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비평] 뉴미디어 시대에 알맞은 시청률 조사 방식

한국에서 융합 미디어는 단기간에 진화와 혁신을 거듭해왔다. 지상파방송 중심의 방송생태계에 처음 도전장을 내민 미디어는 케이블TV였다. 방송국에서 근거리 가입자에게 케이블을 통해 방송 프로그램을 전송하는 시스템으로 채널 수가 부족한 지상파 무선방송(over-the-air)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곧이어 위성방송이 등장했는데, 적도 상공 3만 6000㎞ 궤도 위에 위치한 방송위성을 이용해 각종 방송을 직접 송수신하는 시스템이다. 위성방송을 통해 단일 방송전파로 중계시설 없이 전국에 동시 방송할 수 있고, 방해전파(jamming)나 지역 특수성에 의한 난시청도 해소할 수 있게 되었다.

IPTV는 초고속 인터넷망을 이용하여 TV 단말기로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패킷 방식으로 전송하는 서비스다. 이 또한 위성방송에 이어 통신사업자들이 주도했다. 통신 및 방송사업자와 서드파티 사업자들이 인터넷을 통해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 등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OTT(Over The Top) 서비스도 등장했다. PC, 스마트 폰, 태블릿 PC 등 다양한 기기로 인터넷 기반 동영상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포털과 SNS도 동영상을 주요 서비스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시청자 / 이용자들은 다양한 플랫폼과 디바이스에 기반을 둔 콘텐츠 사업자들의 등장으로 자기 생활패턴에 맞는 방식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게 되었다.

융합 미디어는 시청자들의 미디어 이용행태를 변화시켰다. 과거 시청자들은 편성 시간에 맞춰 거실에 고정된 TV 수상기를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수동적이고 무기력한 존재였다. 이제 그들은 능동적 시청행위를 확장해 주는 새로운 미디어로 이동하고 있다. 언제 어떤 장소에서든, 다양한 단말기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를 소비한다. 이동 중 스마트 폰을 통해 뉴스 머리기사를 파악하고, 휴일에 밀린 드라마를 VOD 서비스로 한꺼번에 몰아보며(binge viewing), 콘텐츠에 댓글로 의견을 표출하기도 한다. 교통사고를 목격하면 비디오로 촬영해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자신이 요리하는 모습이나 노래 부르는 모습, 게임을 중계하는 모습을 유튜브에 올려 상당한 수입을 올리기 시작한 지도 오래됐다. 회의 자료를 스마트 폰이나, 태블릿 PC, 노트북 등 다양한 단말기를 통해 N-Screen 형식으로 공유하면서 회의를 진행하기도 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조사한 미디어 이용시간 추이에 따르면 미디어 이용자들은 종이신문, 라디오, 고정형 PC에서 모바일과 SNS로 대거 이동하고 있다. 아직 TV를 통해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사람이 많이 남아 있지만, TV 수상기 앞을 떠나는 사람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젊은 연령층일수록 모바일 미디어를 필수매체로 인식하고, 이런 경향은 40대와 50대로 퍼지고 있다. 2017년 방송통신위원회 조사를 보면 50대 52.1%, 60대 77.4% 70대 이상 93.4%는 TV를 필수매체로 선택했지만, 10대 78.8%, 20대 84.2%는 스마트 폰을 필수적인 매체로 응답했다. 60대 이상을 제외하면 각 가정 거실마다 놓여있던 TV 수상기는 차츰 무용지물이 되어가고 있다.

▲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서 조사한 2018년 '연령별 일상생활 필수 매체 인식'. ⓒ 정보통신정책연구원

현재 시청률 조사는 이런 미디어 시청행태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닐슨코리아와 TNMS라는 두 외국계 시청점유율 조사기관이 있다. 두 회사는 성, 연령, 거주지역, 나이, 학력, 직업 등 인구생태계 특성을 반영하는 샘플 가구를 전국 3,000가구 이상 확보하여, 각 가구 TV 수상기에 피플미터기를 설치한다. 피플미터기를 설치한 가구는 가족 구성원이 TV를 시청할 때마다 피플미터기에 자신이 시청하는 채널을 리모컨으로 입력하고, 이 데이터는 조사회사 데이터센터로 전송되고 취합되어 매일 아침 시청률 자료를 생성한다. 이 자료는 광고주에게 없어서는 안 될 자료다. 어떤 채널, 어떤 프로그램에 얼마의 단가에 광고를 집행해야 광고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지 판단할 수 있는 유일한 자료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광고주는 구매력이 높은 서울, 수도권 지역 시청률과 고학력 군 시청률, 그리고 생활용품 소비를 주도하는 2049세 세대 시청률이 높은 프로그램을 선호한다.

