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언론을 망친 사람들] ④ 정규재 펜앤드마이크 대표

주간지 <시사저널>이 올해도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 조사결과를 내놓았다. 지난달 18일 발표를 보면 손석희 JTBC 보도부문 사장이 14년째 연속 1위에 올랐다. 다음 순서도 일부만 바뀌고 큰 변화가 없는 가운데 뜻밖의 인물이 등장했다.

최근 태극기 집회와 극우 보수세력 사이에서 인기 방송인으로 급부상한 정규재 <펜앤드마이크> 대표이사 겸 주필이다. 그는 <시사저널> 조사에서 10위(0.8%)로 떠오른 데 이어 <시사IN> 조사에서도 0.7%를 기록했다.

극우 유튜버가 언론인 영향력 10위로 급부상

정 대표는 <한국경제신문> 주필로 활동할 때나 그때부터 운영하던 <정규재TV>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할 때만 해도 그렇게 주목받는 언론인이 아니었다. 그랬던 그가 지난 1월 <펜앤드마이크>라는 인터넷 매체를 창간하고 1인방송을 시작한 뒤 극우 보수세력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대표적 논객으로 떠오른 것이다.

▲ <시사저널>이 지난달 18일 발표한 ‘2018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조사에서 정규재 <펜앤드마이크> 대표가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 10위로 선정됐다. ⓒ 시사저널

언론인이 현직에서 물러나 독자 매체를 창간해 자기 얼굴을 알리고 주장을 확산하는 것은 바람직하고 장려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그런 활동을 할 때도 반드시 지켜야 할 언론인의 자세와 표준이 있다. 논평이나 주장은 자유롭게 얼마든지 펼칠 수 있지만 반드시 사실에 입각한 주장을 펴고 비판을 해야 한다. 이런 원칙을 무시하고 사실을 왜곡 조작하는 단계까지 가고 있다는 점 때문에 정규재 <펜앤드마이크> 대표의 급부상은 무책임한 선동가의 출현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정 대표가 극우세력 대변자로 본격 등장한 건 국정농단 사태로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돼 직무정지된 박근혜 대통령을 단독 인터뷰하면서다. 박 대통령은 당시 언론 접촉을 피하고 있었는데 2017년 1월 25일 유튜브 채널에 불과한 <정규재TV>의 정 대표를 불러 단독 인터뷰를 했다. 정 대표는 청와대 상춘재에서 박 대통령과 1시간 넘게 인터뷰를 하고 그 내용을 ‘박 대통령의 육성 반격’이라는 타이틀을 달아 내보냈다. 타이틀부터 박 대통령이 부당한 공격을 받아 반격에 나서는 듯한 느낌을 주는데, 내용도 일방적으로 박 대통령의 주장을 전달하고 정당화하는 것으로 일관했다.

국정농단으로 탄핵소추된 박 대통령에게 당시 국민들이 언론을 통해 알고 싶어 한 것은 탄핵소추안에 적시된 사유들이 사실인지, 사실이라면 왜 그랬는지,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스스로 책임을 지고 물러날 의사는 없는지 등이었다. 국민들은 ‘최순실을 비롯한 측근들이 정책에 개입하고 영향력을 행사해 대의민주주의를 위배했고’ ‘이들이 인사에 개입해 직업공무원제를 위반했고’ ‘사기업에 금품 출연을 강요하고 뇌물을 수수해 국민재산권 보장과 시장경제질서 및 헌법 수호 의무를 위반했고’ ‘세월호 침몰사고 대응 실패로 국민의 생명권 보장 의무를 위반했다’는 것이 사실인지 알고 싶어 했다.

▲ 정규재 <펜앤드마이크> 대표는 2017년 1월 25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탄핵소추로 직무정지된 박근혜 대통령과 한 시간 넘게 인터뷰했다. 그는 '태블릿PC 조작 의혹', '최순실 게이트 기획설' 등 검증되지 않은 내용들을 언급하며 박 대통령을 옹호했다. ⓒ 펜앤드마이크 정규재TV

