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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 세대’에게 20대가 드리는 부탁

기사승인 2018.10.20  22:3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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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비발언대]

   
▲ 윤종훈 기자

문재인과 김정은, 남북의 두 정상이 올 들어서만 벌써 세 번 만났다. 지난 4월 판문점의 도보다리에서 신뢰의 기반을 다졌고, 5월 통일각 회담에서 위태롭던 북미대화를 궤도에 다시 올리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9월 백두산 천지에서는 맞잡은 손을 들어 올리며 ‘함께 번영하는 새 시대’를 다짐했다. ‘매시간 역사를 새로 쓴’ 이 만남들은 국내외에서 비상한 관심과 기대를 모았다. 특히 한국전쟁 후 65년의 분단과 갈등이 하루빨리 해소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평화와 번영으로 가자’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 화해 행보에 뜨거운 박수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믿을 수 없는 상대이며 남북정상회담은 위장 평화쇼에 불과하다’고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김정은이 핵을 포기할 리가 없는데, 문재인 정부가 섣불리 경계를 풀고 ‘퍼주기’를 하려 한다고 성토한다. 여론조사를 보면 한국전쟁을 겪은 70대 이상의 노년층 사이에서 이런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전쟁 겪은 노인들의 의구심과 ‘퍼주기’ 논란

하지만 지금 남과 북의 대화에 ‘평화구축’이 아닌 다른 어떤 ‘위장과 복선’이 있을 수 있는지, 이 어르신들이 차분하게 따져보셨으면 좋겠다. 지난 2002년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이라크와 함께 북한을 ‘악의 축’으로 지목한 이후 북한은 미군의 잠재적 공격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핵무기 개발에 더욱 매달렸다. 북한이 올 들어 본격 대화의 장에 나선 것은 지난해 미국 본토 공격이 가능한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대략 마무리 지어 ‘협상의 지렛대’를 갖게 됐기 때문이라는 게 정세현,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등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남북대화를 지향하는 문재인 정부와 북핵 해결의 성과를 바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등장이 ‘협상의 물꼬’를 트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음은 물론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으로부터) 체제보장만 받는다면 핵을 안고 가난하게 살 이유가 없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고 한다. 핵 개발에 따른 국제사회의 제재 때문에 중국 등과의 제한적 교역 외에는 돌파구가 없는 게 북한 경제의 현실이다. 핵 폐기의 대가로 제재가 풀리고 국제기구 등의 자금 지원도 이뤄진다면 북한 경제는 현재의 중국보다도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란 게 국내외 연구기관들의 분석이다. ‘먹을 수도 없고 입을 수도 없는’ 핵을 개발하느라 쏟아붓던 자금을 경제투자로 돌린다면 그것 자체도 막대한 성장의 에너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핵을 폐기하는 척하다가 딴짓을 한다면 이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가고 국제사회가 더 가혹한 제재를 할 텐데, 북한이 속임수를 쓸 이유가 있을까?

   
▲ 평양정상회담이 열렸던 지난 9월 20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 천지에서 손을 맞잡아 들어 올리고 있다. ⓒ 청와대 홈페이지

남쪽 사정도 살펴보자. 그동안 우리는 북한의 크고 작은 도발로 안보 불안을 겪어왔고 특히 북핵 위협에 시달리면서 정치, 경제적으로 광범위한 비용을 치러야 했다. 복지 등 다른 우선순위를 제치고 막대한 국방예산을 쓰면서 미국으로부터 가장 많은 무기를 사들이는 나라가 됐다. ‘언제든 전쟁이 날 수 있는 지역’이라는 딱지, 즉 지정학적 불안 때문에 정부나 기업이 외채를 조달할 때도 더 많은 이자를 내고 있다.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불이익을 받는 것이다. 대륙과 연결된 반도 국가지만 실제로는 섬처럼 고립돼 중국과 러시아, 유럽 등으로 가는 교통과 물류에 막대한 손실을 치르고 있다. 사회적으론 어떤가. 저급한 색깔론 등으로 합리적 토론을 막는 남남갈등, 사상의 자유 제약, 억압적인 병영생활과 민간조직까지 침투한 군사문화 등으로 남녀노소가 다 피해를 보고 있는 게 현실이다.

미래 세대에게 ‘평화와 도약의 길’ 열어주길

이제부터라도 남북 사이에 평화가 정착되고 교류가 본격화한다면 북한은 물론 우리 경제에도 막대한 기회가 생길 것이다. 무엇보다 5000만 남한 인구와 3000만 북한 인구를 더한 8000만 명 규모로 내수 시장이 확대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 첨단 정보기술(IT)제품에 필요한 희토류 등 광물자원을 북한에서 값싸고 신속하게 수입할 수 있다. 중소기업들은 개성공단 같은 방식을 통해 북한의 잘 훈련된 노동력을 중국이나 동남아보다 싼 임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 북한을 통해 도로와 철도가 대륙으로 연결되고 항로와 해로도 단축된다면 우리 기업들의 교통과 물류비용은 획기적으로 절감될 것이다. 더불어 부산 등 우리나라 도시들이 동북아의 관문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연간 수십조 원씩 썼던 국방비 중 일부는 복지 등 다른 긴요한 부분으로 돌릴 수 있을 것이다. 북한 경제개발에 남한 기업들이 참여하면서 우리 청년과 중·고령 은퇴자들에게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날 것이다. 이 모든 것은 막연한 상상이 아니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 연구기관들이 박근혜 정부 시절부터 내놓았던 분석의 일부다.

6.25 한국전쟁을 몸으로 겪고 고통스러운 기억을 간직한 어르신들의 마음을 어느 정도는 이해한다. 북한을 의심하고 경계하는 심리는 당연할 것이다. 나 같은 20대가 북한과의 화해와 협력을 말할 때 ‘세상 물정 모르는 소리’로 여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70여 년 전의 기억과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을 것인지 묻고 싶다. 세상은 달라졌고, 미래 세대는 ‘대결과 전쟁의 위협’ 대신 ‘평화가 주는 기회’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아주시면 좋겠다. 아무리 ‘퍼주기’라고 공격해도 북한과의 경제협력은 우리에게 몇 배의 이익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개성공단 투자기업들이 이미 증명하고 있다. 전쟁 대신 평화를 살 수 있는 거래라면 ‘매우 남는 장사’가 아닌가. 자녀와 손주 세대가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아가려면 지금 어떤 대북 접근이 필요한지, 어르신들께서 깊이 생각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편집 : 박경민 기자 

윤종훈 기자 yoonjh23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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