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 김승규 팀 “소금에서도 미세플라스틱 검출” 발표

물고기, 조개류, 생수 등에 이어 소금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인천대 해양학과 김승규 교수팀과 국제 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는 17일 '식용 소금에 함유된 미세 플라스틱의 국제적 양상'이란 논문을 통해 “6개 대륙, 21개국에서 생산•소비되는 39개 브랜드 소금을 분석한 결과 3개를 제외한 36개 제품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이 중 한국의 A소금과 B소금이 각각 232개, 154개의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돼 28개 바다소금 중 8, 9번째로 많은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바다에 버린 플라스틱 쓰레기, 입으로 들어간다”

연구팀은 39개 브랜드 소금을 모두 합친 후 세계 평균 일일 소금 섭취량인 10g씩 먹는다고 가정해 환산하면 전세계 사람들이 1인당 연간 2000개 안팎의 미세 플라스틱 조각을 섭취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고 밝혔다. 우리가 바다에 버린 플라스틱 쓰레기가 결국 되돌아와 우리 식탁까지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한정된 지역 소금의 미세 플라스틱 오염 연구 사례는 있었지만, 전 지구적 규모로 지역별 식용 소금의 오염도를 측정해 해양으로의 플라스틱 배출 및 해양의 미세 플라스틱 오염도와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도자 의원(바른미래당)은 지난 15일 “환경부의 먹는 샘물 조사결과 6개 제품 중 한 제품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고, 해양수산부 소금 안전성 조사에서도 시판중인 국산 소금 2종과 외국산 4종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최 의원은 “식품에 대한 미세플라스틱 모니터링 결과를 빨리 국민들에게 알려 안전한 식품 선택에 도움을 주고, 오염된 제품의 유통 여부를 감시하고 차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세플라스틱이란 육지에서 버려진 플라스틱이 바다로 유입돼 해류에 의해 5㎜ 이하로 부서진 초소형 플라스틱 조각을 말한다. 바다로 떠내려간 플라스틱이 분해되지 않고 해수면을 떠다니면서 미세하게 분해돼 어패류와 소금은 물론 육지에서 생산되는 생수에까지 들어가 우리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최 의원실이 해양수산부로부터 제출받은 '해양 미세플라스틱에 의한 환경 위해성 연구 중간보고' 결과에 따르면 대한민국 동•서•남해 해안 20곳의 미세플라스틱 평균 농도는 2777개/㎡, 동•서•남해 해역 10곳의 해수표면 미세플라스틱 평균 농도는 2.46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 아귀 멸치 등에서도 검출

또 거제•마산 해역에서 서식하는 어류의 소화관에서 검출된 미세플라스틱 농도는 마리 당 1.54개였다. 어종별로는 대구(2.40개/개체), 아귀(2.17개/개체), 노래미•도다리(1.33/개체), 청어(1.20개/개체), 멸치(1.04개/개체) 등이었다.

▲ 패류 체내에서 발견된 미세플라스틱. ⓒ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이와 함께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연구 용역을 받아 서울•광주•부산의 대형 수산물 시장 3곳에서 판매되는 어패류를 각각 20개체 이상씩 구매해 미세플라스틱 잔류 실태를 조사한 결과 굴•담치•바지락•가리비 등 4종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됐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미세플라스틱 식품안전관리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굴에서는 0.07±0.06개/g, 담치는 0.12±0.10개/g, 바지락은 0.34±0.31개/g, 가리비는 0.08±0.08개/g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은 소량이지만 그동안 우리가 식탁에 올라온 수산물을 통해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해오고 있었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최 의원은 "미세플라스틱에 의한 오염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할 수 있다"며 "미세플라스틱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꾸준히 섭취되고 있는 만큼, 플라스틱 배출량 감축은 물론 미세플라스틱에 오염된 수산물 등의 유통을 감시하고 차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2014년 <사이언스> 예언이 현실로

미세플라스틱이 우리 건강을 위협할 것이라는 전망은 2014년 7월 <사이언스>가 ‘바다 플라스틱이 사라졌다’는 내용의 기사를 통해 그 가능성을 제기했다. <사이언스>는 “바다로 흘러 들어간 플라스틱 쓰레기가 파도와 태양 방사선 등에 의해 분해되고 녹아 작은 알갱이가 되고, 이를 플랑크톤으로 오인한 물고기들이 먹으면 독성이 쌓인 물고기가 돼 다시 큰 개체의 물고기들이 먹고, 그 물고기를 인간이 먹게 된다”고 예고했다. <사이언스>의 예언이 이제 현실이 돼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20세기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라 찬사를 받던 플라스틱은 매년 1000만톤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 분해에만도 수백 년이 걸린다. 장기적으로 우리 생태계를 위협하는 것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그 플라스틱이 분해돼 이제는 식탁까지 올라와 우리가 체내로 다시 흡수하게 된 것이다.

▲ 죽은 새의 배 속에서 나온 플라스틱 조각들. ⓒ BBC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바다로 유입된 폐플라스틱은 해마다 100만 마리의 바닷새와 10만 마리의 바다 거북이를 해치고 병들게 한다. 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한 해양 동물이 이를 먹고 죽거나 병이 든 것이다. 플라스틱은 인간에게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 영국 맨체스터대 연구팀은 2018년 3월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바닷물 속 미세플라스틱 오염이 영국의 어웰강(1위)과 머지강에 이어 우리나라 인천 해안과 낙동강 하구가 2위, 3위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몸속 들어온 미세플라스틱, 내분비계 교란할 가능성

전문가들은 미세플라스틱이 먹이사슬을 통해 결국 사람 체내로 침투하면 내분비계 교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미세플라스틱이 150㎛ 이하로 작아지면 모든 인체 기관에 침투가 가능해 밖으로 배출되지 않고 몸속에 쌓여 여러 부작용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인천대 김승규 교수는 “미세플라스틱의 인체 침투 경로는 다양하고, 그중 소금 섭취를 통한 침투는 약 6%로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라며 “연구의 핵심은 해염 섭취의 위험성이 아니라, 우리가 환경에 배출하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양과 해염 섭취를 통해 삼키는 미세플라스틱의 양이 매우 밀접하게 연관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사회는 플라스틱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사용 자제를 촉구하고 있는데 유럽연합과 우리 정부도 2030년까지 플라스틱 사용량을 절반으로 줄이기로 하고 관련 대책을 시행중이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2015년부터 오는 2020년까지 90억원의 예산을 들여 ‘해양 미세플라스틱에 의한 환경위해성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편집: 반수현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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