하지만 기존 언론사들을 제치고 유일하게 박 대통령 단독 인터뷰 기회를 잡은 정 대표는 이런 국민적 의문에 관해서는 단 한마디도 묻지 않았다. 그는 대신 인터뷰 내내 박 대통령이 하고 싶어 하는 말과 강변하고 싶어 하는 주장을 유도하는 질문만 이어갔다. "태블릿 PC가 조작되었을 가능성도 굉장히 많은 것 같다는 게 새롭게 알려졌다" "대통령께서 (최순실로부터) ‘취임 후 비서진이 완비되기 전에 일부 조언을 받은 적이 있다’고 시인한 것이 마치 그 이후에 수없이 쏟아진 이야기들을 모두 시인하는 것처럼 되어 버렸다"……

박근혜 옹호… ‘탄핵기획설’과 ‘음모론’으로 이어져

정 대표의 박 대통령 옹호 질문은 ‘탄핵 기획설’과 ‘탄핵 음모론’으로 이어졌다. 그는 “누군가 언론들의 뒤에서 자료를 주고 있거나 또는 스토리를 쭉 만들어 가고 있거나 하는 느낌이 있다고 주장하는 일부가 있다”며 박 대통령의 반응을 물어보는 교묘한 방식으로 기획설과 음모론을 퍼뜨렸다.

박 대통령이 하고 싶은 말과 탄핵 사태가 기획설과 음모론에 의한 것처럼 느껴질 수 있는 주장만 일방적으로 전달하고 퍼뜨렸을 뿐, 국민들이 정작 알고 싶어 하는 국정농단의 핵심 사안들의 진상과 의문점은 외면해 버린 것이다.

그는 이후 헌법재판소가 탄핵소추를 인용, 박 대통령에게 파면을 선고하자 ‘광장의 소동과 언론의 거짓 보도가 만들어내는 대통령 파면은 헌정 파괴’라며 헌법재판관들의 판결을 ‘8인의 미스터리’, ‘8인의 오류’라고 비난했다. 정 대표는 박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일방적으로 박 대통령을 대변하고 헌법재판소 선고 결과를 비난하면서 태극기집회 등을 주도하는 극우세력의 대표 논객으로 부상했다.

그동안 보수층의 여론 형성은 주로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보수 신문과 종편 채널, 그리고 이런 보수매체에 등장하는 지식인과 정치인들이 도맡아 왔다. 하지만 박 대통령 탄핵 소추 이후 보수 여론 형성의 공간은 유튜브로 대거 이동했다. 태극기집회 참석자들을 비롯한 극우세력들 사이에서 정 대표 같은 극우 논객들의 영향력이 급속하게 커지고, 이들이 유튜브 등을 통한 1인방송을 통해 보수여론을 주도하면서 유튜브가 보수 진영의 집결지가 돼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 흐름을 타고 정규재 대표가 시작한 1인방송 <펜앤드마이크 정규재TV>는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 약 27만 명으로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 중 가장 많은 구독자 수를 기록하고 있다. 공영방송인 KBS 뉴스(28만)와 맞먹고, MBC 뉴스(18만) 유튜브 구독자 수를 멀찌감치 따돌린 숫자다.

구독자 27만 정규재 채널, 'JTBC 태블릿 PC조작설' 등 가짜 뉴스 유포

하지만 <펜앤드마이크 정규재TV>는 보수층과 극우세력의 적극적인 구독과 지지로 강력한 1인매체로 급부상하는 동시에 우리 사회에 ‘가짜뉴스’ 논란을 불러 일으켜 그 부작용과 폐해가 심각하다는 점이 큰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정 대표가 유포한 1인방송 내용 중 팩트를 왜곡한 대표적 사례로 지적되고 있는 게 ‘JTBC 태블릿PC 조작설’이다. 이 조작설은 보수세력 일부와 극우세력이 제기해온 것으로, 박근혜 대통령 국정농단 사태의 결정적 증거로 JTBC가 보도한 최순실의 태블릿 PC가 제3자에 의해 조작된 것이란 주장이다.

그는 박 대통령 탄핵소추 이후인 2016년 12월 29일 <미디어워치> 변희재 대표고문을 인터뷰해 ‘태블릿PC, 국과수 보고서와 검찰 주장의 다른 점’, ‘태블릿PC 조작, 국정조사가 필요하다’라는 등의 영상을 만들어 올리며 집요하게 태블릿PC 조작설을 제기하고 유포했다.

