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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 전기 공급’ 매달리다 원전·석탄 중독

기사승인 2018.02.25  20: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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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너지 대전환, 내일을 위한 선택] ⑰ 왜곡된 구조 낳은 정책

“논쟁적이지만, 한국의 전기료가 더 올라야 할 것 같습니다. 스웨덴의 경우 전기에 부과되는 세금이 높아서 많은 사람들이 전기난방 대신 히트펌프(지열)로 바꿨어요. 태양광 패널로 전기를 생산하는 가정은 높은 전기료로 이익을 얻고요.... (한국처럼) 전기료가 지나치게 낮고, 세금이나 인센티브도 없다면 ‘내가 왜 굳이 아껴야 하나’하는 생각을 할 것 같습니다.”

“요금 낮고 세금·인센티브 없는데 왜 아끼겠나”

지난해 12월 7일 서울 서대문구 서울과학종합대학원 핀란드타워에서는 한국과 북유럽 국가의 에너지 협력을 목적으로 ‘노르딕 재생에너지 연구컨퍼런스’가 열렸다. 덴마크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대사관이 함께 준비한 이 컨퍼런스에서 레나트 스워더 스웨덴 스톡홀름 왕립기술협회 교수는 지속가능한 에너지구조로 가기 위해 한국은 전기요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한국의 전기요금을 놓고 논쟁을 벌인 각국 전문가들. 왼쪽부터 헨릭 빈흐레우을 덴마크 남부대학 공학과장, 한스 오른 컥 북유럽에너지연구 CEO, 레나트 스워더 스톡홀름 왕립기술협회 교수,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 남지현, 윤연정

이에 대해 헨릭 빈흐레우울 덴마크 남부대학 공학과장이 “전기료가 비싸면 (기후변화에 악영향을 주는) 연료를 태우게 된다”고 반박하자 윤순진(51)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가 나섰다.

“한국의 전기요금은 매우 문제가 많습니다. 사실 한국의 전기료엔 부가가치세만 포함돼 있어 ‘전기세’라고 부를 수 없는데, 보통사람들은 전기요금을 세금으로 생각해요. 정치인들은 표를 잃을까봐 전기요금을 못 올리죠. 전기료가 싸니까 사람들은 절약할 생각을 하지 않고요. 이제는 전기료를 올려서 환경비용을 내부화(에너지 소비로 인한 환경피해 비용을 요금에 포함)해야 합니다. 그러면 굳이 ‘낭비하지 말라’고 하지 않아도 소비자들이 스스로 전기를 아껴 쓸 겁니다.”

학자, 기업가, 정부와 에너지관련 기관 관계자 등 회의장을 꽉 채운 100여 명의 참석자들은 앞다퉈 손을 들고 질문과 반론을 하는 등 적극적으로 논의에 참여했다. 발표와 토론이 8시간 동안 이어졌지만 시간이 부족해 질문을 다 받지 못할 정도였다.

   
▲ 8시간 컨퍼런스 후에도 열정적으로 <단비뉴스> 질문에 답변한 레나트 스워더 교수 ⓒ 윤연정

“나는 당연히 보편적으로 사회는 저소득층에게 싼 전기를 제공해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지만, 반대로 얘기해서 왜 저소득층을 위해 싸게 공급하는 전기를 부자들까지 써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이해가 되지 않아요.”

스워더 교수는 컨퍼런스 후 <단비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에선 왜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반발이 심한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그는 “한국에는 엄청 많은 부자가 있지 않느냐”며 “왜 부자들한테도 낮은 전기요금을 내게 하는 건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박정희체제 유지 위해 필요했던 값싼 전기

“싸고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은 (박정희 정권) 체제유지에 필요했어요. 그래서 우리나라는 정전을 허용하지 않는 거예요. 다른 나라는 정전이 자주 발생합니다.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에너지만은 안정적으로 공급받아왔습니다. 국가와 개인의 묵시적 약속이 아니었을까요? 의도는 어찌 됐든 여기까지 이렇게 왔는데 경제급전(낮은 비용을 우선 고려해 전기를 공급하는 것)을 이번 정부에서 바꾸겠다고 하는 거거든요. 실제로 바꿀 수 있을까. 굉장히 복잡한 문제인 거죠.”

