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setNet1_2

“어라! 명품가방이 폐자동차시트였다고”

기사승인 2018.05.20  21:32:03

공유
default_news_ad1

- [현장] ‘재활용품 대란’, 주목받는 업사이클링 산업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의 리더 랩몬스터(RM)는 작년 10월 트위터에 근황을 올리면서 백팩 하나를 메고 나왔다. 고가 브랜드일 거라 생각했겠지만, 그 백팩은 자동차 시트로 만든 업사이클링(Up-cycling) 제품이었다. 친환경업체 모어댄이 만든 ‘엘카 백팩’이 협찬받은 것이 아니라 돈 주고 산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에게는 ‘개념돌’이란 이미지가 덧붙여졌다.

   
▲ 방탄소년단 랩몬스터(RM)는 작년 10월 트위터에 자동차 시트로 만들어진 백팩을 메고 있는 모습을 공개했다. 누리꾼들은 그런 그에게 환경을 생각하는 ‘개념돌’이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다.  ⓒ 방탄소년단 트위터

폐차장 자동차 시트에서 나온 ‘랩몬스터 백팩’

랩몬스터가 메고 나오면서 ‘RM백’으로 더 익숙해진 이 백팩은 폐차장에서 나온 자동차 시트로 만들어졌다. 백팩을 만드는 첫 공정은 자동차 시트의 가죽을 잘라내는 일로 시작된다. 잘라낸 가죽을 세척해서 말린 뒤 열가공을 한다. ‘다림질’을 해서 구겨진 부분을 반듯하게 펴주는 것이다.

그 다음에는 가죽을 색깔이나 크기에 따라 분류해 놓는다. 가죽의 재질이 더 살아나도록 꼼꼼히 문질러주면 재료 손질이 끝난다. 자동차 에어백 천과 안전벨트도 멋진 액세서리로 추가된다.

손질이 끝난 가죽 조각들을 이어 붙여 모자이크처럼 연결해 나가면서 가방 모습을 갖춰나간다. 예민한 가죽의 특성 때문에 적정온도에서 습도 조절을 하는 것이 어렵고 중요한 공정이다. 자칫하면 가죽이 굳어버리거나 갈라지기 때문에 섬세한 손질이 필요한 부분이다. 그래서 이러한 공정을 거쳐 가방이 완성되는 데 몇 달이 걸린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엘카 백팩’은 이후 인기 연예인 강호동이 출연중인 프로그램에 메고 나오기도 했다. 지난 3월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이 업체를 사회적 기업으로 지원하고 있는 SK와의 간담회에서 가방에 관한 설명을 듣고 현장에서 구입하면서 더 알려졌다.

   
▲ 강호동은 모어댄의 업사이클링 브랜드인 ‘컨티뉴’의 다른 제품들도 갖고 있다. 그가 매고 있는 가방은 랩몬스터의 것과 동일한 가방이다. 원래 모델명은 엘카 백팩이지만 사람들에게는 ‘RM백’으로 더 잘 알려졌다. ⓒ JTBC <한끼줍쇼>

낡은 청바지가 이니셜 새겨진 열쇠고리로

이것만이 아니다. 청바지로 열쇠고리를 만드는 곳도 있다.  업사이클링 업체 할로케이. 이 업체에서는 청바지를 5~20cm 폭으로 자른다. 청바지의 길이나 두께, 디자인에 따라 크기가 달라진다. 잘라낸 청바지에 그보다 폭이 약간 좁은 가죽을 덧대고 고리로 고정한다. 양 옆에는 청바지의 결을 살려 올을 풀어 놓는다. 청바지 단면에는 글자나 무늬가 있는 종이를 덧대 빨아도 지워지지 않는 아크릴 물감으로 이니셜이나 로고 등을 새긴다. 낡아서 버린 청바지가 열쇠고리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이 외에도 버려지는 털실로 강아지 인형을, 자투리 가죽을 카드지갑으로, 헌옷으로 드림캐처를 만드는 업체들까지 업사이클링 산업은 다양한 폐자재로 새로운 상품들을 창조하고 있다.

