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현장] ‘금강요정’ 김종술 기자의 4대강 취재기 북토크

20일 오후 6시 30분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의 복합문화공간 벙커원(1).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이 시작된 2008년 이후 약 10년간 1300여 건의 고발기사를 쓴 김종술(52)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가 그 취재기를 담은 <위대한 강의 삶과 죽음> 출간기념 북토크를 시작했다. 이철재(47) 환경운동연합 생명의강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이 무대에 나란히 앉아 청중과의 대화를 중개했다.

2008년 이후 10여년 쓴 4대강 기사 1300여 건

“금강에서 매일 물고기를 잡아 아이들을 대학 보내고 집을 장만했던 어부가 있어요. 제게 ‘산의 가랑잎보다 많다고 할 정도로 4대강 사업 전엔 금강에 물고기가 많이 살았다’고 하더군요. 물고기가 줄었는가 싶으면 비가 와서 곳간을 채워놓는다고 할 정도로 강이 맑고 깨끗했다는 거예요. 하지만 2012년 금강 백제보 인근에서 60만 마리 이상이 떼죽음을 당하기 시작하면서 매년 물고기 폐사가 반복됐죠.”

▲ 20일 서울 충정로 벙커원에서 열린 북토크에서 4대강 취재 당시의 경험을 회고하고 있는 김종술 기자 © 윤종훈

김 기자는 현장 취재를 통해 물고기들이 ‘용존 산소 고갈에 의한 질식사’를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떼죽음 당해 둥둥 떠 있는 물고기들을 너무 많이 본 그는 악몽에 시달려 3개월여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당시 현장에서 죽은 물고기를 수거한 환경부와 수자원공사 직원들도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정부는 하루 1000여 마리의 물고기가 죽어도 50여 마리로 축소 발표하는 등 4대강 사업의 책임을 철저히 회피했다고 그는 비판했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부터 4년여 동안 약 22조 원의 세금을 들여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의 물을 가두고 강변을 정비하는 내용의 4대강 사업을 추진했다. 수질 개선, 가뭄·홍수 예방 등을 목표로 내세운 이 사업으로 보 16개, 댐 5개, 저수지 96개가 2012년 4월 완공됐다. ‘흐르는 물을 가두면 썩는다’는 환경단체 등의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된 이 공사는 2012년 7월 낙동강에서 ‘녹조라떼’로 불릴 정도의 심각한 녹조가 발생하면서 부작용을 본격적으로 드러냈다. 2012년 10월 금강에서 엄청난 숫자의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하는 등 ‘생태 위기’가 심각하게 부각됐지만 당시 환경부는 ‘4대강 사업으로 수질이 개선됐다’ ‘원인을 모르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보 문을 여니 다시 돌아온 모래톱과 재첩·다슬기

▲ 김종술 기자(무대 오른쪽)의 발언에 이어 이철재 부위원장이 보충 설명을 하고 있다. © 윤종훈

4대강 정비가 끝난 후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는 전북, 충남북을 흐르는 금강의 세 개 수문(세종보·공주보·백제보) 중 세종보만이 잦은 고장과 기름 유출 등의 이유로 1년에 네 차례 수문을 열었을 뿐 다른 보는 문을 연 일이 없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후 ‘강 되살리기’ 차원에서 세종보, 공주보, 백제보를 포함한 4대강의 14개 보가 단계적으로 개방됐다. 그러나 백제보의 경우 인근 비닐하우스에서 수박 재배를 하는 농가들의 반대로 최근 다시 수문을 닫았다.

김 기자는 “수문을 닫은 백제보의 경우 아직 녹조가 창궐하고, 백제보의 수위 영향을 받는 아래쪽 공주보 또한 강바닥에 뻘이 시커멓게 쌓여있다”고 최근 상황을 설명했다. 반면 세종보는 일부 정체된 공간 때문에 부유물이 존재하지만 그 전보다 물이 맑아지면서 수질이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수문 개방으로 물이 흐르면서 하중도에 모래톱이 만들어지고 재첩, 다슬기가 발견되는 등 ‘강이 살아나는 증거’를 발견했다는 것이다.

우리 동네 개천부터 관심 가져야 

서울에서 무역업을 하다 충남 공주의 한 지역신문 기자를 거쳐 사장으로 일하던 중 4대강 취재를 시작한 김 기자는 특히 금강에 대한 집요한 취재로 ‘금강요정’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지금은 ‘전업 시민기자’로서 4대강 취재를 계속하고 있는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언제까지 취재할 거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그리고 “어렸을 때 친구들과 놀던 강, 내가 봤던 강의 모습이 돌아올 때까지 계속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날 북토크에는 조현진(43·여)씨가 대학에서 환경을 전공하는 아들 박상우(20)씨와 함께 참여하는 등 다양한 연령대의 청중 30여 명이 자리를 함께했다. 대학생 한가람(25)씨는 “4대강 사업이 그저 국가예산을 매년 꿀꺽 삼키는 (낭비적) 사업이고, 강에 녹조가 끼어 문제라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훨씬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 김종술 기자가 청중과 대화하고 있다. 이날 북토크에는 회사원, 대학생 등 30여명이 참석, 4대강 취재 당시의 경험과 시민사회의 과제 등에 대해 다양한 질문을 던졌다. © 윤종훈

김 기자는 4대강 수질개선 등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 내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묻는 한 참석자에게 “진보언론, 환경단체 등을 후원하면서 강에 관심을 가질 것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왜 강이 녹조로 덮여 있는지 시청과 환경부 등에 항의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역설했다. 무엇보다 시민 각자가 가까운 개천이라도 찾아가 보는 ‘관심’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좋은 강이든 나쁜 강이든 가까운 개천이라도 찾아가 봅시다. 우리가 가까운 개천이라도 관심을 가져야 냄새가 나면 ‘냄새가 왜 나냐?’고 지적하고 쓰레기가 많으면 ‘쓰레기가 왜 많지?’라고 지적하죠. 그래야 그 강이 살아납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강, 그런 강이 돌아오길 소망합니다.”


편집 : 박경난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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