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제17기 예비언론인 캠프’

바깥 공기는 선선했지만 강의실 열기는 뜨거웠다. 13개 강좌가 쉼없이 이어지는데도 예비언론인들은 지친 기색 없이 강의 내용을 받아 적는 등 열의를 보였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이 매년 두 번씩 마련하는 ‘언론인을 꿈꾸는 예비언론인 캠프’가 6일부터 이틀간 충북 제천 세명대에서 열렸다. 올여름으로 17기째를 맞은 캠프에는 전국 각지에서 온 예비언론인 49명이 참가했다.

정혜리(24·인하대 한국어문학 4)씨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에 다녔던 친척이 이 캠프를 추천해줬다”고 참가 이유를 밝혔다. 올해 초부터 언론고시를 준비했다는 그는 “언론이 주전공이 아니라서 모르는 게 많아 캠프 일정을 따라가면서 많은 정보를 얻고 싶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 대학신문·방송 기자·PD 등 전국에서 온 예비언론인들이 강의에 집중하고 있다. ⓒ 윤종훈

캠프 개소식에서 이봉수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장은 “언론인은 불편과 진실을 대면하는 직업인데, 사회를 바꾸려는 의지를 가진 자만이 불편과 진실을 대면할 수 있다”며 “열정과 실력 없이 언론인이 되면 쉽게 굴절해 ‘기레기’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진 ‘무엇이 우리 가슴을 뛰게 만드나’라는 기조 강연에서 이 원장은 가디언, BBC 등 세계 일류언론과 한국 언론을 비교하며 한국 언론이 시급히 도입해야 할 혁신과제들을 제시했다.

KBS PD 출신인 이상요 교수는 ‘영상제작 Key-Finding’ 강의에서 “영상제작의 열쇠는 디지털 플랫폼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디지털 플랫폼에서 텍스트 매체가 영상을 효과적으로 결합한 예로 가디언이 선보인 온라인 기사 ‘파이어 스톰(Fire Storm)’을 들었다. 이 교수는 “PD 입사 시험에서도 저널리즘 정신과 디지털 기술을 어떻게 접목시킬지를 많이 묻는다”며 예비언론인에게 디지털 플랫폼 활용법을 고민할 것을 주문했다.

“메이저신문 기자되기 어렵다”

이종원 교수가 ‘메이저신문 기자 되기 어렵지 않다’는 강의를 시작하며 “사실 어렵다”고 운을 떼자 강의실에는 폭소가 이어졌다. 이 교수는 “어렵지만 어떻게 하면 어려운 길을 뚫고 나갈 수 있을지 같이 생각해보자”고 제안했다.

2008년부터 4년간 <조선일보> 채용담당 편집부국장을 지낸 이 교수는 실무 경험을 토대로 언론사 공채 시스템을 상세히 설명했다. 특히 신입 공채는 줄고 경력 채용은 느는 쪽으로 바뀐 채용 경향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조선일보>는 매년 기자를 10~12명 뽑아왔는데, 3~4년 전부터 공채에서는 60%만 뽑고 나머지는 채용형 인턴으로 뽑고 수시 경력 채용을 병행한다”며 “공채가 절반으로 줄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 언론인 지망생 대부분이 언론사가 '어떤 기준으로 어떤 사람을 뽑느냐'하는 정보 없이 공부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한 이종원 교수. ⓒ 임형준

“정말 미안하게도 필기시험에서 여러분들이 쓴 글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확률은 거의 없습니다. 600명이 쓴 글을 온종일 업무에 시달린 채점위원 4명이 일주일간 점수를 매기기 때문입니다. 또 글쓰기 한 번으로는 능력을 제대로 측정할 수도 없습니다. 아무리 글 잘 쓰는 사람도 그날 컨디션이 안 좋거나 주어진 주제에 별 관심이 없으면 실패하죠.”

언론사에서 경력 채용이 느는 이유는 ‘공채 제도의 한계’ 때문이다. 이 교수는 “언론사에서는 공채로 10명을 뽑았을 때 잘하는 기자가 5명이 나오면 ‘대성공’이라고 한다”며 “돈 들인 만큼 결과를 얻어야 하는 고용주로서는 기자나 PD로서 필요한 자질과 역량, 기본적 소양이 경력으로 검증된 사람을 스카우트하는 게 훨씬 이익”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렇게 언론사는 계속 문을 좁히고 있는데, 지망생들이 공채로만 돌진하는 것이 과연 효율적인가”라고 물음을 던졌다.

<조선> <동아> <중앙> 등 메이저 언론사의 채용 과정을 상세히 설명한 이 교수는 지망생들에게 ‘채용형 인턴’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채용형 인턴에 뽑힐 확률이 공채보다 높고, 인턴을 하면서 색다른 아이템을 발제해 취재하고 기사 쓰는 능력을 인정받으면 그대로 채용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것도 결국 현장기사 작성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만 가능한 방법”이라며 “현장기사는 ‘백견이 불여일행’이고 기사 백 번 읽는 것보다 직접 취재해 기사를 쓰고 보완하면 능력이 업그레이드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능한 신입 PD는 ‘질문 잘 하는 사람’

“‘너 연애편지 쓴다며? 60분 동안 써봐’ 이런 게 있나요? 이 세상엔 없어요.”