   
▲ 헌 청바지를 이용해 만든 열쇠고리. ⓒ 할리케이

업사이클링 업체 200개 이상 영업중

재활용품 최대 수입국 중국의 재활용품 금수조처로 벌어진 재활용품 대란의 대안으로 업사이클링 산업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업사이클링은 재활용이라는 ‘리사이클링’(recycling)과 ‘가치상승’(Upgrade)의 합성어로, 단순히 쓰레기를 재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을 말한다. 페트병이나 유리병, 플라스틱박스 등을 분리수거 한 뒤 세척해 다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분리수거 한 폐품을 재료로 전혀 다른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 업사이클링 산업이다.

지금 우리나라 업사이클링 산업은 외형상으로는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한국업사이클디자인협회에 따르면 2010년 11개였던 업사이클링 브랜드가 2016년에는 150개로 늘었다. 2018년 현재 현황은 아직 통계로 잡히지 않아 정확한 숫자는 모르지만 200개 정도로 추산된다. 한국 업사이클 디자인협회 홍성재 회장은 “업체의 영세성이나 1인기업이 많은 현실 등을 감안할 때 통계로 잡히지 않는 업체가 많아 실제로는 더 많은 업사이클러들이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탄소년단 리더 랩몬스터가 메고 나온 백팩과, 숄더백 클러치백 등 여러 가지 가방을 비롯해 지갑, 키홀더 등을 만드는 모어댄은 ‘컨티뉴(CONTINEW)’라는 상표로 시장에서 이름을 알리고 있다. 모어댄은 방탄소년 등의 홍보효과 등으로 2016년 9월부터 6개월간 1억이던 매출이, 2017년 4억으로 껑충 뛰었다. 이 업체가 내놓는 백팩은 재료비는 ‘0’이지만, 판매가는 25만5천원선이다. 모어댄 한이화(37) 팀장은 “폐차장 등에서 나오는 자동차 시트를 자재로 사용하기 때문에 재료비는 거의 들지 않지만, 폐자재를 세척하고 코팅하는 등 임가공비가 매출액의 40~50%를 차지해 마진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수작업 많고 제작기간 길어 가격경쟁력 낮아

업사이클링 산업은 대부분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재활용품을 세척하고 가공하는 과정을 기계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람 손이 많이 필요해 인건비 비중이 높고 제작기간이 길어진다. 따라서 가격경쟁력이 낮다. 헌 옷을 이용해 인형이나 소품을 만드는 ‘스티치앤트립’ 구리아(48) 대표는 “재료 세척과 재가공 등에 손이 많이 가기때문에 제품이 완성되기 까지 많은 비용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수익성이 낮다 보니 혼자서 재료를 사와서 가공하고 제작하는 ‘1인기업’이 많은 것도 업사이클링 산업의 특징 중 하나다.

   
▲ 헌옷으로 만든 고양이 인형(스티치앤트립). ⓒ 장은미

재료 수급부터 판매까지 혼자 하는 ‘1인 기업’ 많아

업사이클링 업체들은 상품기획부터 재료입수, 세척과 재가공 등 생산, 판매까지를 거의 혼자 하다시피 한다. 헌 청바지를 이용해 가방, 열쇠고리 등을 만드는 할리케이도 1인기업이다. 한 해 매출은 3천만원 정도 되는데 제품판매 수입은 많지 않고 전체 수입의 절반 정도가 외부 출강에서 나온다고 했다. 할리케이 김현정 대표는 “1인기업이다 보니 한 사람이 디자인에서부터 제작, 유통, 마케팅까지 감당해야 할 것들이  많다”며 “자연 가격도 높게 책정되고 판매가 원활하지 못한 편”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김 대표는 "국내가 아닌 해외 시장으로 판로를 알아보는 중"이라고 했다.

블라인드 자투리 천으로 가방을 만드는 ‘아트코파’ 심영숙(51) 대표는 “버려지기 전의 자투리 천을 블라인드 공장에서 받아 온다”면서 “재료를 확보하는 일이 업사이클링 업체들이 다같이 고민하는 문제 중 하나”라고 말했다.

