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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족포식자'의 후예가 굶주린 것

기사승인 2018.08.13  20:5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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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상사전] '욕망'

   
▲ 양영전 기자

동족 간 포식 행위가 일어나는 원인을 두고 학계에서는 설이 분분하다. 동물 중에서도 인간으로 한정하면, 굶주림 같은 특별한 경우를 빼면 대개 정령(精靈)의 신체를 먹고 정령과 합일하는 일종의 의식 행위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이런 주장을 펴는 세력은 가톨릭의 미사에서 축성된 빵을 그리스도의 몸으로, 축성된 붉은 포도주를 그리스도의 피로 여기는 것도 동종포식, 곧 카니발리즘의 흔적이라고 말한다.

인류 역사에서 카니발리즘은 꾸준히 있어 왔다. 인류학자 샌디가 약 3700년 동안 156개 원시 사회를 조사한 결과, 인육을 먹는 관행이 존재한다는 통계는 조사대상의 34%나 됐다. 오늘날에도 중국과 뉴질랜드 일부 원시 사회에서 식인 문화가 존재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지금도 지구촌 어딘가에서는 살인과 식인 행위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 사회에서 나타나는 카니발리즘의 형태를 살펴보면, 죽은 이의 영혼과 산 자가 합일하는 의식 행위로 설명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지점이 있다. 카니발리즘을 행하는 인간들은 살인을 저질러 인육을 먹기까지 과정을 즐겼다는 것이다.

이는 1554년 독일 해군이었던 한스 슈타덴이 목격한 식인 풍속 묘사에서도 드러난다. 배가 난파돼 브라질의 한 인디언 부족에게 붙잡힌 슈타덴은 그곳에서 10개월여를 보낸 뒤 잡아 먹히기 직전에 극적으로 도망쳤다. 슈타덴은 “인디언들이 먹잇감으로 결정한 사람을 죽이기 하루 전, 날이 새기 전부터 해가 뜰 때까지 춤과 노래를 계속하며 흥겨워했다”고 증언했다. 시체의 다리와 팔, 몸통을 잘라낸 뒤에는 그 주위를 돌며 즐거운 비명을 지르기까지 했다.

   
▲ 뉴질랜드 원주민 마오리족은 종교적 의식 행위로 식인문화를 형성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 pixabay 

주목해야 할 대목은 이 과정에서 인간의 의지가 작용했느냐는 것이다. 죽은 이를 위로하는 수단으로서 카니발리즘을 이해하려 한다면, 식인 이전에 살인 행위에 관한 설명이 우선돼야 한다. 죽여 놓고 그 영혼을 위로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1549년 식인 행위를 목격한 한 신부의 목격담을 보더라도 인간 사회의 카니발리즘은 의식 행위라기보다 잔인한 인간의 욕망이 분출된 결과물 가운데 하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늘날 살바도르 시 인근 마을의 식인 현장에 있던 이 신부는 마을 사람들이 한 소녀를 죽인 뒤, 시체 부위 별로 각각의 방식으로 요리했고, 이를 맛있게 먹었다고 증언했다. 죽은 소녀는 그들의 식욕을 채우는 수단에 불과했던 것이다.

일부 유인원을 제외하고 보통의 육식 동물은 동족상잔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럼에도 인간이 유전자의 억제까지 일탈해가며 식인문화를 형성해왔다는 점은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최근 우리 주변의 사회문제들도 과한 욕망을 추구하면서 나타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비정규직 양산이나 집값 상승도 결국은 돈에 대한 끝없는 욕심이 원인이다.

카니발리즘은 소앤틸제도의 원주민이 스스로를 가리켜 ‘대담한 사람들(카리바)’이라고 부른 데서 유래했다. 어느 날 평화롭던 쿠바인들이 이들의 생활을 보고 아라와크어로 ‘흉포한 놈들(카니바)’이라고 경멸하는 것을 콜럼버스가 잘못 듣고 식인종의 의미로 생각했던 데서 나왔다는 것이다. 대담한 인간들이 점점 흉포해지고 있다.


보들레르가 ‘모든 능력들의 여왕'이라고 말한 상상력이 학문 수련 과정에서 감퇴하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널리즘은 아카데미즘과 예술 사이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을 옥죄는 논리의 틀이나 주장의 강박감도 벗어 던지고 마음대로 글을 쓸 수 있는 상상 공간이 바로 이곳입니다. 튜토리얼(Tutorial) 과정에서 제시어를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여러분만의 ‘상상 사전’이 점점 두터워질 겁니다. (이봉수)

편집 : 반수현 PD

양영전 기자 yyj41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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