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발언대]

▲ 장은미 기자

처음 반려동물 화장장에 가본 것은 2013년이었다. 인터넷 고양이카페에서 알게 된 회원이 길에서 새끼고양이를 발견했는데, 딱히 갈 곳이 없어 내가 잠시 보호하던 중에 죽었다. 보름쯤 함께 지냈을까. 그날따라 상태가 안 좋아보여서 오전 스터디모임을 마치고 병원에 데려가려고 했다. 사실 좀 더 빨리 데려가고 싶었지만 ‘우리 집 고양이가 아파서’라고 하면 ‘유난 떤다’ 소리를 들을까봐 모임에 빠지지 못했다. 동물병원에 가니 이미 손을 쓰기엔 늦은 상태였다. 치사율이 높은 바이러스성 장염이라고 했다. 차갑게 굳은 고양이를 부산 외곽의 허름한 동물장례식장에 안고 갔을 때, 화장장 특유의 탄내와 음습함 속에서 ‘내가 잘못 돌봐 이렇게 됐나’하고 자책하던 기억이 난다.

외면할 수 없었던 생명, 헤어질 땐 고통이

그보다 한 해 앞에는 대학 캠퍼스에서 먹이를 주곤 했던 길고양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사경을 헤매는 고양이를 발견하고 병원에 데려갔더니 독극물을 먹어 손을 쓸 수가 없는 상태라고 했다. 자취방으로 데려와 밤새 돌봤지만, 고양이의 거친 숨소리는 점점 작아지다 이내 들리지 않았다. 친구들과 나는 고양이를 차가운 땅에 묻으며 엉엉 울었다.

헤어지는 순간 이렇게 아픔을 겪으면서도, 나는 고양이를 네 마리나 키우고 있다. 지금 10살 정도로 추정되는 첫째 반려묘 ‘까망이’도 2011년 대학 캠퍼스에서 만났다. 까칠하고 도도한 고양이였지만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아 금방 친해졌다. 하지만 동물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의 발에 차이고, 다른 길고양이들과 싸우다 다치기도 한다는 걸 알게 됐다. 경비아저씨가 일부러 하수구에 가뒀다는 흉흉한 이야기도 돌았다. 학교에 갔는데 까망이가 보이지 않으면 불안한 나날을 보냈다. 한 달을 고민하다, 만난 지 6개월 만에 까망이를 집에 데려왔다.

둘째와 셋째인 ‘라떼’와 ‘모카’ 남매는 고양이카페에 올라온 임시보호 요청글을 보고 집에 데려왔다가 1년 동안 입양문의가 없어 결국 가족으로 삼았다. 넷째인 ‘초코’는 파리가 들끓는 덤불 속에 웅크린 채 죽어가는 모습으로 발견됐다. 친구들이 ‘학교 안에 고양이가 죽어있으니 사체라도 치워주자’고 해서 갔는데 살아있었던 거다. 내가 잠시 돌보다 고양이 카페를 통해 입양을 보냈지만 7개월 만에 다시 찾아오게 됐다. 입양해 간 사람은 자신이 아프다는 이유로, 고양이들을 블로그를 통해 분양하고 있었다. 돌아 온 초코는 그동안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한 탓에 심한 결막염 등 여러 가지 건강상의 문제를 안고 있었다. 잦은 병원 출입에, 많을 땐 30만원 넘는 치료비를 내야 할 때도 있어서 겸사겸사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 한 고양이카페의 ‘까뭉콩’ 회원이 그려 준 까망이(맨 오른쪽) 등 고양이 네 마리 모습. ⓒ 장은미

끝까지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만 ‘집사’가 되길

손금주(47·무소속) 국회의원이 지난달 25일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이후 6년 간 버려진 반려동물이 약 52만 마리라고 한다. 손 의원은 “여름휴가와 명절연휴 등에 장기간 집을 비우면서 몸집이 크거나 나이가 들었다고, 혹은 병치레를 한다고 반려동물을 유기하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숫자는 보호소에 등록된 사례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더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1년간 구조된 유기동물은 8만9700마리인데, 이 중 45% 가량이 새 주인을 찾지 못해 죽거나 안락사 당했다.

반려인들 사이에 ‘히끄집사’로 유명한 이신아(32) 씨는 최근 <한겨레> 칼럼에서 “내가 사는 제주도에선 휴가철이 지나면 유기견이 많아진다”며 “이 개들의 주인이었던 사람들에게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고 외치고 싶다”고 썼다. 길고양이를 보호하다 가족으로 삼은 나도 이 ‘아이들’을 버린 이들에게 외치고 싶다. 당신들은 고양이를 키우면 안 된다고.

우리사회는 동물을 너무 쉽게 사고팔고 버린다. 몇 년 전 한 TV예능에서 덩치 큰 개 ‘상근이’가 인기를 끌자 대형견이 유행처럼 팔렸다가 많이 버려진 일도 있었다. 반려동물은 생각처럼 애교스럽지 않을 수도 있고 아플 수도 있다. 고양이 키우는 사람을 흔히 ‘집사’라고 하는데, ‘자기가 주인인 줄 아는’ 고양이의 태도를 익살스럽게 반영한 것이다. 애교를 부리다가도 예민하고 까칠하게 구는 고양이에게 실망할 수도 있다. 그러니 정말 신중하게 입양하고, 한번 데려갔으면 끝까지 돌보는 책임감을 보여주길 바란다. 동시에 사회적으로 동물판매업을 규제하고 ‘생명’의 무게감에 걸맞은 입양절차를 마련하면 좋겠다. 독일의 동물보호소는 희망자가 여러 번 방문해서 가족구성, 주거환경 등 질문에 세세하게 답하고 조건을 충족해야 입양을 허용한다고 한다.

사랑하던 반려동물과 영원히 이별하는 순간, 사람들은 더 잘 보살펴주지 못한 회한 등 복잡한 감정에 사로잡힌다. 이런 ‘펫로스(petloss)’의 슬픔 속에서 다시는 동물을 키우지 않겠다고 다짐하기도 한다. 하지만 가수 가을방학의 ‘언젠가 너로 인해’ 노래 가사처럼 생명과 생명이 교감하는 행복을 알기에 까망이, 라떼, 모카, 초코를 향한 나의 사랑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언젠가 너로 인해

많이 울게 될 거라는 걸 알아

하지만 그것보다

많이 행복할 거라는 걸 알아.”


편집 : 장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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