   
▲ 업사이클링 업체 ‘아트코파’는 블라인드천을 이용해 가방을 만든다. 업체 관계자가 재단이 끝난 가방에 색을 입히고 있다. 일일이 손으로 가공해야 하는 업사이클링의 특성상 하루에 만들 수 있는 제품 수는 제한적이다. ⓒ 장은미

‘업사이클링=재활용?’ 소비자 인식도 바꿔야

업사이클링 제품을 대하는 소비자의 부정적 인식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오프라인 매장을 같이 운영 중인 업사이클링 가방브랜드인 ‘누깍’ 김슬기(33) 공동대표는 “업사이클링 제품을 쓰레기 주워다 만든 물건이라 생각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며 “제작공정을 설명할 때 완전히 새로운 제품이라고 말할 때가 많다”고 했다.

이런 선입견이나 이해부족 등으로 판로개척은 여전히 쉽지 않은 상태다. 종이책을 이용해 인테리어 소품을 만드는 렉또베르쏘는 주로 주문제작 형태로 제품을 생산∙판매한다. 이 업체 김주혁(42) 작가는 “전시회나 외부강연 등을 통해서 업사이클링 제품을 홍보하고 다닌다”며 “마케팅 면에서 아직은 해결해야 할 고민이 많다”고 했다.

   
▲ 렉또베르쏘는 헌 책을 활용해 다양한 인테리어 소품을 만든다. ⓒ 장은미

정부 지원 걸음마 단계, 더 많은 관심 필요

정부의 업사이클링 산업에 대한 지원과 제도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정부 차원의 업사이클링 지원이 시작된 것은 지난 2016년으로, 대구광역시가 처음 지원센터 문을 열었다. 대구시 일자리경제본부 창업진흥과 구수연 주임은 “센터를 처음 열었을 때는 컨설팅이나 관련 연구에 주력했다”며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업사이클링 업체들을 위한 지원사업을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구시는 올해 업사이클링 지원예산으로 3억원을 배정했다. 업사이클링 제품 아이디어에 대한 창업지원과 제품 개발 지원에 업체당 1천만원 안팎을 지원할 계획이다.

업사이클링 산업이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이란 점을 감안해 보다 적극적인 정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한국 업사이클센터 전략사업팀 이종우 팀장은 “업사이클링을 위한 폐자원 수거 등에 적지 않은 인력이 투입되므로 일자리 창출에도 일정 부분 기여할 것”이라며 “이런 점을 감안해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구시 한국업사이클링 센터를 시작으로 인천과 서울 등에도 업사이클링 센터가 잇따라 문을 열고 있다. 센터 개설을 통해 업사이클링에 대한 인식 전환을 위한 전시회와 체험학습, 창업지원과 전문가 교육, 판매망 연결 등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문을 연 서울시 새활용플라자는 업사이클링 센터 중 전국 최대 규모다. 현재 제주, 인천, 경기도 등도 센터 개설을 추진 중에 있는 등 업사이클링 산업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확대되고 있다.

   
▲ 업사이클링 브랜드 리브리스는 버려진 자전거 부품으로 소품을 만든다. 업사이클링의 재료는 무궁무진하다. ⓒ 장은미

상품기획, 디자인 등 업사이클링 업체들의 노력도 중요

정부 지원과 함께 업사이클링 업체들의 연구개발 등 자구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 새활용플라자 공간마케팅팀 강경남 팀장은 “아직 태동기다 보니 아이디어, 완성도 등 미흡한 부분이 있다”며 “디자인이나 상품 아이디어, 판로개척 등에서 차별화를 추구하는 등 업체들의 활발한 연구개발 노력이 함께 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업사이클링 액세서리 브랜드를 4년째 운영중인 이자인원오원 김유화(31) 대표는 “현수막 가방 만들기로 업사이클링이 시작된 이후 많은 업체들이 생기고 사라졌다”면서 “(폐자재를 활용한 새로운 제품창출이 아닌) 재활용에 초점을 맞추면 또 다른 쓰레기를 만드는 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업사이클디자인협회 홍성재 회장은 “원제품을 만들 때 쓰레기를 양산하는 방식으로 만들어 놓고 ‘업사이클링 사업으로 재활용을 해주세요’ 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면서 “원제품을 만들 때부터 소재의 친환경성을 더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편집 : 권성진 기자

장은미 기자 josinrunmi@naver.com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