▲ 정규재 대표는 2016년 12월 29일 ‘JTBC의 태블릿PC 조작설’을 제기한 <미디어워치> 변희재 대표고문을 1인방송 프로그램에 불러내 인터뷰하고, 조작설을 여과없이 방송했다. ⓒ 펜앤드마이크 정규재TV

그는 먼저 ‘변희재가 말하는 태블릿PC의 진실’이라는 인터뷰 영상을 통해 ‘태블릿PC가 JTBC 또는 제3자에 의해 조작된 증거이며 최순실 것이 아니다’라는 변 고문의 주장을 사실 규명 없이 그대로 방송에 내보냈다. 변 고문이 조작설 근거로 내놓은 ‘태블릿PC 속 사진 2장은 최순실이 직접 찍은 것이 아니다’, ‘태블릿PC의 주인이 자주 가는 곳 사진이 있어야 하는데, 최순실이 자주 간 독일 지역 사진이 없다’, ‘딸 정유라 사진이 없다’, ‘김한수 행정관이 개통한 사람이니 주인은 김 행정관일 것이다’라는 주장들에 추가 질문 등을 통한 검증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검찰이 거짓말을 할 가능성은 없냐", "태블릿PC가 김한수 행정관 것이라고 한다면, 기밀 누설이다 아니다 할 논란 자체가 없는 것"이라며 변 고문의 주장에 힘을 실어 주는 발언만 했다.

하지만 ‘JTBC 태블릿PC 조작설’은 이후 검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포렌식 수사를 통해 근거가 없다는 결론이 났고,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중형을 선고한 1심 재판부도 태블릿PC 조작설을 인정하지 않았다. 또 조작설을 유포한 변희재 고문은 <손석희의 저주>라는 책과 <미디어워치> 기사 등을 통해 "JTBC가 김한수 전 청와대 행정관과 공모해 태블릿PC를 입수한 뒤 파일을 조작하고 최순실 씨가 사용한 것처럼 보도했다"는 허위 사실을 퍼뜨린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정 대표는 이처럼 현재까지 드러난 증거와 정황으로 보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고 있는 조작설을 사실인 것처럼 방송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가짜뉴스를 생산 유포한 셈이 된 것이다.

국방부 발표 모자이크해 5.18 민주항쟁 관련 사실도 부정

정 대표는 정확한 사실 확인 없는 가짜뉴스 유포 논란뿐 아니라 새롭게 드러난 역사적 사실까지도 부정하며 왜곡하고 있다. 국방부 5.18특별조사위원회는 지난 2월, “2017년 9월부터 2018년 2월까지 5개월 동안 조사한 결과, 5.18 민주화 운동 당시 계엄군 헬기가 비무장 시민들을 향해 사격하고, 전투기 등이 폭탄을 장착한 채 대기했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이런 국방부 발표에 정 대표는 2월 17일 <펜앤드마이크 정규재TV> 생방송에서 “어디에도 헬기 사격의 증거가 없다”며 국방부 발표를 믿을 수 없다는 취지로 방송을 했다.

▲ 정규재 대표는 지난 2월 17일 <펜앤드마이크 정규재TV> 생방송 ‘PenN NEWS’에서 ‘증언도 증거도 없는데 5.18 헬기 사격 확인했다는 국방부’라는 타이틀로 국방부 5.18특별조사위원회 발표 내용을 부정했다. ⓒ 펜앤드마이크 정규재TV

그는 “(국방부) 발표에는 사상 처음으로 (헬기 사격을) 확인했다고 떠들어 놓고, 뒤에 가면 발표 내용이 '사격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중간쯤 가면 '증언이 있었다, 가능성이 있다'고 부풀려 놓고 슬슬 꼬리를 뺀다”며 발표 내용이 신빙성 없다는 주장을 폈다. 그는 리포트 후반에 “'광주사태에 대한 정의의 조사위원회'가 필요하다”며, “광주 사태가 끝나고 북한군이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칼로 임산부 배 들어내는 조작된 영상을 누가 만든 것인지 밝혀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북한군이 왔는지, 몇 명이나 왔는지, 와서 무엇을 했는지 조사하자”며 ‘5.18 북한 침투’라는 가짜뉴스까지 거침없이 내보냈다.