   

▲ 김창섭 가천대 에너지IT학과 교수가 박정희 이후 역대 정부의 에너지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서지연, 윤연정

2013년 정부의 2차 에너지기본계획 수립 당시 민관워킹그룹 위원장을 지낸 김창섭(55) 가천대 에너지IT학과 교수는 지난달 12일 <단비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경제성장을 위해 전기를 값싸게,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박정희 정부 이후 지속된 에너지 정책 기조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녹색성장’ 구호를 내걸었던 이명박 정부도 에너지 가격 인상을 장기과제로 미뤄 결국 ‘짝퉁’ 구호였음을 입증했다며, 문재인 정부에서도 ‘전기요금은 올리지 않겠다는’ 말이 나오는 데 대해 우려했다.

김 교수는 “에너지 전환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비용이 수반된다고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며 “전기요금 등 에너지 비용을 정상화해놓고 가야 장기적으로 산업계 변화에도 긍정적이므로 정부가 (가격인상의) 시그널을 정확히 주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산업용 전기 판매단가는 107.41키로와트당원(원/kWh)(2015년, 한국전력공사) 으로 1차 에너지원인 유류 거래 단가 최고 204.22(원/kWh), 최저 130.23(원/kWh)(2015년, 전력거래소) 을 훨씬 밑도는 가격이다.

박정희 정부는 4차 전원개발5개년계획(1977-1981)에서 핵에너지와 석탄 화력을 국가 주전원으로 결정하면서 ‘전원개발촉진법(전촉법)’을 만들었다. 대규모 발전시설을 지을 때 정부 주무부처가 거의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고 일방적으로 사업 진행을 할 수 있도록 한 ‘무소불위(無所不爲)’의 법이었다. 이 법에 따라 서울, 경기 등 수도권 지역 산업시설에 공급할 전기를 농어촌 지역에 집중적으로 지은 원전과 석탄발전소 등에서 대량 공급하는 구조가 공고해졌다. 이 과정에서 농어민들은 농사지을 땅과 고기 잡을 바다를 뺏기고 환경오염과 건강피해, 주민 간 갈등에 시달리게 됐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한재각(47) 부소장은 “지금까지 석탄이나 원자력을 중심으로 대규모 중앙집중적인 시스템을 구성했던 법과 제도에 여전히 변화가 없다”며, “법·제도 개정이 없는 상태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측면에서만 변화가 이뤄지고 있어서 어떻게 보면 언제든지 과거의 방식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이 한계”라고 문재인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 환경운동연합 이지언(38) 에너지국장도 “문재인 정부에서 (전원개발촉진법을) 폐지하겠다는 당론이나 정부 차원에서 가닥을 잡았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 낮은 전기요금은 비효율적 에너지 사용과 불필요한 전력 수요증가를 낳았다. 산업공정 중 용광로 등 직접가열분야의 전기화가 대표적 예로, 2013년 전력 소비량이 2001년에 비해 약 4.5배 늘었다. ⓒ 녹색연합

