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발언대]

▲ 김서윤 기자

매년 가을이면 국회뿐 아니라 지방의회도 내년 예산 심의로 몸살을 앓는다. 지자체는 지자체대로 단체는 단체대로 많은 예산을 받고 싶어하고 지자체 예산실에서는 예산을 효율적으로 편성하기 위해 예산심의위원회의가 열린다. 예산심의위원은 지자체 단체장이 임명한다. 위원들은 소신껏 예산심의를 하면서도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말하고 싶어도 함구해야 하고 자칫 한마디 했다가는 구설수에 오르기 십상이다.

아니나 다를까 어느 단체가 예산이 깎이자 항의를 하는 일이 벌어졌다. 예산심의 과정에서 심의위원이 한 말이 보조금 신청자 귀에 들어가 이러한 사태까지 벌어진 것이다. 심의위원도 공무원도 회의 내용을 발설해서는 안 된다. 무엇이 진실인지 모든 게 뒤엉켜 버려 예산 심의는 뒷전으로 밀려버렸다. 말할 수 없는 것은 말하지 말아야 하는데…

▲ 예산은 신중히 다뤄야한다. ⓒ pixabay

예산을 신중하게 다뤄야하는데도 서로 눈치를 봐야 하니 누가 충실하게 질의응답을 하고 예산을 심의할 수 있겠는가? 제도 개선이 없는 한 신뢰를 되찾기란 힘들 것이다. 잘못된 정보가 새나가 심의위원들이 받을 고통을 예산담당자들은 고려해야 한다. 예산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들을 공개적으로 논의하는 것은 그만두고라도 제대로 생각할 기회조차 박탈된다면 문제가 많다. 대다수 보조금 심의위원들은 그릇된 이야기로 예기치 않은 희생자가 되고 만다.

예산이 깎였다 해서 “심의위원들을 가만히 안 두겠다”는 둥, “반대한 자를 두고 보자”는 둥 ‘협박’을 받는 일이 벌어진다면 누가 소신껏 발언을 할 수 있겠는가? 민의의 전달은 차단되고 예산편성을 둘러싼 유언비어가 난무할 수밖에 없다. 비밀 유지와 함께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한 예산심의위원회는 꿀 먹은 벙어리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예산이 친소 관계가 아니라 타당성에 따라 공정하게 배분되려면 심의위원들이 소신껏 발언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


편집 : 최준혁 기자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