이 시청률 조사는 피할 수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우선 집이 아닌 터미널, 음식점, 숙박업소 등에서 시청하는 시청률은 제외된다. 1인 가구 시청률도 제외한다. 시청률 조사업체가 패널을 모집할 때 집 전화로 접촉하는데, 1인 가구는 대부분 집 전화가 없기 때문이다. 스마트 폰, OTT, PC, 태블릿 등을 통한 시청률도 집계되지 않는다. 기존 시청률 조사 방법으로는 변화하는 시청행태를 반영할 수 없다.

기존 시청률 조사의 한계를 극복하고 시청자 / 이용자들의 트렌드를 좀 더 정밀하게 읽어내려는 새로운 방법들이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그중 콘텐츠 파워 지수(CPI)는 기존 시청률 조사를 보완하기 위해 CJ E&M과 닐슨코리아가 공동 개발한 지수다. 이 지수는 화제성, 관심 / 관여도, 몰입도를 온라인에서 측정해 3개 행동 항목을 표준 점수화해 평균을 산출한 지수다. 화제성은 해당 프로그램을 언급한 뉴스의 구독자 수를 점수화한 수치다. 뉴스에서 언급했다는 것은 그만큼 화제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를 반영한 것이다. 관심 / 관여도는 해당 프로그램을 온라인으로 검색한 횟수를 점수화한 수치다. 그만큼 시청자들의 관심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다음 시청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몰입도는 온라인 버즈량을 점수화한 수치다.

온라인상에서 콘텐츠를 소비하는 행동을 측정하는 다양한 지수의 합산으로 계량화한 CPI는 온라인에 익숙한 세대들이 좋아하는 콘텐츠의 체감인기를 반영한다. tvN에서 방송한 '나의 아저씨'는 시청률과 CPI에서 차이가 나는 사례다. 이 드라마는 4월 셋째 주 CPI에서 1위를 차지했다. 반면, 같은 기간 기존 시청률 조사에서는 18위에 머물렀다. CPI와 비슷한 측정지표로는 MBC가 개발한 CAMI, KOBACO가 활용하는 PEI, 그리고 트위터가 만든 Social Rating이 있다.

CPI는 온라인상의 시청행태만 반영한 수치라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PC, 모바일을 통한 실시간 및 비실시간(VOD) 시청률만 측정해 한쪽으로 기울어졌기 때문이다. 기존 TV 시청률도 합산한 ‘통합시청률’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우리나라 방송규제정책을 총괄하는 방송통신위원회가 통합시청률 조사방식을 2017년까지 도입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올해 5월 현재까지도 그 계획을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영국, 미국, 노르웨이 등 몇몇 나라는 이미 통합시청률을 측정하거나 계획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KBS와 닐슨코리아가 함께 개발한 ‘코코파이(KOCOPIE)’는 주목할 만하다. KBS 관계자는 “1인 가구의 증가, N스크린의 발달 등 시청자의 라이프스타일과 시청행태 변화로 기존 시청률 자료는 제대로 된 시청행태를 담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닐슨컴퍼니코리아, 굿데이코퍼레이션과 함께 콘텐츠 이용 통합지수 ‘코코파이’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코코파이(Korea Content Program Index for Evaluation, KOCO PIE)’는 통합시청률에 CPI를 합쳐놓은 것이다. 즉 통합시청률이 주목하는 N스크린 시청률(모바일과 웹을 통한 실시간 및 비실시간 시청률을 조사하고, 이를 기존의 거실 TV 시청률과 통합하는 방식)과 CPI가 주목하는 화제성을 접목한 것이다.

N스크린 시청률 조사 방식을 도입한 것은 시청자들의 미디어 이용행태 변화 때문이다. 실시간보다는 비실시간 콘텐츠 소비가 보편화함에 따라 거실 TV 시청률만 집계하는 시청률 조사의 한계가 명확해진 것이다. 예컨대 2015년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서 발표한 'IPTV VOD 시청률 상위 프로그램과 실시간 본방송 시청률 비교' 표를 보면 기존의 시청률 조사에서는 KBS의 일일드라마와 주말드라마가 시청률 1, 2위를 차지했으나, VOD 시청률로는 <무한도전>, <슈퍼맨이 돌아왔다>, <런닝맨>, <히든싱어 2>, <황금어장>, <마녀사냥>, <일밤-진짜 사나이> 등의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높게 나왔다. 드라마도 일일드라마가 아니라 드라마 스페셜, 수목드라마 등 미니 시리즈물이 강세를 보였다. EBS 프로그램의 VOD 시청률도 예상보다 높았다. 이는 EBS가 주력하고 있는 다큐멘터리를 다시 보기로 시청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시간 TV 시청률과 VOD 시청률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발견된 것이다.