MBC PD이기도 한 김신완 교수는 ‘유능한 신입 PD의 조건’을 주제로 한 강의에서 “작문시험을 앞둔 지망생들은 매일매일 이상한 글쓰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PD는 연애편지와 작문시험의 차이점으로 “글을 쓸 때 어느 정도 시간을 들일지 스스로 결정하고, 그것을 결정하면 모든 노력을 다해 최상의 글을 써낸다는 것”을 꼽았다. 연애편지를 잘 쓰기 위해 한 달을 고민하고, 수많은 책을 인용하는 것처럼 작문시험을 준비하라는 의미다.

▲ 유능한 신입 PD가 되려면 '현실 세계의 일'을 잘하는 사람이 되라고 주문한 김신완 교수. ⓒ 윤종훈

김 교수는 “유능한 신입 PD는 궁금한 걸 묻는 것 같은 현실 세계의 일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참신하고 색다른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는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질문하고 대화하고 보고하는 ‘소통’을 잘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런 일을 능숙하게 하는 사람이 입사 면접이건 신입 PD 생활이건 잘 해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기자 지망생이지만 김 PD 강의를 인상적인 강의로 꼽은 이승완(24·서울대 정치외교 3)씨는 “연애편지를 쓰는 마음으로 글을 진실되게 쓰는 게 기본이라고 알려주셨지만, 주위에 언론 준비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렇지 않은 게 현실”이라면서 “‘상식적인 삶을 사는 것이 정답이라는 믿음’이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장해랑 EBS 사장은 ‘공영방송의 비전과 원하는 인재’라는 강의에서 “EBS도 세상의 변화에 기여할 수 있는 공영방송이 되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시청자가 심화학습을 할 수 있는 모바일 콘텐츠 '인터랙티브e'를 예로 들며 “크로스미디어 시대에 적합한 콘텐츠를 만들려는 데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장 사장은 “EBS의 변화를 파악하는 것처럼, 지원한 언론사가 무엇을 고민하며 어떻게 변신하려 하는지를 정확하게 분석하라”고 조언했다.

▲ 예비언론인들은 첫날 강의가 끝나고 '치맥파티'를 하며 친목을 다졌다. ⓒ 박진홍

단편적 지식보다는 ‘지식의 계보’를 알아야

캠프 둘째 날은 방송기자 지망생에게 유용한 김문환 교수의 ‘레벨업! 방송리포팅’ 강의로 시작했다. 방송 리포팅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인토네이션(Intonation, 음높이 변화)’라고 강조한 김 교수는 “운율감 있게 소리 내야 전달력이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수강생들이 리포트를 읽으면, 김 교수는 목소리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조언했다.

이어진 ‘서양 문명과 미디어 리터러시’ 강의에서 김 교수는 ‘촛불과 만민공동회’를 다뤘다. 그는 “작년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국민들이 투표로 뽑았는데, 국민들이 원치 않는 정책 행보를 보인 것은 민주주의 시스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조선 후기 만민공동회와 고대 아테네에서 시행된 직접민주주의에서 오늘날 우리 문제를 해결할 열쇠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 프롬프터를 활용한 방송 리포팅 실습 중인 캠프 참가자. ⓒ 박진홍

제정임 교수는 ‘시사현안 100분 토론’ 강의에서 “언론인은 세상이 돌아가는 현안을 자기 영역이 아니더라도 제대로 알고 있어야 대중에게 뉴스를 전할 수 있다”며 시사 현안을 폭넓게 파악할 것을 주문했다. 또 시의성 있는 주제로 수험자의 사고력, 판단력, 균형감각을 평가하는 언론사 입사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시사현안의 찬반양론을 이해하면서 자기만의 주장을 말이나 글로 설득력 있게 전하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는 ‘세상을 바꾸는 힘 탐사보도’ 강의에서 “사명감, 분노, 호기심, 인내, 열정, 전문성 6가지를 놓치면 언론인이 되기 쉽지 않다”며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라고 우스갯소리로 말하지만, 열정이 없으면 견디기 힘든 곳이 언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좋은 저널리스트가 되려면 권력자들이 던져주는 정보들을 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최대한 ‘원 정보’(Original Information)를 찾는 열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이봉수 교수가 연구실에서 책을 어떻게 읽고 자기 것으로 만들 것인지를 주제로 튜토리얼을 하고 있다. ⓒ 박진홍

이봉수 원장은 ‘개인DB 만들기’, ‘칼럼쓰기 어렵지 않다’, ‘자기소개서 클리닉’ 등 언론사 지망생들에게 꼭 필요한 강의를 연달아 진행하면서 “언론인은 단편적 지식보다는 지식의 계보를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캠프 참가생의 글을 첨삭 지도하는 이번 ‘봉쌤의 피투성이 백일장’ 제시어는 ‘갈등’이며, 2주 안에 자유롭게 쓴 글을 이봉수 원장 이메일(hibongsoo@hotmail.com)로 보내면 된다.

▲ 제17기 예비언론인 캠프 참가자들이 저널리즘스쿨 현관에서 단체사진을 찍었다. ⓒ 손준수

김계범(27·숭실대 국어국문학 4)씨는 “언론고시 준비하는 게 막막했는데, 교수님들이 짧은 시간에도 핵심을 꼼꼼하게 짚어 주셔서 큰 도움이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기자를 지망하는 그는 “이봉수 원장의 ‘개인DB 만들기’ ‘칼럼쓰기 어렵지 않다’, 이종원 교수의 ‘메이저신문 기자되기 어렵지 않다’가 특히 인상 깊었다”며 “1박2일 일정이 지나고 보니 짧게 느껴졌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편집 : 안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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