민주화 이후에도 민주적이지 못했던 에너지

한재각 부소장은 “에너지 정책에 대해서는 진보나 보수 정권에 근본적인 차이가 없었다”고 꼬집었다. 김대중, 노무현 등 개혁 정부를 거치면서도 박정희 이후 보수 정부의 원전 확대 정책, 소극적인 에너지 수요관리 등에 질적인 차이는 없었다는 것이다. 다만 노무현 정부 때는 2006년 에너지기본법 제정을 통해 20년 단위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에너지 수요관리를 반영하고자 하는 노력이 있었다고 한다. 고효율 제품 보급 확대 등 생산자 중심의 에너지 절감 시스템을 구축하려 한 것, 기술관료 위주의 국가에너지 위원회에 시민단체 추천 전문가를 참여시킨 것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 집권 후 에너지기본법이 에너지법으로,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은 에너지기본계획으로 위상이 낮아지면서 에너지 정책은 다시 산업 성장을 뒷받침하는 역할로 회귀했다. 이후 만들어진 국가에너지기본계획 1, 2는 ‘지속가능한 에너지구조’가 아니라 ‘경제성장과 값싼 비용’에 대한 논의가 핵심이 됐다.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시기의 계획을 이행하고 확장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다 미세먼지의 위험성과 지진에 따른 원전 안전 문제가 집중 부각되면서 2017년 3월 전기사업법에 환경·안전급전 조항이 신설됐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짜고 전력시장 제도를 운용할 때 발전비용 등 경제성뿐 아니라 환경과 국민안전에 대한 영향도 종합적으로 검토한다는 내용이 들어간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의 후속 조치가 미흡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전기사업법을 개정해서 환경급전의 법적인 토대를 갖췄고, 8차 전력수급계획에도 반영됐거든요. 그런데 아직 구체적인 이행조치에 대해서는 별로 나온 게 없어요. 전력시장 운영규칙을 어떻게 바꿀 건지, 원전과 석탄발전에 어떻게 추가적인 사회·환경비용을 붙일 건지, 구체적으로 (원전과 석탄발전단가 인상 등에 대한) 시장 신호는 어떻게 줄 건지. 아직 대략적인 말 뿐이에요.”

이지언 국장은 환경·안전급전 조항 신설에 따른 제도 개선 방향과 일정이 나오지 않아 발전사업자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전문가들은 또 값싼 에너지원으로 인식되는 원전이나 석탄 발전 뒤에 감춰진 비용이 많다는 것을 정부가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는 노력도 아쉽다고 지적했다.

녹색연합의 윤기돈(47) 에너지기후팀 활동가는 “환경 영향뿐 아니라 외부의 비용요소 등 모든 것을 고려한 게 균등화발전단가(LCOE)인데, 이를 기준으로 보면 재생에너지 가격이 곧 원전이나 석탄, 가스보다 낮아진다”고 주장했다. 원전의 경우 건설비와 연료비가 과소평가됐고 사용후핵연료처리, 폐로, 사고위험대비 비용 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가격이 싼 것처럼 보일 뿐이라는 것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균등화발전단가 방식으로 산정한 전망치에 따르면 2022년에는 석탄(123$/MWh), 원자력(99$/MWh), 액화천연가스(82$/MWh)의 발전단가가 태양광(67$/MWh), 풍력(52$/MWh)보다 비싼 것으로 나온다.

   
▲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균등화발전단가 방식으로 산정한 전망치에 따르면 2022년에는 석탄(123$/MWh), 원자력(99$/MWh), 액화천연가스(82$/MWh)의 발전단가가 태양광(67$/MWh), 풍력(52$/MWh)보다 비싼 것으로 나온다. ⓒ EIA, 박희영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일관된 ‘시그널’ 보내야 

“원전은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과정을 거쳤지만, 석탄발전소는 기존 신규 설비를 그대로 용인했어요. 환경급전을 통해 석탄발전은 줄이고 액화천연가스(LNG)를 늘리겠다고 했는데, 석탄발전 설비를 왕창 집어넣은 상태에서 발전은 줄인다? 안 맞는 방향이잖아요. 일단 설비를 그만 짓게 하고, 발전량도 좀 줄인다든지 해도 에너지 전환이 될까 말까인데. 환경급전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후속 조치를 해서 시장에 강력한 시그널을 줘야지 사업자들이 스스로 포기를 하든지 할 텐데요.”

이지언 국장은 환경급전에 대해 지금이라도 정부가 후속 조치를 확실하게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매년 쌓이는 전력기반기금을 에너지전환기금으로 돌려 재생에너지 관련 사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국민들이 납부하는 전기요금의 3.7%를 떼 내 조성하는 전력기반기금은 지금까지 원전 홍보 등 기존 에너지산업을 유지 강화하는 데 활용돼 왔다.

