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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자유 상승에도 갈 길 먼 한국 언론

기사승인 2018.04.27  01: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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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 2018 세계 언론자유지수 발표

지난 2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는 '국경없는기자회'(Reporters Sans Frontières·RSF)가 ‘2018 세계 언론자유지수’를 발표했다. 한국은 조사대상이 된 전 세계 180개국 중 43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63위보다 20계단 뛰어오른 것이다. '국경없는기자회'는 각국의 언론 자유를 감시하는 국제 비영리 단체로, 세계 12개국에 사무소가 있고 130개국에 특파원을 두고 있다. 언론자유지수 평가 항목은 언론 다원주의, 독립성, 언론 관련 법안 체계, 환경과 자기 검열, 투명성, 인프라, 언론인에 대한 폭력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한국의 언론자유지수 개선은 ‘정권 교체와 그에 이르는 과정에서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추적 보도와 그에 이어진 촛불 혁명과 문재인 정부 출범으로 한국 언론 상황이 개선된 것으로 평가받은 것이다. 새 정부 출범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지면서 KBS·MBC 등 공영방송의 언론자유 실태가 많이 개선된 점도 요인이었다는 분석이다.

   
▲ '국경없는기자회'는 세계 지도에 언론자유 수준을 아주 좋음(흰색), 꽤 좋음(노랑), 우려(주황), 나쁨(빨강), 매우 나쁨(검정)의 5개 수준으로 나누어 표시한다. ⓒ Reporters without borders

'국경없는기자회' 세드릭 알비아니 아시아지부장은 회견에서 “지난 10년간 한국의 많은 기자와 시민들이 자유를 위해 싸웠다”면서 “언론 자유가 줄어들었다가도 회복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고무적인 사례”라고 평가했다. 그는 그러나 “한국의 순위가 올랐지만 여기서 만족하지 말라”고 말했다. 언론자유지수는 올라갔지만 아직 우리 언론 상황이 좋다고만 할 상황은 아니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국경없는기자회'는 한국의 언론 상황에 대해 “언론의 독립성과 정당한 보도 활동을 저해할 수 있는 공영방송 사장 지명 제도와 명예훼손제는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퇴행 일로의 지난 10년”

언론자유지수 발표 후 이어진 ‘아시아 언론자유 현주소’ 토론회에서는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한국 언론에 대한 평가와 성찰이 있었다. 강원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김세은 교수는 “공영방송 언론인들이 파업 기간 동안 돌마고(돌아와요 마봉춘<mbc> 고봉순<kbs>) 집회, 240시간 릴레이 발언에서 보였던 파르헤지아(parrhesia·공적인 자리에서 진실을 말하는 용기)를 보며 가슴이 뭉클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권교체와 더불어 언론인들이 그동안 왜곡됐던 구조를 바로잡기 위해 자체적으로 경영진 교체를 이뤄냈고, 사장의 선임 절차에서도 시민의 참여가 일정 수준 보장되는 방식이 도입됐다”고 평가했다.

   
▲ 김세은 교수는 언론의 허약 체질 때문에 보수 정권에서 언론 통제가 성공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 박진홍

김 교수는 지금까지 한국 언론 상황과 관련, “일정 수준의 민주화를 이루었다고 자평한 사회에서 다각적인 언론 통제가 단기간에 이뤄진 것은 한국 언론의 허약 체질을 다시금 확인시켜 주었다”고 말했다. 보수 정권이 ‘언론 장악’을 하면서 언론인 통제가 성공적으로 이뤄졌고, 언론인들은 ‘기득권 언론인’ 모습을 보여 주어 시민들의 신뢰를 얻지 못했다는 것이다.

“연구결과를 보면 대한민국 국회에서 언론인 출신 국회의원이 20%를 넘어 섰고, 청와대나 정부 요직에 직행하거나 대기업 홍보맨이 되는 언론인도 적지 않았습니다. 우리 언론인은 우리 사회의 주요 엘리트로서 학연, 지연을 기득권과 공유하며 카르텔을 구축하는 행태도 너무 많았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가진 자들을 대변하는 기사들이 양산됐고, 보도자료 베껴 쓰기, 주문형 기사 제작, 오보가 일상이 되다시피 한 것입니다.”

김 교수는 “’(공영방송 등에서 해직되거나 비보도 영역으로 전보됐던) 언론인들의 복귀가 성공적이냐, 앞으로 한국 저널리즘에 대해 희망을 가져도 되냐’에 대해선 대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여전히 한국 언론에 의구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언론과 기득권의 유착에 대한 뿌리 깊은 경멸, 낮아지겠다는 다짐, 시민을 위한 뉴스를 만들겠다는 약속, 월급쟁이가 아닌 언론인으로서 치열하게 살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대답은 전적으로 ‘언론인’ 자신들에게 달려 있다는 것이다.

높아진 언론자유지수, 과제가 남은 한국 언론

   
▲ 윤현숙 기자는 정상화하지 못한 언론 현실에 착잡함을 토로했다. ⓒ 박진홍

<YTN> 윤현숙 기자는 “문재인 정권 이후 언론자유지수가 높아졌다는 발표 내용을 들으면서도 마음이 착잡하다”며 “아직 ‘우리가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에 살고 있지 않는가’라는 생각 때문에 그렇다”고 말했다. <YTN> 노조는 새 정부 출범 후 취임한 최남수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이날로 84일째 파업중이다. 그는 “파업 기간 동안 YTN은 '오보 공장'이라는 불명예까지 안고 있다”며 “불행했던 한국 언론 역사를 청산하는 게 끝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채윤경 기자는 “공영과 준공영 언론사가 정치 권력과 투쟁한다면, 민영 언론사는 자본으로부터 독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영 언론이 자본의 간섭 등에서 벗어나려는 답을 최대한 빨리, 전부는 아니더라도 가능성을 열어 가기 위한 방법들을 계속 찾아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 토론회에는 국내 매체(MBC, KBS, YTN, 중앙일보, 한겨레)와 아시아 독립 언론들이 참여했다. ⓒ 박진홍

정상화한 공영방송에도 언론으로 제대로 기능하기 위한 과제와 고민은 남아 있다. <KBS> 박종훈 기자는 “(정상화 이후) 사내에서 보도 책임자(의 책임과 의무 등을 규정하는)에 대한 제도를 만들었다”며 “평기자들이 조직을 개혁하고 기존 제도의 문제점들을 고쳐 나가고 있다”고 했다. 지난 9년 동안 사실상 폐지됐던 탐사보도를 강화해 범람하는 가짜뉴스에 대응하려는 작업도 시도중이다. 그는 “한국의 언론자유지수가 상승한 만큼 앞으로 더 개선이 이루어지고 제대로 된 언론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편집 : 유선희 기자

박진홍 유선희 기자 choms335@gmail.com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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