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특강] 강정수 메디아티 대표
주제: 세계의 미디어 생태계

<닷페이스> <쥐픽쳐스> <디퍼> 등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스타트업 매체들을 발굴하고 키워준 인큐베이터는 서울 혜화동 대학로 옛 샘터사옥에 둥지를 틀고 있다. 미디어 전문 엑셀러레이터(스타트업 육성기업) 메디아티가 그 주인공이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학생들은 지난 4월 20일 메디아티를 방문해 강정수 대표의 강연을 듣고 메디아티가 키우고 있는 스타트업 미디어들을 견학했다. 강 대표는 세계의 미디어 생태계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고, 그 변화에 ‘올드 미디어’와 ‘뉴 미디어’가 어떤 방식으로 도전해야 하는지 설명했다.

다른 시장이면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 시장의 관점에서 미디어 마켓을 분석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한 강 대표는 “지금의 미디어는 시장 변화에 맞는 기존과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안형기

“전통 레거시 마켓에서는 전통적 미디어 그룹이 생산, 유통망 등을 독점적으로 구성했어요. 하나의 유통망이 구축되면 대단한 ‘배타성(exclusivity)’이 구축되면서 콘텐츠가 집중되었죠. 중요한 점은 이 과정에서 시청자나 독자를 확보한 전통 미디어 기업이 ‘번들링(bundling; 묶음화)’을 한다는 거예요. 예를 들면 경제면에는 관심 있지만 문화면에는 관심 없는 사람도 번들링 된 종이신문을 다 보아야 했죠. 이 번들링은 가격결정에 있어서 생산자에게 대단히 유리한 고지를 제공해요. 번들링 속 각각의 개별 비용을 숨길 수 있고 소비자의 지불의사에 꼭 부합하지 않더라도 제품을 판매할 수 있으니까요.”

강 대표는 이런 번들링 속에는 콘텐츠뿐 아니라 광고도 포함되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테면 신문에는 독자 의사와 상관없는 광고가 하단에 번들링 되고, 방송사는 ‘시간 띠’라는 개념으로 각 프로그램의 시청자층에 맞는 광고를 시간대별로 팔았다는 것이다. 종이 신문과 방송사는 서로 단절된 유통구조를 가지면서도, 이 번들링 속에서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냈다. 콘텐츠와 광고의 연동이 독자들에게 도달하는 구조, 이것이 레거시 미디어 시장의 구조다.

“하지만 디지털 마켓에서는 사용자 활동(user activity)에 기반해 광고가 번들링 되죠. 콘텐츠에 맞춰 광고가 번들링 되는 것이 아니라, 이 사람이 무엇을 클릭했는지 어떤 콘텐츠에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달았는지에 따라서 광고가 번들링 된다는 거예요. 사용자 활동이 중요한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요. 콘텐츠 공급측이 아닌 ‘이용자’측에서 광고가 번들링 되는 구조, 이것이 가장 큰 시장 구조의 차이죠. 레거시 미디어 마켓과 디지털 미디어 마켓이 명확히 다른 만큼, 우리에겐 다른 접근이 필요합니다.”

그는 미디어 시장 안에서 일어나는 보다 구체적인 변화로 ‘선형성의 종말(The end of linear TV)’ ‘코드 커팅’ ‘젊은 시청층의 손실’을 언급했다. 전통적으로 신문 편집국과 방송 편성국이 절대적인 힘을 가질 때는 이용자가 그들이 결정한 대로, 선형적으로 미디어를 소비할 수밖에 없었다. KBS 9시뉴스, 거실TV처럼. 하지만 지금은 그 선형성이 붕괴되었다. 넷플릭스의 CEO 헤스팅스는 “몰아보기(Binge viewing)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말한 바 있다. 하루 종일 넷플릭스로 콘텐츠를 몰아 보는 ‘넷플릭싱(netflixing)’이라는 말이 유행어가 될 만큼, ‘온 디맨드’(on demand) 서비스를 통한 빈지 문화는 유럽, 미국에서 폭발적인 방송 소비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페이스북도 대표적인 예다. 친구의 활동 기록에 의해, 그것이 누적된 데이터에 기초해 나의 뉴스피드가 형성되고 이용자가 그 안에서 순서까지 결정한다. 즉, 미디어 시장 안 결정이 전부 ‘소비자의 선택’에 기초해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 서울 혜화동 대학로 옛 샘터사옥에 둥지를 틀고 있는 메디아티 라운지에서 강 대표의 강연을 듣고 있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학생들. ⓒ 안형기