윤기돈 활동가는 “산업계는 전기요금 감면 혜택을 받으면서 그 비용을 시민들에게 전가하는 한편, 시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인 석탄발전으로 이윤을 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45) 의원이 2016년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대기업들이 원가에 미달하는 산업용 전기요금을 납부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할인받은 전기료가 삼성전자 4291억원, 포스코 4157억원 등 각각 수천억원에 이른다.

   
▲ 2012~2014년 삼성전자, 포스코, 현대제철 등 20개 대기업은 한전으로부터 원가에 미달하는 요금으로 할인을 받았다. 그 총액이 3조7191억여원에 달한다. 특히 2014년의 한전 원가손실액 98.9%가 20대 기업의 원가할인액으로부터 발생했다. ⓒ 박주민 의원실(더불어민주당), 박희영

그래서 전문가들이 요구하는 에너지구조 전환의 핵심 시그널은 ‘전기요금 정상화’다. 원가에 못 미치는 심야전력요금을 대폭 올리는 등 산업용 전기료를 현실화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8차 전력수급계획에서 “2018년 산업용 전기료를 경부하(심야전력 등)요금 중심으로 차등조정, 수요관리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면서도 “2022년까지 에너지전환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요인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윤기돈 활동가는 “경유, 등유 등 1차 에너지원보다 2차 에너지원인 전기의 가격이 낮아서 난방, 용광로, 소금 정제 등 가열 분야에서까지 전기를 많이 쓰고 있다”며 “정부는 원가 이하의 전기요금체계는 더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란 메시지를 시장에 명확히 전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산업용 전기료가 싸다 보니 전기를 많이 쓰는 외국기업들이 한국에 공장을 옮겨 온 경우도 많다.

도레이첨단소재, 데이진, 미쓰비시화학, 스미토모화학 등 일본화학기업들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일본 정부가 ‘원전제로’를 선언한 후 전기 소모가 많은 공장을 한국으로 옮겼다. 도레이첨단소재의 경우 2011년 기자회견에서 “전력이 많이 필요한 탄소섬유 업계 특성상, 산업용 전기요금이 일본의 절반 수준이고 중국보다도 30~40% 가량 싼 한국이 투자하기에 적합하다“고 밝혔다.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인 일본 소프트방크도 2011년 한국 케이티(KT)와 합작해 데이터 저장과 냉방으로 많은 전력을 소모하는 신규 데이터 센터를 경남 김해에 지었다.

“전기료에 환경세를 부과해 가격 올리자”

윤순진 교수는 전기 낭비를 막고 지속가능한 에너지구조로 전환하기 위해 전기요금에 환경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윤 교수는 지난달 11일 <단비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전기 소비를 줄이는 것도 결국 전력 요금이 낮은 상태에서는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며 전기를 많이 쓰는 산업계가 요금을 더 내는 방향으로 가격체계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기요금에 목적세인 ‘환경세’를 물려 환경파괴와 사회갈등을 유발하는 정도에 맞게 비용을 부담시키자고 제안했다. 윤 교수는 그렇게 걷은 세금으로 재생에너지 투자를 늘리고 에너지 효율화를 지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단비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환경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전기료를 현실화하자”고 제안하는 윤순진 서울대 교수. ⓒ 서지연

이런 방식으로 전기료에 높은 세금을 물리는 대표적인 나라가 독일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2017년 세계에너지 통계에 따르면 독일의 가정용 전기료는 329.71메가와트당달러($/MWh), 산업용 전기료는 143.34($/MWh)로 매우 높은 편인데, 여기에는 부가가치세, 공공이용세, 전력세 등 세금 외에 신재생에너지부과금, 해상풍력부과금, 열병합부과금 등이 포함되어 있다. 독일은 이렇게 조성한 재원을 재생에너지 투자 및 보조금 지급 등에 써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탈원전’과 ‘신재생에너지 100% 전환’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지역 희생 강요하는 중앙집중 전력체제 벗어나야

해안지역에 대규모 원전을 짓고 장거리 송전망으로 수도권 산업단지 등에 전기를 보내는 현재의 중앙집중식 전력체제는 지역 차별과 갈등의 원인이 돼 왔다.

