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발언대]

▲ 조승진 기자

인터넷은 누구에게나 열린 ‘정보의 바다’였다. 사람들은 자유롭고 공평하게 정보에 접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과 같은 거대 인터넷기업은 개인정보 데이터를 끌어 모아 관리하고, 이에 기반한 여러가지 서비스로 수십조 원을 벌어들인다. 정부는 이들과 결탁해 인터넷을 시민을 감시하는 도구로 전락시켰다. 

인터넷 기업은 이용자가 재미로 올리는 SNS와 호기심에 검색하는 단어를 통해서 먹이를 섭취한다. ‘빅데이터’라 불리는 ‘괴물’의 사료는 이용자들의 자발적 노동으로 만들어진다. 인터넷이 문제가 되는 건 인터넷 거대기업이 제어할 수 없는 ‘제국’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이제 인터넷 자체가 ‘괴물’이 되었다.

빅데이터는 돈이다. ‘이용자 맞춤 정보 제공’과 같은 허울을 걸치고 있지만 ‘이용자 맞춤 광고 제공’으로 보는 게 맞다. 방금 검색창에 입력한 것과 유사한 상품이 웹 페이지에 등장하는 건 우연이 아니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과 같은 거대기업이 모은 데이터를 광고업체에 제공하기 때문이다. 구글에서 검색한 단어는 순식간에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배너 광고로 나타난다. 누군가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가입할 때 입력하는 생년월일, 성별과 같은 정보는 빅데이터 구축에 활용되는 기본정보다. 이를 통해 광고주가 설정한 타깃에 따라 이용자 맞춤 광고가 생성된다. 같은 시간 같은 웹 페이지를 보고 있더라도 각기 다른 광고에 노출되는 이유다.

▲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과 같은 거대기업은 이용자들을 통해 수집한 데이터를 광고업체에 제공한다. ⓒ flickr

SNS도 거대 광고판이 됐다. 인스타그램은 대놓고 마케팅 기능을 도입했다. 인스타그램의 비즈니스 계정 이용자는 상업 표시 마크를 첫 화면에 띄우고 마케팅을 한다. 이용자가 올리는 사진을 클릭하면 상품 구매 단계로 넘어간다. 사진만 덩그러니 보이는 인스타그램 화면을 생각하면 광고와 일상 사진을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 다른 소셜 네트워크 페이지도 정보제공을 낚시 삼아 음식점이나 제품 광고를 올린다. 후기를 작성한 것처럼 위장하기도 하는데 이게 문제다. 정보인 척할 뿐 진짜 정보가 아니다. 이 역시 일반 이용자가 올리는 것과 광고에 큰 차이가 없다. 보통 이용자는 당연하게도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받게 된다. 이러한 광고 영향력은 뷰잉 수와 체류 시간을 생각한다면 웹 페이지 광고 배너와 차원이 다르다.

지식재산권 같은 무형의 가치처럼 개인의 정보도 보호받아야 마땅하다. 인터넷 쇼핑몰과 같은 인터넷 대기업은 개인 정보를 어디에 이용하는지 메일을 통해 정기적으로 고시하고 있지만 부족하다. 개인정보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용했고 이를 통해 얼마나 수익이 났는지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수익의 일정 비율을 개인에게 지급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인터넷 기업은 이용자에게 정당한 정보 활용 값어치를 돌려주어야 한다. 소유자의 것을 이용했으면 정당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이를 위해 현행 인터넷 가입 제도 변경이 불가피하다. 대부분 약관에 동의해야 가입이 이뤄지는데, 불필요한 개인정보를 입력하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성별’과 ‘생년월일’ 입력이 대표적이다. 광고판이 된 SNS도 정비할 필요가 있다. 정보와 광고가 혼용돼 혼탁해진 행태를 바로 잡으려면 ‘광고’ 표시를 확실하게 해야 한다.

거대 기업이 사용자 정보를 무분별하게 활용하는 행태는 법으로 제한해야 한다. 사용자가 보유한 권리를 명확히 규정하고 동의 없이 이용할 때는 처벌해야 한다. 인터넷 특성을 생각해 초국가적 연합을 통한 법 제정이 필요하다. 징벌적 벌금 구형과 같은 강력한 법을 마련해야 한다. 기업의 도덕심에 호소하는 일은 ‘악’한 인간 본성을 생각한다면 공허하다.

사용자 인식 전환도 요구된다. 내가 제공하는 정보 가치를 인식하고 기업에 따져 물어야 한다. 개인이 해결하기는 어렵겠지만 ‘연대’한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예전 ‘카톡 사찰 사건’처럼 ‘사용자 대거 탈퇴’와 같은 힘을 보여준다면 기업도 변할 수밖에 없다. 조금 불편한 점이 있겠지만 그간 공짜 먹이로 커온 인터넷 괴물에 맞서려면 그 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는가?


 편집 : 최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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