▲ 2015년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서 발표한 'IPTV VOD 시청률 상위 프로그램과 실시간 본방송 시청률 비교'. ⓒ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이외에도 KOCOPIE는 2049세대의 시청률을 따로 카운트하는데, 이는 일반적으로 광고주들이 구매력이 높은 2049세대의 시청률이 높은 프로그램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KOCOPIE가 CPI와 같이 화제성을 고려하는 이유는 뭘까? 이는 CJ E&M과 같이 시청률보다 화제성이 높은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방송사가 광고수익을 유리하게 얻기 위해 CPI를 개발한 것과 그 궤를 같이한다. 2014년에 CJ E&M에서 발표한 CPI 지수를 살펴보면, CJ E&M 계열인 tvN <미생>이 2위를 차지한 것에 이어 tvN 오리지널 드라마가 CPI 지수에서 높은 점수를 기록하고 있다. 또 2015년에는 tvN의 <응답하라 1988>이 CPI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들은 기존 시청률 조사에서는 10위권에도 진입하지 못했다. CPI 지수를 기반으로 할 때 CJ E&M의 광고수익은 훨씬 유리해진다.

코코파이는 PIE-TV와 PIE-nonTV 두 가지 지표로 구성된다. PIE-TV는 TV 내 통합시청자 수를 살펴볼 수 있는 지표로 본방송, 재방송, TV-VOD의 시청자 수를 모두 합하여 카운트한다. PIE-nonTV는 TV 밖 프로그램 이용행위를 측정하는 지표로 뉴스, 커뮤니티, SNS, 동영상의 네 가지 영역에서 시청자들의 반응을 조사한다. 해당 지표를 이용하면 기존 시청률 자료만으로는 알 수 없었던 유의미한 시청 행태들을 파악할 수 있다.

▲ KBS에서 2018년 5월에 조사한 코코파이 PIE-TV 지표, 본문에서는 <표1> 로 표기한다. ⓒ 네이버 블로그 MyloveKBS
▲ KBS에서 2018년 5월에 조사한 코코파이 PIE-nonTV 지표, 본문에서는 <표2> 로 표기한다. ⓒ 네이버 블로그 MyloveKBS

<표1>을 살펴보면, KBS2 <같이 살래요>, KBS1 <내일도 맑음>, MBC <전생에 웬수들>, SBS <미운 우리 새끼> 등 전통 내러티브 드라마, KBS2 <1박 2일> 등 예능 프로그램, KBS2 <9시 뉴스>와 같은 뉴스 프로그램 등이 골고루 시청률 순위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표2>를 살펴보면 Mnet <위너원 고 엑스콘>, MBC <이불 밖은 위험해>, 채널 A <하트시그널 2>와 같이 예능 프로그램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JTBC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tvN <나의 아저씨> 등 트렌디 드라마가 순위권을 차지했는데, <표1>과 비교했을 때 종편과 케이블 채널에서 방영한 드라마가 더욱 순위권에 많이 잡혀있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기존 내러티브 방식에 의존하는 프로그램은 TV 플랫폼으로 유통되는 편이 유리하다. 그러나 TV가 아닌 플랫폼을 통해 유통되는 콘텐츠는 가벼우면서도 새로운 제작문법을 탐색하고 활용해야 할 것이다, 또한 현재 매체 점유율에서 TV가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스마트 폰 등 새로운 기기 사용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새로운 제작방식이 중요해지고 있다. nonTV 지수를 중점적으로 확인해야 할 것이다.

<표1>을 통해 기존 시청률의 한계를 더 확인할 수 있다. <표1>에서 MBC <전생에 웬수들>, <나 혼자 산다> 등은 본방송 시청률 순위권에 진입하지 못했지만, VOD 등을 포괄한 종합시청자 수에서는 순위권에 집계되었다. 기존 본방송 중심 시청률에서는 평가절하되었던 콘텐츠들도 재방송 및 nonTV 플랫폼에서는 해당 지표를 통해 가치를 재평가할 필요가 높아진 것이다.

4인 가구가 가정에서 TV를 본방송으로 보는 시대는 가고, 집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개인이 본방송뿐만 아니라 재방송 등 다양한 방식으로 TV를 시청하는 시대다. 기존 시청률 조사 방법은 통계의 한계를 보여주면서 미디어 종사자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다. 기존 시청률 조사의 한계를 극복하고 시청자 및 이용자들의 트렌드를 좀 더 정밀하게 읽어내려는 새로운 시도가 다양하게 모색되어야 한다. 미디어 종사자들도 현재 대안으로 이야기되는 CPI, CAMI, PEI, Social Rating, KOCOPIE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뉴미디어 시대를 슬기롭게 대처해야 한다. 방송통신위원회 또한 현재 추진 중인 통합시청률 조사방식 개발을 마무리하여, 융합 미디어의 토양이 하루빨리 정착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편집 : 고하늘 PD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