전통 광고 시장은 붕괴했다

미디어 시장의 지형이 변하자 광고 시장 역시 변했다. 광고의 정의 중 하나는 ‘미디어가 제대로 작동할 때 미디어를 통해서 커뮤니케이션 되는 개념’이라는 것이다. 예전 군사정부 때, 소수 언론만 미디어 시장에 있을 때는 광고주도 편했다. 몇 군데만 내보내면 거의 전 국민에게 광고가 도달했고 전국적 유행도 가능했다. 하지만 요즘은 많이 다르다.

“모바일 광고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죠. 광고 점유율은 다른 영역에서 넘어올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럼 어디서 올까요? 각각으로부터 조금씩 뺏어옵니다. 방송, 종이신문 시장.... 일단 데스크톱 광고 시장은 거의 실패했다고 봅니다. 최근 1년 내에 자기 의지로 배너 광고를 클릭한 사람이 있나요? 대체할 수 있는 것이 없어서 유지되고 있던 것일 뿐이에요. 결국, 제가 기업의 경영진이라고 한다면 무조건 유튜브, 페이스북, 모바일의 광고를 늘려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돈을 버는 길이니까요. 그래서 페이스북은 알고리즘을 조정해서라도 동영상을 늘리고 싶어했죠. 사람들이 동영상을 보며 광고를 소비할 때, 자신들도 돈을 버니까요.” 

미국에서 모바일 광고 시장이 1달러 성장하면, 90센트는 구글과 페이스북이 가져간다. 단 두 기업이 어마하게 커지는 모바일 광고 시장을 점령하고 있는 것이다. 모바일 광고 시장을 향한 전세계 기업들의 경쟁은 지속되고 있다.

“정상적인 시장은 광고 점유율과 독자 점유율이 유사한 거예요. 그런데 그것이 일치 안 되는 시장이 있죠? 신문 시장과 모바일 시장입니다. 신문 시장은 독자에 비해 광고 규모가 크고, 모바일은 그 반대죠.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요? 그것은 신문 독자 4%의 ‘질적 분석’을 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 안에 정치인, 기업 경영진이 있는 거죠. 소비자의 사회적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광고주가 붙는 거예요. 아마 그 사람들이 정계와 재계 은퇴를 하지 않는 이상 당분간 그 영향력은 유지될 것이라고 봅니다.”

▲ 미국 성인들이 TV, 웹, 종이 신문, 라디오, 모바일에 소비하는 개별 시간적 점유율과 광고 시장 점유율을 보여주는 그래프. ⓒ COMPETITIVE FUTURES

강 대표는 그러한 독자의 ‘질적 분석’이 디지털 미디어 시장에도 적용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누가 이것을 보는가에 관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 언론사의 디지털 전략은 그와 거리가 먼, ‘트래픽의 함정’(traffic trap)에 빠져 있다. 예를 들면 <조선일보>의 트래픽은 <뉴욕타임스>의 3배 정도 되고, <SBS> 웹사이트 트래픽은 <뉴욕타임스>의 2배가 된다. 하지만 그 정도의 영향력, 어젠다 세팅 기능이 있다고 하기는 어렵다. 그것은 방문자 수로만 시장 크기를 계산하는 ‘트래픽의 함정’ 때문이다. 강 대표는 언론사 트래픽에도 ‘질적 평가’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확히 어떤 이들이 미디어를 소비하며, 그들의 관심사는 무엇이고, 그들이 원하는 콘텐츠나 광고는 무엇일지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것, 즉 타겟층의 정밀한 ‘질적 평가’가 필요하다.

