 연예인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소셜 미디어에서 활약하는 ‘SNS 인플루언서’들도 한몫 거든다. 유치원 선생님이 찍어 준 아이의 활동사진을 올리는 사람도 있다. 예쁜 아이들이 해맑게 뛰노는 모습을 보면 ‘나도 애를 낳아 길러보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든다. 하루에도 수십 장씩 아이의 사진을 올리며 자랑하고픈 부모의 마음이란 어떤 것일까. 저렇게 사랑으로 충만한 삶이라면 꼭 경험해보고 싶다는 바람이 생긴다.

지원금 빼돌리고 부실급식하는 곳에 보내야 한다면

하지만 요즘 뉴스에서 보는 유치원 모습은 과연 이 나라에서 아이를 낳아 저런 곳에 보내도 될지 두려움을 안겨 준다. 아이들 교육에 쓰라고 준 정부 지원금으로 명품 가방과 성인용품 따위를 구입했다는 설립자들. 교재구입비 등을 비싸게 지급한 뒤 리베이트(부정환급금)를 챙겼다는 원장들. 그러느라고 아이들은 ‘닭 3마리를 고아 200명이 나눠 먹는’ 부실급식을 했고, 교사들은 최저임금 수준의 열악한 처우를 감수하며 하루 10시간 이상 일했다고 한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버스에서 아이들이 죽거나 다치는 사고가 나는 것도, 보육교사들이 아이들을 학대하는 사건이 심심찮게 일어나는 것도 이런 구조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믿고 맡길 곳이 없어 아기를 못 낳겠다’던 선배들의 말이 이해가 간다.

세계 최저수준의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여성들이 아이 낳기를 포기하거나 거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가족 중 누군가의 ‘희생’ 없이는 기를 수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맞벌이를 했던 나의 부모님도 주중에는 맏이인 나를 친할머니에게, 동생은 외할머니에게 맡겨야 했다. 초등학교 입학 때까지 부모님과는 주말에만 함께 지낼 수 있었다. 그 세월 동안 부모님은 자식을 가까이에서 자주 보살펴주지 못하는 안타까움에, 두 할머니는 고된 육아로 인한 건강이상 때문에 고통을 받으셨다. 스물일곱이 된 지금도 결혼해서 애 낳아 키우는 상상을 할 때 탁 막히는 지점이 여기다. 과연 나는 부모님의 노후나 나의 사회생활을 희생하지 않고 이 나라에서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을까.

   
▲ 한국의 국공립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취원율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5개 국가 중 32위로 최하위권 수준이다. 정의당 정책위원회가 분석한 ‘OECD 교육지표 2018′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만 3살에서 5살까지의 유아 국공립유치원·어린이집 취원율은 21.1%다. OECD 35개국의 평균 국공립 취원율은 66.9%다. © flickr

나 같은 미래의 부모가 안심하고 아이를 낳도록 하려면 지금 정부가 내놓은 ‘국공립 유치원·어린이집 수용률 40% 달성’ 정도에 머물러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경제적 고통 없이, 아이를 안전하고 건강하게 잘 기를 수 있다는 확신을 주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스웨덴 등 복지선진국처럼 국공립 보육시설 비중을 70~80% 이상으로 높여 나가야 한다. 본질적으로 영리를 추구할 수밖에 없는 사립의 특성상 아무리 정부가 관리 감독을 강화하더라도 한계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최악 저출산 벗어나려면 국공립보육시설 확충부터

안정된 신분으로 10년, 20년 경험을 쌓은 교사가 노련하게 아이를 돌보는 국공립과 저임금, 불안정한 신분의 교사가 장시간 일하는 사립시설은 ‘돌봄의 품질’이 같을 수 없을 것이다. 학부모 입장에서 볼 때 ‘저비용·고품질’의 국공립시설이 표준이 되어야 사립 시설도 보육의 질을 높이는 데 사력을 다할 것이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책임 아래 검증된 보육과 교육시스템, 쾌적한 환경을 갖추고 교사를 합당하게 대우하는 시설을 현재의 20% 남짓에서 획기적으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 아이들이 태어나자마자 국공립보육시설에 등록신청을 해놓고 길게는 몇 년을 기다려야 하는 형편이 달라지지 않는 한 둘째를 포기하거나, 첫째도 안 낳거나, 아예 결혼을 안 하는 선택은 계속될 것이다.

반대로 믿을 수 있는 돌봄 시스템이 촘촘하게 갖추어지고, 회사에서도 출산·육아 등에 눈치 주지 않는 분위기가 된다면 우리나라 젊은이들도 ‘아이에 대한 사랑으로 충만한 삶’을 주저 없이 선택할 것이다. ‘나도 아이를 낳아 길러보고 싶다’는 막연한 희망이 결혼과 함께 현실로 다가왔을 때, 내 아이를 맡길 훌륭한 보육시설이 동네에서 기다리고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편집 : 박지영 기자

박지영 기자 bing83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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