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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의 역사’에서 ‘기억의 역사’로

기사승인 2018.07.16  17: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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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상사전] ‘공직자의 거짓말’

   
▲ 박선영 기자

역사학자 르낭은 ‘민족은 망각의 공동체’라고 했다. 국가라는 큰 공동체를 결속하기 위해 근래에도 바뀐 게 없다. 세월호 당시 대통령은 문책을 피하고자 조직적으로 사실을 은폐했다. 촛불 시민의 유혈 진압으로 비화할 수 있는 계엄령 문건이 발견됐지만 군부는 기무사를 싸고돌며 보고 자체를 기피했다. 보수언론은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야 하는 게 군대라고 강변한다. 쿠데타 세력이 두 차례나 집권했는데도 엄중하게 처벌한 적이 없으니 망각에 의한 인과응보를 민주시민이 당하는 걸까? 망각과 용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 현대사에서는 국가라는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망각이 용서를 압도했다. 이승만은 북진한다고 큰 소리 치다가 한강다리를 끊고 도주했고 백만 가까운 사람을 죽인 뒤에도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민심을 수습하고 군인으로 돌아가겠다던 박정희는 영구집권을 꿈꾼 독재자가 되었다. 국민들은 이들을 용서까지는 아니어도 늘 망각했다. 경제성장이라는 목표가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공직자의 거짓말은 공익에 치명적이다. 그들의 거짓말은 공익을 앞세우고 국민을 팔지만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고 연장하는 수단일 뿐이다. 거짓말로 유지되는 권력은 더 큰 거짓말을 부른다. 이는 독재의 역사와 세월호 참사를 대하는 박근혜 정권의 태도에서 드러난다. 세월호 참사 당일 잠자던 대통령의 행적을 숨기기 위해 청와대는 문서를 조작하고, 압수수색하려는 검찰을 압박하고, 청문회에서 위증했다. 최고 권력자의 거짓말은 일부에 국한되지 않고 공직자 사회에 전염되는 특징이 있다. 해경 지도부부터 중하위 공무원들의 조직적 거짓말에서 드러나듯 공직자의 거짓말은 파괴적이며 증폭된다. 기무사는 직무와 전혀 상관없는 세월호 유족 사찰을 일상 업무처럼 수행했다.

   
▲ 권위주의 시대에는 성장지상주의에 담론에 묻혀 웬만한 공직자의 거짓말은 쉽게 용인되고 잊혀졌다. © pixabay

그러나 국민들은 권력자들의 거짓말에 깊이 분노하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망각을 경계하고 거짓말한 공직자들에게 죗값을 치르게 하려던 분노가 쉽게 가라앉는다. 세월호 참사를 애도하고, 청문회에서 위증하는 정치인들을 ‘법꾸라지’라며 욕했지만, 분노는 오래가지 않았다. 그 배경에는 수단과 과정이 정당하지 않아도 경제성장이라는 목표를 위해 많은 거짓말을 용인해온 사회문화와 이를 학습한 공직자들이 있다. 이에 제동을 걸고자 분노해야 한다고 외치는 소수는 ‘정치적 의도’를 의심받는다. 세월호 사건의 진실을 밝혀달라는 유가족의 요구는 ‘이기주의’로 몰리고, 공직자의 거짓말을 성토하는 이들에게는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반동분자라는 낙인을 찍었다. 폐지에 가까운 기무사 개혁을 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이적행위’라는 딱지가 붙는다.

우리는 또 다른 ‘망각의 역사’와 새로운 ‘기억의 역사’, 그 갈림길에 서있다. 망각의 역사를 되풀이하려면 국민에게 악행을 저지르고도 거짓말로 일관한 그들을 그냥 용서하면 된다. 하지만, 부조리를 끊고 새로운 역사로 나아가려면 국민을 농락한 이들을 기억하고 그들에게 다시는 우리의 삶을 맡기지 않아야 한다. 거짓말한 이들에게 분노하고, 비호세력도 응징해야 한다. 이는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일이 아니며, 정의 실현을 통한 진정한 사회 대통합으로 나아가는 길이다.


보들레르가 ‘모든 능력들의 여왕'이라고 말한 상상력이 학문 수련 과정에서 감퇴하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널리즘은 아카데미즘과 예술 사이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을 옥죄는 논리의 틀이나 주장의 강박감도 벗어 던지고 마음대로 글을 쓸 수 있는 상상 공간이 바로 이곳입니다. 튜토리얼(Tutorial) 과정에서 제시어를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여러분만의 ‘상상 사전’이 점점 두터워질 겁니다. (이봉수)

편집 : 윤종훈 기자

박선영 기자 sunnyolo10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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