“<뉴욕타임스>는 이런 말을 했죠. ‘타임스의 큰 문제는 인지도(awareness)가 아니라 연관성(relevance)이다.’ <뉴욕타임스>의 문제는 인지도가 아니라, 20대 독자와의 연관성에 있다는 거죠. 젊은 층 중에 뉴욕타임스를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자신과의 연관성을 찾지 못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젊은 구독자 비율이 점점 하락하고요. 그거 아세요? <뉴욕타임스> 정기구독자의 50% 넘는 구매 동기가 ‘스마트 리빙 섹션(smart living section)’에 있습니다. 어떻게 내 삶이 조금이라도 나아질 것인가에 관한 팁을 주는, 그런 섹션이 독자를 유인하는 가장 명확한 유인책이라는 거예요. 그래서 <뉴욕타임스>는 ‘서비스 저널리즘’을 표방했죠. 독자의 삶을 조금이라도 나아지게 하는, 독자의 삶에 연관성(relevance)을 주는 저널리즘이 되자고 하면서요.”

‘표적 소비자’를 명확하게 하라

“청와대가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고 팔로워 수도 높지만 방문자 중 20대는 2~3%뿐입니다. 페이스북 페이지가 없더라도 정부를 지지할 전통적인 지지층만 결집시킨 거죠. 외연을 확장하고 싶은 청와대로서는 고민거리입니다. 하지만 트럼프 같은 경우에는 외연확장보다 핵심 지지층을 결집 시키는 게 중요하죠. 그래서 <CNN> <뉴욕타임스>를 ‘가짜뉴스’라고 공격하면서 지지층을 불러 모으는 겁니다. 트럼프 쪽이 미디어를 더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즉, 전략적 목표에 따라 ‘표적 소비자(target audience)’가 어디 있는가에 따라서 미디어를 운영해야 합니다.

▲ 청와대에서 운영중인 페이스북 페이지. 강 대표는 “페이지 방문자가 많지만 지지층의 외연 확장에는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 청와대 페이스북

강 대표는 변화하는 미디어 시장에 따른 접근법으로 표적 소비자를 명확하게 할 것을 강조했다. 특히 인원 규모가 작은 매체나 스타트업 기업일수록 할 수 있는 일의 한계범위가 존재하기 때문에 노리고 있는 시장이 어디인가를 정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더 나아가 표적 소비자를 설정할 때 제일 중요한 요소로 표적 소비자의 ‘경제 상황’(economic condition)을 꼽았다. 예를 들어 표적 소비자를 ‘밀레니얼 세대’로 삼을 경우, 그들 중에는 여전히 실외에서 일해야 하루를 살아갈 수 있는 생계형도 있을 테고 변호사나 의사처럼 소득이 높은 사람도 있다는 설명이다. 소비자의 '경제 상황'이 달라지면 그들의 ‘가치평가’ 역시 달라지고 취향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강 대표는 표적 소비자 설정이 잘된 사례로 미국의 미디어 스타트업 <롬퍼>(romper)와 <버슬>(bustle)을 소개했다. 두 매체 모두 동일한 연령대 여성을 표적 소비자로 삼지만 <롬퍼>는 미혼모를, <버슬>은 가처분소득이 높은 뉴욕 여성으로 세분화하고 있다. 두 매체는 세분화한 표적 소비자의 사회적 수준, 경제적 수준에 맞춰 콘텐츠를 생산했기 때문에 독자와 연관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강 대표는 표적 소비자의 획득이 중요해짐에 따라 기존 미디어와 뉴미디어들의 결합이 미국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즉, 기존 미디어가 새로운 소비자를 얻기 위해 스스로 혁신하는 노력을 하면서도, 뉴미디어 매체에 투자하는 현상이 빈번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이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논의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혁신은 ‘사고방식’에서 나온다

“종이신문 당연히 만들어야죠. 1센트라도 버는 순간까지 만들어야 됩니다. 정치인들이 끊임없이 종이신문을 보는 순간까지, 기업의 경영진들이 종이신문을 보는 순간까지 만들어야 됩니다. 그러나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조직의 목표는 거기에 머물러선 안 된다는 겁니다.”