하지만 정 대표의 주장은 국방부 5.18특별조사위원회의 발표문 내용 일부만을 부각하고 연결해 전체 내용을 왜곡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부는 계엄사령부가 헬기작전계획 실시지침을 전달한 점, 실제 사격명령이 이뤄진 점, 무장 헬기로 광주 상공을 비행했다는 조종사들 진술, 육군 31사단에 무장헬기 3대가 대기하고 있었던 기록, 목격자 진술 등을 ‘헬기 사격의 근거’로 들어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공식 확인했다.

하지만 위원회는 5.18 당시 공군의 경우 전투기와 공격기에 폭탄을 장착한 채 대기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실제 ‘광주행 폭격을 검토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고 최종 결론을 유보했다. 정 대표가 언급한 후반부 발표 내용의 ‘사격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계엄군 헬기가 아닌 공군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국방부가 공군의 전투기 폭탄 장착 대기와 관련해 최종 결론을 유보했다는 발표 내용을 교묘하게 연결해 특조위 조사 결과 전체가 허위인 것처럼 왜곡한 셈이다.

그럼에도 정 대표의 이 영상은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저를 통해 극우세력에 빠르게 전파됐다. 특히 ‘5.18 북한 침투’를 지속적으로 주장해 온 극우 논객 지만원 씨는 극우 매체 <뉴스타운>에 정 대표의 발언을 소개하고 “정 대표가 드디어 ‘5.18 철학’을 바꿨다”며 자기 주장이 옳았다고 자평했다. 정 대표가 사실확인 없이 내보낸 가짜뉴스를 극우 지지자나 논객들이 인용하고 유포하면서 확산시켜 나가고 있는 것이다.

‘택시운전사는 문세광 협력자’로 교묘히 분장

정 대표의 일탈적 언론 활동은 권력자 편들기에서 가짜뉴스 생산·유포와 역사적 사실 부정에 이어 급기야 특정한 정치세력을 겨냥한 ‘선동’으로 볼 수 있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그는 2017년 9월 13일 내보낸 ‘택시운전사 김사복은 누구인가’라는 영상칼럼에서 영화 <택시운전사>의 실제 주인공인 김사복 씨가 1974년 8월 15일 육영수 여사를 저격한 문세광을 호텔에서 저격 장소인 장충동 국립중앙극장까지 태운 콜택시 차 소유주라는 내용을 소개했다. 그는 “우연의 일치치고는 참으로 특이한 우연”이라며 “조금 이상하지 않나 하는 그런 느낌이 든다”고 했다.

▲ '택시운전사 김사복은 누구인가'. 정규재 대표가 칼럼 영상에서 1974년 8월 17일 토요일 자 <동아일보> 기사를 들어 보이며 육영수 여사를 저격한 문세광과 택시운전사 김사복 씨의 관련성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두 사람 관계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를 설명해줄 사실은 제시하지 못한 채 뭔가 이상하다는 식으로 방송을 마쳐 교묘하게 두 사람을 엮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 펜앤드마이크 정규재TV

그는 또 김사복 씨의 아들 김승필 씨가 지난해 공개한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와 민중운동가 함석헌 선생 등 재야 인물들과 김사복 씨가 함께 찍은 사진을 소개하며 “김사복 씨는 단순한 택시 기사는 아니다”고 말했다.

“함석헌 옹과 지근 거리에서 사진도 찍고 같이 밥도 먹고 할 정도였던 김사복과 조선호텔에서 문세광을 싣고 간 김사복의 차량, 이 연결성에 대해서 전혀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적어도 문세광에 대한 수사가 미진했던 것인지, 아니면 <택시운전사>라는 영화가 무슨 진실을 감추려는 것인지, 아니면 김사복과 재야운동가단체나 함석헌의 관계 이런 것들이 좀 더 설명돼야 하지 않을까 하는 느낌을 받습니다.”

▲ 정규재 대표가 영상으로 소개한 이 사진은 1975년 10월 3일 장준하 선생이 의문사한 경기도 포천 약사봉에 김사복(오른쪽에서 세번째 정면 보는 이) 씨와 위르겐 힌츠페터(김사복 씨 왼쪽 안경 쓴 이) 기자가 함석헌 선생과 함께 답사를 갔던 모습이다. ⓒ 김승필, 펜앤드마이크 정규재TV

정 대표가 이런 주장을 펴면서 팩트로 제시한 것은 ‘<택시운전사>의 실제 인물 김사복 씨 소유 차량이 문세광이 육영수 여사를 저격한 날 호텔에서 저격 장소까지 태워다 주었다’는 것뿐이다. 그것도 김사복 씨 본인이 직접 운전한 것이 아니고 다른 사람이 운전했고 김사복 씨와 관련이 있는 것은 그 차량이 김 씨 소유라는 것뿐이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영상칼럼 시작부터 끝까지 교묘하고 집요하게 ‘문세광과 김사복’을 엮어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끝내 두 사람의 관계는 물론 육영수 저격사건의 인과관계에 관한 팩트는 하나도 제시된 것이 없다.

