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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건의 일생'을 닮은 그들

기사승인 2018.02.28  21: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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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상사전] '노인'

   
▲ 김민주 기자

집에서 쓰는 수건은 닳으면 신분이 추락한다. 부모님이 각종 행사에서 받아온 새 수건이 장롱 밖으로 나오면 제일 헌 수건은 걸레 처지가 된다. 오래 잘 쓴 수건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매정하기까지 하다. 새 수건은 더러워져도 아끼는 옷과 같이 세탁기에 돌린다. 건조대에서 말려 섬유유연제 향이 은은한 수건을 정성 들여 접어 보관한다. 반면 걸레가 된 수건은 베란다에서 물로 여러 번 헹군 뒤 있는 힘껏 물기를 빼낸다. 베란다 구석 걸레 전용 빨랫줄에 던지듯 걸어놓는다. 그런 천덕꾸러기가 없다. 그러나 가정에서 수건이 걸레보다 큰 역할을 한다고 말할 근거는 없다.

인간이 나이 들어가는 것도 수건의 일생과 비슷하다. 부드러우면서도 각이 잡혀 있는 수건이 건장한 청년이라면 점점 헐어 얇아지거나 꺼칠해진 오래된 수건은 노인을 닮았다. 깨끗하게 관리하던 수건을 어느새 춥고 더운 베란다에 내팽개치듯 노인은 쓸모없는 존재로 여겨지며 고독한 공간으로 내몰린다.

   
▲ 국가와 사회는 노인의 남은 생을 책임질 의무가 있다. ⓒ pixabay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48.6%로 OECD 회원국 중 단연 1위다. 노인을 위한 복지 수준이 저급할 뿐 아니라 최저임금법도 그들을 보호하지 못한다. 한평생 일하고도 아파트 경비실에서 24시간 경비를 서고 손수레를 끌고 다니며 폐지를 줍는다. 산업화 시대에 청년이던 지금 노인들은 우리나라를 경제강국으로 만든 역군이었다. 이들의 희생으로 얻은 부와 자유를 누리면서 그들에게 스스로 가난의 벽을 넘으라고 하는 것은 국가는 물론 사람의 도리가 아니다.

유럽 복지국가들은 다른 연령층에 견주어 노인들의 상대적 빈곤율이 더 낮다. 무상 의료뿐 아니라 공적연금 혜택도 넉넉하다. 국가가 노인을 소외시키지 않는다. 사회에서도 백발의 노인과 젊은 세대가 함께 활동하고 여유시간을 보낸다. 한낮에 카페에서 커피잔을 들고 신문을 읽으며 행복한 웃음을 짓는 유럽 노인들의 삶은 바로 국가와 사회가 한 사람의 인생을 이익창출의 도구로 보지 않는 덕분이다. 유럽 주요국들보다 우리나라 80세 이상 노인 자살률은 5배나 높다. 많은 노인이 가정과 사회, 국가로부터 버림받아 스스로 생을 마감할 결심을 하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나이가 들고 노인이 된다. 노인과 청년 모두 가족구성원과 사회구성원으로 존중받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다. 인류는 이전 세대로부터 지혜를 배우고 미래를 내다본다. 오래된 수건은 쓸모없는 물건이 아니라 걸레로서 다른 막중한 구실을 한다.


보들레르가 ‘모든 능력들의 여왕'이라고 말한 상상력이 학문 수련 과정에서 감퇴하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널리즘은 아카데미즘과 예술 사이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을 옥죄는 논리의 틀이나 주장의 강박감도 벗어 던지고 마음대로 글을 쓸 수 있는 상상 공간이 바로 이곳입니다. 튜토리얼(Tutorial) 과정에서 제시어를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여러분만의 ‘상상 사전’이 점점 두터워질 겁니다. (이봉수)

편집 : 안형기 기자

김민주 기자 minju100100@naver.com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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