강 대표는 변화하는 미디어 시장에서 올드 미디어들의 디지털 혁신은 ‘사고방식(attitude)’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올드 미디어들이 기존의 부가가치가 생성되던 ’가치 사슬(value chain)'을 떨쳐내지 않고서는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영국 <가디언>의 경우 최고의 편집장으로 평가받던 앨런 러스브리저(Alan Rusbridger)는 1990년대 말 편집장으로 부임해 ‘페이퍼 퍼스트’에서 벗어나 ‘디지털 퍼스트’로 나아가기 위한 사내 규칙을 세웠다. 사내에서 종이신문 보는 직원에서 인사고과에서 감점을 준 것이다. 그리고 종이신문 편집국을 지하로 내려 보냈다. 가디언은 지금도 종이신문에서 수익을 창출하고 디지털에서 적자이지만, 러스브리저는 조직이 지향해야 할 바가 무엇인가에 따라서 사내문화를 만들었던 것이다.

강 대표는 <뉴욕타임스> 사례도 들었다. 2016년 5월 <뉴욕타임스> 회장이 전 직원에게 내일부터 출근하면 일주일 동안 PC를 사용하지 말라는 메일을 보냈다. 독자들이 모바일로 뉴스를 소비하고 있으니 직원들도 모바일로 일해보라는 것이다. 소비자가 보는 모바일 상에서 기자의 글이 어떻게 보이는지, 모바일 스크롤을 내릴만한 요소들이 기사에 등장하는지 등 모바일에 맞춘 글쓰기를 강조한 것이다.

▲ <뉴욕타임스>는 ‘미래전략 보고서’에서 ‘2020년까지 디지털 기반의 저널리즘 자생력을 확보하겠다’며 ‘디지털 퍼스트’ 전략의 가치를 내걸었다. ⓒ <뉴욕타임스> 2017 보고서 ‘Journalism That Stands Apart’

강 대표는 궁극적으로 미디어가 존재하는 이유는 생산한 뉴스와 글을 소비자들이 읽게 하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올드 미디어들이 생산해낸 뉴스기사가 소비자에게 어디까지 전달됐는지도 모르면서 방문자 수만 많으면 좋아하는 행태를 비판했다. 미디어가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하고 다양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강 대표는 언론학자 클레이 셔키(Clay Shirky)의 글을 인용하며 강의를 마쳤다.

“전통적인 저널리즘, 특히 종이신문이 망할 것 같은데 그렇다면 그 다음 저널리즘 모델은 뭐가 올까요? 셔키에 따르면 없습니다. 종이신문은 그 어떤 모델도 대체해줄 게 없다는 겁니다. 지금 하고 있는 다양한 시도들이 있는데 큰 변화는 일어나지 않고, 기껏해야 작은 변화들만 있다는 거예요. 많은 모델들이 실패하고요. 그러나 시간이 지난다면, 끊임없는 새로운 시도의 집합체가 궁극에서 저널리즘의 가치를 실현해줄 무언가를 탄생시킬 겁니다. 끊임없는 시도들의 누적된 힘만이, 그 역사만이 저널리즘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특강은 [인문교양특강I] [저널리즘특강] [인문교양특강II] [사회교양특강]으로 구성되고 매 학기 번갈아 가며 개설됩니다. 저널리즘스쿨이 인문사회학적 소양교육에 힘쓰는 이유는 그것이 언론인이 갖춰야 할 비판의식, 역사의식, 윤리의식의 토대가 되고, 인문사회학적 상상력의 원천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2018년 1학기 [저널리즘특강]은 한승동 김영미 오연호 강정수 이정환 최경영 박인규 선생님이 맡았습니다. 학생들이 제출한 강연기사 쓰기 과제는 강연을 함께 듣는 지도교수의 데스크를 거쳐 <단비뉴스>에 연재됩니다. (편집자)

편집 : 박경난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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