이 방송이 나간 뒤 극우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영화 <택시운전사> 실제 인물이 육영수 여사를 저격한 문세광이를 택시로 태워다 준 사람이라네”라는 말이 급속하게 퍼져 나갔다. 정 대표는 ‘두 사람 관계가 이상하다’는 말만 하고 사실은 더 제시하지 못했지만 방송을 시청한 극우 지지자들 사이에서 ‘택시운전사는 문세광을 도운 빨갱이’라는 도식을 심어주는 데 성공했다. 핵심적인 팩트는 제시하지 못한 ‘미완의 칼럼’으로 '미필적 고의'를 저지른 것이다. 이런 상태까지 나간다면 이건 언론 활동이 아니라 정치적 목적을 가진 선동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언론인이 당연히 지켜야 할 사실 추구’ 원칙 저버려

정 대표의 이런 정치적 목적과 방향은 그가 내보낸 전체 방송 내용의 추이를 보면 보다 명확해진다. 그가 지금까지 내보낸 ‘정규재 영상칼럼’ 동영상은 모두 533개가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데, 그중 72%인 384개가 극우보수 진영이 예민하게 관심을 갖는 북한 관련 내용을 포함한 정치뉴스다. 그가 극우 보수진영의 대변자로 본격 등장하는 때는 올 1월 <펜앤드마이크> 설립 이후인데 그 시기에 내보낸 영상칼럼은 79개 중 86%인 68개가 북한을 포함한 정치이슈였다.

‘천안함 주범 김영철 버젓이 평창 온다’ ‘X 같은 문정부 대북정책, 천안함 유족의 분통’ ‘태극기 150만 집회 문재인을 탄핵한다’ ‘문정부 정치 사법 경제 파괴의 1년’ ‘문정부 북에 퍼주기’ ‘문 지지율 61.7%로 급락, 내리막 탔다’ ‘핵폭탄 방치한 채 DMZ 병력 철수’ ‘거짓의 신에 파묻힌 박근혜 2심 재판부’ ‘사법부 치욕의 날, 인민재판이 될 터인가’ ‘북 지시 받들어 모시겠다는 문정권’…… 다루는 주제들만 봐도 특정한 정치적 목적이나 방향이 감지되는 보도들이다.

"논평은 자유다. 그러나 사실은 신성하다"(Comment is free, but facts are sacred). 1872년부터 1929년까지 영국의 <가디언> 편집장을 지낸 찰스 스콧의 말이다. 사실에 관한 치열한 추구 없이 사실을 외면하거나 왜곡 조작한 주장 또는 논평을 유튜브를 통해 유포해온 정규재 대표. 극우 논객으로 급부상해 ‘영향력 있는 언론인 10위’에까지 오른 그가 언론인인지 정치인인지 선동가인지를 판명해줄 표준과 잣대도 스콧의 말 속에 담겨 있다.


정권이 바뀌면 정부 영향권에 있는 매체들이 논조를 180도 바꾸는 사례를 수없이 보면서 시민들은 ‘언제 우리도 BBC 같은 공정한 언론을 갖게 되나’라는 염원을 품어왔다. 사실 언론 독립은 제도의 문제인 동시에 언론인 개인의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 언론에는 저널리즘의 표준도 제대로 배우지 않은 채 언론인이나 이데올로그 행세를 하면서 언론을 망치거나 출세의 도구로 악용하는 이가 너무 많다. 그럼에도 기성언론은 비판의식과 윤리의식 부재 또는 동업자의식 때문에 미디어 자체비평과 상호비평을 피하려 한다. 성역 없는 비영리 대안매체 <단비뉴스>가 한국 언론을 망친 이들의 행적과 보도태도를 추적하고 고발하는 장기기획을 시작하는 이유다. (편집자)

편집 : 박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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