“밀양 송전탑 사태는 원전에서 생산한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는 송전탑을 건설하려다 발생한 문제였죠. 과연 문재인 정부에서는 해결될 수 있을까? 문제는 반복되고 있죠. 동해안 지역의 석탄 발전소는 강릉과 삼척 등 동해안에서 쓰는 게 아니라 수도권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거예요. 석탄발전소 자체도 (환경과 지역주민 건강에) 안 좋지만, 동해안 발전소의 전기를 수도권으로 끌어오기 위해 220여km의 장거리 초고압 송전망 계획을 세우게 돼 있는 거예요. 전력 불평등, 환경 불평등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죠.”

이지언 에너지국장은 정부가 분산형 전원을 확대하겠다고 하지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중앙집중식 공급체제가 지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회적 경제는 좌우를 넘는다>의 저자인 우석훈(50) 박사는 <단비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에너지 전환을 이루기 위해서는 국가단위 계획으로 발전량의 총량만 정할 것이 아니라 각 지방에 적합한 지역 에너지 정책이 중앙정부 에너지 정책에 반영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앙정부의 ‘탑다운(하향)’식과 지자체의 ‘바텀업(상향)’식 에너지 계획이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1월 10일 DMC 첨단산업센터에서 만난 우석훈 박사는 “현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이 단순 구호에 지나지 않는지를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서지연

“지자체 중심으로 사람들의 생활 영역을 파악하고, 에너지를 쓰는 도시와 그렇지 않은 도시를 구분하는 등 세밀한 정책으로 넘어가야 하는데 국가단위 계획이 너무 커요. 그러다 보니까 결론적으로 총량만 늘리자, 혹시라도 전력량이 모자라면 안 된다 등 공급론자들이 논의를 주도하게 된 거죠. 지역별 목표 같은 것으로 분산시키는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석탄·석유 등 화석연료로 인한 지구온난화와 미세먼지 오염, 그리고 후쿠시마 참사가 보여 준 원전재난의 가능성은 ‘더 이상 위험한 에너지에 기댈 수 없다’는 깨달음을 확산시키고 있다.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 중단으로 본격화한 탈핵 논쟁은 우리 사회가 민주적 절차를 통해 에너지체제를 전환할 수 있을 것인지 가늠할 시험대가 되고 있다. <단비뉴스>는 기후변화와 원전사고의 재앙을 막고 ‘안전하며 지속가능한 에너지구조’를 만들기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모색하는 심층기획을 연재한다. (편집자)

① “아이들 미래 위해 원전 말고 안전!”

② '블랙스완' 부인하다 일본도 당했다.

③ 생존배낭 챙겨 두고 ‘쿵’ 소리에도 깜짝

④ 동해안 원전에 쓰나미 덮칠 수도

⑤ 100만 명 ‘7시간 내 대피’ 가능할까

⑥ 사고 은폐, 불량부품에 근무 중 마약도

 사용후핵연료 저장건물 테러 무방비

⑧ ‘핵쓰레기통’ 10만년 묻을 땅 찾아야

⑨ “핵재처리는 원전 수백년 더 짓자는 것”

⑩ “내 손으로 원전 짓고 암 환자 됐소”

⑪ 아이 몸에도 삼중수소, 어른은 암 속출

⑫ ‘173등짜리 공기’에 병드는 한국

⑬ 발암 먼지에 사람도 게도 까맣게 '속병'

⑭ 석탄 함정에 빠진 '세계 4대 기후악당' 

⑮ "일본이 당한 재난, 한국에 닥칠 수도"  

⑯ 끔찍한 재앙 후에도 여전한 ‘거짓말’

편집 : 박진홍 기자

윤연정 박희영 서지연 기자 coolpooh0727@naver.com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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