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농업이슈] 양승룡 고려대 교수
주제 ① 농업의 재정의와 농업가치

“오늘날 농업이라고 하는 것을 과거의 방식, 규모, 관점에서 보니까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농업이 왜 중요한지 이해하기 위해 농업을 재정의하고 그 역할을 설명하려고 합니다.”

양승룡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농업농촌문제세미나]에서 농업의 재정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현재 농업은 전문화, 산업화, 분업화하면서 농업 자체보다도 전방∙후방 산업의 규모가 커졌다. 과거와 달리 규모화한 농업을 어떻게 재정의해야 할까?

▲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설명하는 양승룡 고려대 교수. Ⓒ 박선영

현재 비농업계와 예산 당국은 농업에 더 많은 지원을 해야 하는지 회의적이다.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제대로 측정하지 못해 일어나는 현상이다. 농업은 농산물 생산처럼 산업적 가치로 측정되지 않는 다원적 기능이 있다. 어떻게 측정해야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올바로 이해할 수 있을까?

공공재 성격인 농업의 다원적 기능

▲ 농업의 재정의. Ⓒ 양승룡

양 교수는 “농업의 본원적 기능은 식품공급체계를 제공하는 것이다. 과거에 생산농업이 곧 식품공급체계를 말했지만, 현재 농업의 광범위한 산업화로 식품공급체계가 복잡해졌다. 여기에 산업적 가치로 환산되지 않는 농업의 다원적 기능으로 공익적 가치가 있어 공공재적 성격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도시와 농촌의 지역균형발전이라는 것은 예산이 많이 투입됩니다, 농업이 없다면 훨씬 더 많은 비용이 들 것입니다. 그런 것도 농업이 있음으로 절감됩니다.”

▲ 대산농촌재단 장학생들이 농업현장에서 체험학습을 하고 있다. 농촌체험학습은 쾌적한 삶의 본능을 충족시키는 '어메니티(Amenity) 산업'으로서 다원적 기능을 한다. Ⓒ 고하늘

농업의 다원적 기능에는 환경보전 기능, 사회문화적 기능, 농촌 활력 유지 기능, 식량안보 기능이 있다. 또 주거·범죄·교통 등 도시 과부하로 발생하는 문제를 농촌이 완화해주는 도시문제 비용 절감 효과도 있다. 이를 고려하면 농업의 다원적 기능은 더 높게 평가될 수 있다.

평가절하된 농업의 공익적 가치

▲ 농업의 공익적 가치. Ⓒ 양승룡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평가할 방법은 여러 가지 있지만, 농업의 수요에 다원적 기능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편익을 반영하면 농업의 공급이 늘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비시장재인 다원적 기능은 정확히 측정되지 않아 농업의 가치는 실제 사회에 제공하는 공익적 가치보다 평가절하돼있다.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에 대한 국민의 지불의사금액과 농업총예산은 각각 연간 6조3천억원과 13조7천억원으로 실제 다원적 가치를 돈으로 환산했을 때 추정액인 162조원에 크게 못 미친다. 양 교수는 “농업이 다원적 가치를 얼마나 생산하는지 알아야 정책을 효율적으로 펼칠 수 있다”며 다원적 가치 측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농업의 다원적 기능 확대를 위한 정책

자신을 ‘제도경제학자’에 속한다고 설명한 양 교수는 농업의 다원적 기능 확대를 위한 정책 방향을 강조했다. 양 교수는 “스위스는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알아보고 헌법에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며 “스위스 지방을 가보면 굉장히 아름다운데 그것은 정부가 많은 지원을 해주고 지원을 받기 위해 농가가 상응하는 노력을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3월 26일에 발표된 농업부문 개헌안. Ⓒ 양승룡

우리나라도 변화 조짐이 보인다. 지난달 26일 농업부문 개헌안 내용이 발표됐다. 앞서 21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농어업의 가치는 단순한 산업이나 경제 논리의 관점이 아닌 식량 안보 등 공익적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 수석은 “식량의 안정적 공급과 생태 보전 등 농어업이 갖는 공익적 기능을 명시하고, 국가는 이를 바탕으로 농어촌과 농어민의 지원 등 필요한 계획을 시행하도록 하는 내용의 규정을 신설했다”고 설명했다.

▲ 누군가 벼가 익어가는 한국의 가을 들판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이라고 했는데, 농업의 그런 가치는 대개 간과된다. Ⓒ 네이버 블로그 ‘내 마음의 낙화유수’

양 교수는 “식량의 안정적 공급과 생태 보전되는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바탕으로 농‧어촌의 지속가능한 발전이 이루어져야 한다”며 “이것이 농업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장 개방으로 농업 생산이 감소하여 국민의 수요를 충족시키기에 국내의 다원적 기능이 부족하다”며 “생산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더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생산하기 위한 맞춤형 농정체계로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농업이슈]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이 대산농촌재단과 함께 기자∙PD 지망생들에게 지역∙농업문제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개설한 [농업농촌문제세미나] [지역농업이슈보도실습] 강좌의 산물입니다. 이는 농업경제학∙농촌사회학 분야 학자, 농사꾼, 지역사회활동가 등이 참여해서 강의와 농촌현장실습 또는 탐사여행을 하고 이를 취재보도로 연결하는 신개념의 저널리즘스쿨 강좌입니다. 동행하는 지도교수는 기사의 틀을 함께 짜고 취재기법을 가르치고 데스크 구실을 합니다. <단비뉴스>는 이 기사들을 실어 지역∙농업문제에 관한 인식을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편집 : 이연주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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